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버가 그린 ‘위대한 항로’, 쟁탈전이 시작된다

인기 만화이자 애니메이션인 ‘원피스’. 원피스 작중 이야기의 시작을 선언하는 인물이 있다. 바로 ‘골 D. 로저’다.

로저 해적단의 선장이자 해적왕인 그는 세상의 모든 것을 가지게 된 인물로 그려진다. 아무도 점령하지 못했던 ‘위대한 항로’를 확보하고 대비보 ‘원피스’를 손에 넣었다. 하지만 그는 곧 자수를 하고 고향 땅에서 공개처형 당하는데, 이때 누군가 물었다. 모아둔 보물을 어디에 숨겼냐고…

골 D. 로저는 답했다. “나의 보물? 원한다면 주도록 하지…잘 찾아봐. 이 세상의 모든 걸 거기에 두고 왔으니까.”라고. 이 말을 남긴 골 D.로저는 참수됐다. 하지만 공개처형 장에 있던 사람들은 환호했다. 이들 가운데 해적이 많았는데, 대비보 ‘원피스’를 차지하기 위한 ‘대해적의 시대’가 열렸기 때문이다. 주인공을 포함한 수많은 해적들이 원피스를 가지기 위해 위대한 항로에 뛰어든다.

세상과 동일한 가치로 여겨지는 대비보, 이를 얻기 위한 여정인 ‘위대한 항로’를 머릿속에 떠올리면 동시에 ‘우버’가 생각이 난다. 현실에도 보물을 손에 쥐기 위한 위대한 항로가 있다. 골 D. 로저가 아닌 우버가 제시한 길이다.

우버가 제시한 위대한 항로=미래 모빌리티 비전?

라스트 마일이라는 게 있다. 경제 쪽에서는 고객과의 마지막 접점으로 쓰이는데, 스마트 모빌리티 시장에서는 살짝 다른 의미도 가지고 있다. 즉 사람의 마지막 목적지까지 도달하는 구간이다. 가령 한 사람이 대중교통을 이용해 A라는 위치에 도달해야 한다면, 버스를 내린 정거장부터 A까지를 라스트 마일이라고 한다. 최근에는 공유 킥보드, 공유 자전거로 이러한 라스트 마일 도달 수단을 제시하고 있다.

우버는 2020년 1월 CES에서 라스트 마일뿐만 아니라 스마트 모빌리티의 완성이라는 대비보를 가질 수 있는 ‘위대한 항로’를 제시한 바 있다.

당시 발표한 건 미래 모빌리티 비전으로 골자는 도심항공모빌리티(UAM)와 대중교통 플랫폼이다. UAM은 개인용비행체(PAV)로 구현한다는 게 목표였다. ‘플라잉 택시’라는 이명을 가진 PAV를 개발하기 위해 현대자동차와의 파트너십도 발표했다. 우버 택시 중심이었던 스마트 모빌리티 영역을 도심형 항공까지 확대한다는 포부였다.

대중교통 플랫폼도 주목을 받았다. 우버는 CES 2020에서 우버 앱을 통해 라스베이거스 밸리 내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버스 등 대중교통이 언제 도착하는지 등 정보 제공뿐만 아니라 티켓까지 우버 앱을 통해 구매할 수 있게 됐다.

단순히 스마트 모빌리티 영역만 넓힌 것 같지만, 우버의 미래 모빌리티 비전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 미래에는 사람이 운전하는 우버 택시를 대체하기 위해 자율주행에도 적극 투자하고 하고 있었다. 게다가 2018년에는 공유 자전거 스타트업 ‘점프 바이크’를 인수했고, 전동 킥보드 업체인 라임에도 대규모 투자를 단행했다.

