[적정기술] (3)라이프 스트로우가 적정기술 실패 사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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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 살이 안된 어린아이가 하루에 1000명씩 죽는다. 한 해로 치면 36만명이다. 유니세프의 2017년 조사 결과로, 오염된 물을 마셔 설사로 사망하는 아이들의 숫자다.

오염된 물에는 기생충이 산다. 기생충에 감염되면 병에 걸리는데 대표적인 게 주혈흡충병이다. 2016년 기준 전 세계 2억650만명이 이 병에 걸렸다. 주혈흡충병은 영양실조, 지능발달 저하, 빈혈, 성장과 교육 장애를 야기한다.

이렇게 많은 아이들이 오염된 물로 고통받고 있다. 일부 빈민 국가의 농촌이나 도시 인근에서는 사람들이 노상 배변하거나 강에서 배설한다. 그 물로 몸을 씻거나 마시니 병에 걸리지 않을 수 없다. 농축 산업과 공장이 늘어나면서 물에 대한 수요는 계속 늘어나고, 불순물로 인한 물의 오염도 확대되고 있다. 남아시아에서는 상수도마저 비소 오염과 노상 배변으로 인한 물 오염이 심각하다.

미켈 베스터가드 프라젠(오른쪽)

대규모 정화 시설이 필요하지만 자본 부족으로 이 또한 마땅치 않다. 어떻게 하면 적은 비용으로 오염수를 정화할 수 있을까. 이 고민을 함께 한 사람이 미켈 베스터가드 프라젠이다. 덴마크 출신인 미켈은 20대 때 아프리카 여행을 떠났다. 그가 본 건 오염수로 인한 질병으로 고통받는 서민들이었다. 생존에 필수적인 물 때문에 생존권을 위협받는 아프리카 사람들, 특히 어린이들을 보고 미켈은 3세계의 질병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사업을 준비했다.

이렇게 탄생한 것이 ‘라이프 스트로우(생명 빨대)’다. 휴대용 정화 장치로 가격은 하나 당 20달러 정도다. 정화 방식은 단순하다. 빨대를 오염수에 가져다 대고 빨아 마시면 된다. 흡입 과정에서 물이 걸러져 깨끗한 물을 마실 수 있다.

라이프 스트로우의 3단계 필터가 이를 가능하게 한다. 첫 단계는 섬유 조직으로 구성된 멤브레인 필터다. 일반 정수기에도 사용되는 거름장치로, 15 마이크론보다 큰 입자를 걸러낼 수 있다. 이를 통해 물속 수많은 불순물을 걸러낸다. 최근에 제작된 라이프 스트로우는 0.2 마이크론까지 입자를 걸러낸다.

멤브레인 필터를 지난 물은 라이프 스트로우의 요오드 필터를 만나게 된다. 두 번째 단계다. 요오드 필터에 섞인 물은 내부에서 세균과 박테리아를 죽인다. 개인용 라이프 스트로우의 경우 수인성 박테리아를 99.9999%를 제거한다. 바이러스는 제거율이 98.5%에 달한다. 가족용은 99.9999%의 수인성 박테리아 99.99% 바이러스, 99.9%의 기생충을 제거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물의 신선도를 높이기 위해 활성탄 필터를 거친다. 숯이다. 숯 내부에는 미세한 구멍이 많다. 이 구멍에서 이물질 분자와 냄새 분자 등을 포집한다. 숯을 넣어둔 물이 깨끗해지는 것과 같은 원리다.

어떤 전기 장치 없이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는 것도 라이프 스트로우의 강점이다. 물에다 한쪽 끝을 대고 입으로 빨아 마시기만 하면 된다.

가장 기본형인 개인용 라이프 스트로우 경우 약 4000리터의 물을 걸러낼 수 있다. 한 사람이 물을 마시는데 사용한다면 약 5년 정도 사용할 수 있다. 무게도 60그램을 넘지 않아 가볍다. 끈을 연결해 목에다 걸고 다니면서 필요할 때마다 물을 흡입해 마실 수 있다.

라이프 스트로우의 많은 장점에 출시하자마자 옥스팜과 유니세프 등 국제 구호 단체에서 대거 구매해 아프리카 사람들에게 공급했다. 이로 인해 수인성 질환을 겪는 많은 사람들을 지원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그 성능과 필요성에도 불구하고 라이프 스트로우는 ‘실패한 적정기술’로 손꼽힌다. 첫 번째 이유는 가격이다. 라이프 스트로우가 필요한 사람은 아프리카 등 빈민 국가 사람들이다. 개당 20달러 수준의 가격은 이들이 몇 달을 일해야 벌 수 있는 금액이다.

아무리 수명이 길다고 하더라도 몇 년밖에 사용하지 못하는 것도 문제다. 적정 기술의 기본인 지속 가능성이 떨어지는 셈이다. 라이프 스트로우의 수명이 끝나면 이들은 다시 오염수를 마시는 환경에 처하게 된다.

그렇다면 공급할 수 있는 방법은 앞서 언급한 구호 단체를 통한 지원이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수량이 한정된 라이프 스트로우를 얻고 싶어 했기 때문에 공동체 사회 내에서 다툼도 발생했다고 한다. 무상 원조의 한계가 드러난 사례다.

결국 라이프 스트로우는 사회적, 그리고 지역적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기술이 됐다. 지금도 일부 구호 단체를 통해 공급되고 있긴 하지만, 제품 카테고리가 확대돼 캠핑 등 아웃도어 제품으로 더 각광받고 있다. 지속 가능성과 현지화를 고려하지 않은 적정 기술은, 그 기술이 아무리 뛰어나다고 하더라도 한계를 맞이하게 된다.

테크플러스 에디터 권동준

tech-plu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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