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정기술] (6)달리지 않는 자전거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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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동력을 만드는 방법은 다양하다. 대표적으로 내연 기관이 있다. 자동차에 들어가는 엔진이다. 엔진 방식은 기름을 소비하고 매연을 방출해 친환경적이지 않다. 개발도상국에서 일반 사람들이 쉽게 설계하거나 제조, 생산하기도 어렵다. 적정 기술로 적합하지 않다는 의미다.

전기 모터도 자주 활용하는 동력이다. 배터리를 연결해 모터를 돌려 다양한 작업을 수행할 수 있다. 내연기관처럼 연소 작업이 없어 매연을 뿜지 않는다. 환경을 파괴할 염려는 줄어든다. 그러나 사람이 작업할 때 쓸 수 있는 여러 모터를 만드는 비용도 만만치 않다. 가난한 사람들에게 모터 구입 비용도 부담이 될 수 있다.

그렇다면 친환경적이면서 가격이 저렴한 동력은 없을까. 지금도 길에서 돌아다니는 자전거가 이러한 고민의 해답이 될 수 있다. 사람이 직접 발로 페달을 돌려 동력을 만든다. 이 힘이 바퀴에 전달돼 자전거가 달린다. 인간의 힘이 운동 에너지로 전환돼 운송 수단으로 활용하는 것이다.

자전거는 우선 환경에 피해를 주지 않는다. 사람 힘으로 달리기 때문에 친환경적이다. 많은 국가에서 자전거를 권장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이산화탄소를 배출하지 않는다. 자전거 가격은 천차만별이다. 하지만 카본 프레임과 구동계 등 고가 부품을 사용하지 않으면 저렴한 가격으로 자전거를 만들 수 있다.

자전거를 적정 기술로 주목하는 건 단순히 저렴하고 친환경적인 운송 수단이기 때문은 아니다. 자전거 페달을 밟아 바퀴를 돌리는 방식을 조금만 변형하면 다양한 용도의 동력으로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자전거의 회전 에너지를 적정 기술로 주목한 사람이 바로 ‘에베네저(Job S. Ebeneze)’ 박사다.

그는 ‘가난한 자들을 위한 기술(Technology for the poor)’라는 회사를 통해 ‘이중 목적 자전거(Dual purpose bicycle)’을 만들었다. 운송 수단뿐만 아니라 다른 목적으로도 자전거를 활용하기 위해서다. 에베네저 박사는 자전거에 체인 전환 기기(어태치먼트)를 연결하고 스탠드를 추가 결합해, 사람의 힘으로 회전 동력을 얻는 기기를 만들었다.

에베네저 박사는 이중 목적 자전거를 디자인하기 위한 몇 가지 고려 사항을 제시했다. 이 고려 사항을 대부분 준수했을 때, 적정 기술이 빛을 발할 수 있다. 고려 사항은 다음과 같다

△이 장치는 현지 제조 능력에 적합해야 한다.

△부착하는 부품(어태치먼트)은 저렴한 재료를 쓰고 만들 때도 가격이 비싸지 않아야 한다.

△저소득층이 쉽게 접근할 수 있어야 하고, 기계적 동력에 관한 기본적인 요구를 충족해야 한다.

△제조, 운영, 유지 보수와 수리가 간단해야 한다.

△가능한 다양한 목적으로 사용할 수 있어야 하고, 다양한 농기구와 농업에 사용되는 소형 기계에 동력을 전달할 수 있어야 한다.

△현지에서 이용할 수 있는 재료와 기술을 사용해야 한다. 현지에서 판매되는 강판, 철(파이프 등), 앵글 아이언, 플랫 스톡과 같은 표준 강재를 사용해야 한다. 공장에서 생산 시 각종 도구는 이중 목적 자전거에 필요한 부품을 제작하는데 적합해야 한다.

△가능하면 표준 자전거 부품을 사용해야 한다.

△가능한 많은 자전거에 쉽게 적용할 수 있어야 한다. 특정 형태로 자전거를 영구적으로 개조해서는 안 된다.

△자전거에 탈부착이 쉬워야 한다. 운송용으로 자전거를 사용하는 걸 방해해서는 안 된다.

△동력 생산 시 안정성을 제공하기 위한 스탠드는 위쪽으로 뒤집어 올릴 수 있어야 한다. 스탠드 겸 캐리어는 이중 목적 자전거에 영구적으로 부착하는 부품이다.

△동력을 만드는 장치가 효율적이어야 한다. 적용 다양성을 위해 비교적 높은 RPM(200에 근접)을 구현해야 한다.

△동력을 만드는 장치가 페달링에 방해가 되지 않도록 충분히 앞쪽에 부착해야 한다.

△동력을 만드는 장치가 다양한 기계에 힘을 보낼 수 있도록 드라이브 비율 변경이 간단해야 한다. 우리는 V-벨트와 풀리 배열이 가장 적합하다고 판단한다.

△장치에 작업자가 주기적으로 휴식을 취하고 에너지를 절약할 수 있도록 래칫 메커니즘이 포함돼야 한다.

△내구성이 가장 중요하기 때문에 장치의 과도한 무게는 피하는 것이 좋다.

디자인 고려 사항에서 알 수 있듯이 적정 기술을 충족하기 위한 많은 요소가 포함됐다. 가령 현지 제조 능력에 적합하다든지, 저소득층의 접근, 저렴한 재료, 운영 유지 보수의 간편성 등이 있다.

이중 목적 자전거를 만들기 위해서는 우선 자전거가 필요하다. 에베네제 박사는 표준 자전거를 추천한다. 기어 등이 부착되지 않은 저렴한 자전거다. 예전에 ‘쌀집 자전거’로 많이 불린 자전거가 바로 표준 자전거다.

자전거에 페달 파워 어태치먼트(동력 전달 장치)를 부착한다. 페달을 밟는데 방해가 되지 않도록 페달 앞부분에 설치하는 게 좋다. 에베네제 박사는 쉽게 장치를 만들 수 있도록 참고할 만한 설계도도 만들었다. 보통 자전거를 운행할 때는 그대로 사용하다가 동력이 필요할 때는 벨트 등을 동력 전달 장치에 연결해 사용하면 된다.

스탠드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안정적으로 이중 목적 자전거가 고정돼야 작업자도 안전하게 힘을 공급할 수 있기 때문이다. 스탠드 핵심은 고정시키지 않을 때는 위로 돌려 짐을 싣는 캐리어로 쓸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스탠드 겸 캐리어를 만들기 위한 설계도도 존재한다.

이중 목적 자전거 용도는 다양하다. 곡물을 도정하거나 탈곡하는 기구와 연결해 사용할 수 있다. 물을 옮기는 펌프의 기본 동력도 이중 목적 자전거로 만들 수 있다. 특히 농업 용도로 쓸 때 이중 목적 자전거가 빛을 발한다. 페달을 돌려 원형 패널을 회전시키고 여기에 파이프를 연결한다. 맷돌 등과 결합해 곡물의 껍질을 벗기거나 가루로 분쇄할 수 있다. 이중 목적 자전거는 인도 지역에서 많이 사용하고 있다.

테크플러스 에디터 권동준

tech-plu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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