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학IT] 국정원의 ‘스마트빌딩’과 하나은행 ‘스마트오피스’의 차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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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Smart)’란 개념은 직관적으로 와 닿지만 정의하기가 힘들다. 일찍이 1980년대에 ‘스마트TV’라는 용어가 사용됐지만 기억하는 사람이 많지는 않을 듯하다. 그때의 ‘스마트TV’는 ‘스마트’라는 수식어는 과분하고 ‘다기능’ 정도가 더 정확하지 않았을까.

‘스마트’가 우리 생활에 자리를 잡은 건 핸드폰을 통해서이다. 거의 모든 사람이 한시도 떨어져 살지 못하는 ‘스마트폰’은 현대인 삶의 중심이자 4차산업혁명의 현장이다. ‘스마트’의 국어사전 설명은 “정보·통신 정보의 축적과 검색이 자연 언어로 이루어지면, 컴퓨터가 그 정보를 읽고 처리하여 상관도가 높은 것부터 순차적으로 검색 결과를 출력하는 대형 정보 검색 시스템. ⇒규범 표기는 미확정이다.”로 돼 있다. 품사는 명사. 뒤에 명사를 갖다 붙이면 ‘명사+명사’에서 앞의 명사가 형용사로 변하듯 수식어로 바뀐다. 여기서 흔히 생각하는 ‘스마트’와 연관이 깊은 어휘는 “자연어”이다. “정보검색”과 “시스템”이란 말도 유효해 보이는데, 검색과 실행 시스템으로 바꾸면 더 정확하겠다.

결국 ‘스마트’란, 자연어를 이용한 정보의 검색과 실행 시스템으로 이해할 수 있고, 부가적이지만 핵심적인 키워드는 사물인터넷(IOT)과 AI이지 싶다. IOT와 AI가 작동하려면 많은 정보가 축적되어야 하고, 축적된 많은 정보를 효율적이고 효과적으로 또한 신속하게 이용하고 실행으로 연결지을 수 있어야 한다. 이 정도가 대충 ‘스마트’의 뜻이다. 손안에 들어오는 스마트폰이 성능 좋은 컴퓨터 한 대를 집어넣은 것과 맞먹는 기능을 수행하는 것이나, 스마트폰 가격이 데스탑 PC보다 비싼 정황을 보면 ‘스마트’가 얼마나 스마트한지 짐작할 수 있다.

스마트공간은 ‘스마트+명사’에서 명사를 공간이 차지한 사례이다. IOT와 AI를 결합한 자연어 기반의 검색과 실행의 IT시스템이 공간에 채택된 사례이다. 공간의 편의와 효능을 첨단으로 끌어올리려는 노력이다. AI의 의미는, 여기서도 이용자가 요구하기 전에 알아서 해준다는 뜻이다. AI가 알아서 사야 할 책을 추천해 주듯이, 한파가 밀려들면 거주자가 퇴근해서 한기를 느끼지 않게 적당한 시점에 난방을 가동하고, 거주자가 기상하는 것 같으면 알아서 커튼을 올려주는 등 영화나 CF에서 많이 본 첨단의 공간을 AI가 운영한다. 스마트공간은 영화를 넘어 현실에 적잖게 침투하는 중이다.

스마트공간의 ‘공간’은 대충 ‘홈’, ‘오피스’, ‘빌딩’ 정도로 분류된다. ‘스마트시티’처럼 공간이긴 하지만 복잡하고 거대한 공간은 별도의 개념으로 연구되고 있다.

‘스마트홈’은 온도, 습도, 조명, 환기, 보안 등이 ‘스마트’하게 운영되는 체계를 갖춘 집이다. 편의와 쾌적을 극대화하고, 거주자의 기호에 맞춤형으로 작동하는 체계를 갖춰야 한다. 더 ‘스마트’한 가정이 되면 거주자의 소변으로 건강 상태를 파악해 약을 처방하거나 의사를 방문할 것을 권유할 수 있고, 좋아하는 음악을 틀어주거나 커피를 내려주는 등 집사 일까지 수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심지어 꼭 소진해야 하는 칼로리를 소진하지 않고 게으름을 피우는 당뇨 환자에게 야단을 치는 ‘스마트홈’이 나오지 말란 법이 없다.

‘스마트빌딩’은 ‘스마트홈’의 확장판이긴 하지만 추가적인 고려사항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상이한 보안수준, 입주자들의 프라이버시와 소통 사이의 균형점 파악 등 ‘스마트홈’의 전제를 대부분 적용하면서도 빌딩의 성격과 빌딩 거주자의 유형에 따라 다른 ‘스마트’를 구현하게 된다. 예컨대 국정원 안가 용도로 쓰이는 ‘스마트빌딩’이라면 쾌적이 후순위가 되고, 보안 등 다른 것이 우선순위를 차지하리라고 예상할 수 있다.

‘스마트오피스’에는 이중의 의미가 있다. ‘스마트홈’과 ‘스마트빌딩’의 연장선상에서 말 그대로 ‘스마트’한 사무공간으로 이해할 수 있는가 하면, ‘스마트’한 성격을 내포하지만 제2 사무공간의 의미를 갖기도 한다.
“도심에 있는 사무실로 출퇴근하는 대신 원격 근무가 가능하도록 주거지 인근에 마련한 IT기반 사무실. 교통정체를 완화하고 탄소배출을 줄이며 여성 인력 활용이 용이해져 저탄소 녹색성장, 출산 장려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기획재정부는 ‘스마트오피스’를 정의했다.

‘스마트오피스’는 코로나19바이러스감염증이 기승을 부리며 ‘비대면’ 근무가 확산되자 더 각광받고 있다. 예를 들어 24시간 가동해야 하는 은행은 코로나19 비상대책을 수립하면서 ‘스마트오피스’를 활용했다. 만일 은행 본점에서 확진자가 나와 건물이나 어떤 층이 통째로 폐쇄되면 자칫 외환·전산 등 핵심 업무가 마비될 가능성이 크다. 이러한 사태가 발생해도 핵심 업무가 중단되지 않을 수 있는 건 곳곳에 ‘스마트오피스’가 있기 때문이다. 비상 상황에도 클라우드 PC 환경 덕분에 다른 ‘스마트오피스’에서 중단없이 업무를 볼 수 있다.

2017년 하나은행은 은행권 최초로 서울 을지로 신사옥에 클라우드 PC 환경을 구축했다. 서울 을지로 본점, 서울 명동 하나금융 본사, 인천 청라 데이터센터 등지에 클라우드 PC 환경이 조성되어 있고, 애초에 인력이 분산 배치돼 근무 중이어서 어느 한쪽이 문을 닫아도 다른 곳에서 차질 없이 금융업무를 수행할 수 있다. 한국씨티은행도 비슷한 시스템을 구축했다. 이러한 클라우드 기반의 ‘스마트오피스’는 본래의 ‘스마트오피스’ 개념에 가깝고, 저탄소 녹색성장, 출산 장려에 도움이 된다기보다는 첨단과 효율에 강조점이 두어졌다.

재경부가 정의한 비(非)도심, 주거지 인근의 원격근무 사무실 또한 늘어나는 추세이며 코로나19로 더 주목받고 있다. 원격근무가 가능한 제2 사무공간이 가능하려면 금융권의 ‘스마트오피스’와 마찬가지로 클라우드 PC 등 IT기술의 지원이 필수적이다. 재택근무보다 직원의 육아 친화적인 근무형태라고 볼 수 있다. 어떤 형태로든 ‘스마트’한 오피스는 늘어나게 돼 있지만, ‘스마트오피스’에서 근무하는 노동자의 삶 또한 ‘스마트’해질지는 두고 볼 일이다.

안치용 인문학자 겸 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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