좌: 현대차 정의선 회장, 우: 우버 CEO 다라 코스로샤히

결국 우버는 점과 점을 이어 위대한 항로를 그렸다. ‘퍼스트-라스트 마일’ 혹은 ‘엔드 투 엔드’ 스마트 모빌리티라고 표현할 법하다. 사람이 집(A)에서 목적지(B)까지 가기 위한 모든 경로를 스마트 모빌리티화하는 구상이다. 집에서 내려와 공유 전동 킥보드를 타고, 버스 정류장까지 도착한 후 우버 앱에서 미리 구매한 티켓으로 버스에 탑승한다. 대중교통 운행 구간이 아니라면 자율 주행 택시를 이용해도 좋다. 만약 장거리를 신속하게 이동하려면 플라잉 택시를 탈 수 있다. 플라잉 택시 구간을 벗어난 나머지 ‘마일’은 역시 공유 자전거와 공유 자율주행차량을 이용하면 된다.

어떤 길이든 스마트 모빌리티 속에서 이뤄지고 이는 우버 앱이라는 플랫폼에서 구현된다. A에서 B까지 이어지는 ‘위대한 항로’가 그려진 셈이다. 만화에서는 원피스가 대비보였다면, 현실 세계에선 ‘미래 모빌리티 비전’이 이를 대체할 대비보가 아니었을까.

찢어진 위대한 항로…시장 판도 변화 불가피

우버는 ‘위대한 항로’를 제시하긴 했지만, 당장은 이 항로에 직접 오르지 못하는 모양새다. 만화 원피스 속 골 D.로저가 대비보 원피스를 가져가라고 외치고 참수 당했던 것처럼 우버도 결국 발목을 잡혔다. 골 D. 로저처럼 목이 잘려나가진 않았지만, 조각조각 찢어지기 시작했다.

코로나 19로 재정에 큰 타격을 입은 우버는 위대한 항로 격인 미래 모빌리티 비전을 실현하기에는 체력이 부족했다. 12월 결국 플라잉 택시(PAV) 개발 사업부인 우버 엘리베이터를 소형 항공기 제조업체 조비 에비에이션에 매각했다. 이로 인해 우버와 협력하기로 한 현대차도 UAM 사업 수정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오로라

또 다른 미래 모빌리티 비전 실현 수단인 자율 주행도 떨어져 나갔다. 우버는 자율주행사업부문인 어드밴스트 테크놀로지 그룹(ATG)을 자율주행 스타트업 오로라에 매각했다. 앞서 공유 자전거 점프 바이크도 라임에 팔았다.

지속적인 적자에 시달리는 우버 입장에서는 남아 있는 사업이라도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조처였을 것이다. 큰 꿈을 이루기 위해 너무 무리한 투자는 회사 존립을 위태롭게 할 수 있다. 우버가 미래 모빌리티 비전의 핵심 플레이어들을 팔아치우면서 ‘퍼스트-라스트 마일’을 이어야 할 점과 점이 분리됐다. 결국 위대한 항로가 끊어져 버린 것이다.

위대한 항로와 대비보의 존재를 알렸지만 결국 본인은 공개 처형 당한 원피스의 골 D.로저와 우버의 모습이 겹쳐 보인다.

스마트 모빌리티 업계에서도 ‘대해적의 시대’ 열려

골 D. 로저가 목숨을 내놓으면서 주인을 잃은 대비보를 차지하기 위한 ‘대해적의 시대’가 열렸다. 모든 해적들이 위대한 항로를 타고 원피스를 차지하기 위해 다투기 시작한다. 우버도 마찬가지다. 미래 모빌리티 비전을 제시했지만, 우버는 결국 이루지 못하고 멈춰 버렸다.

이제는 스마트 모빌리티 시장이 ‘대해적의 시대’를 맞이할 전망이다. 누군가는 이 위대한 항로를 완성시켜야 할 것이다. 특정한 한 업체가 될 수도 있고, 기업들 간의 연합체가 될 수도 있다. 위대한 항로를 차지하기 위한 각축전이 불가피하다.

자율주행 기술 개발업체, 자동차 제조사, UAM 개발사, 공유 모빌리티 사업자 등 ‘해적(플레이어)’들은 많다. 자동차 제조사이자 UAM 개발 사업을 추진 중인 현대차도 수많은 경쟁자 중 하나가 될 수 있다. 이들은 각각 자기가 잘하는 분야에서 힘을 키워 영역을 넓혀 나갈 것으로 보인다. 각각의 점을 이어야 위대한 항로가 완성되기 때문이다.

관건은 역시 ‘플랫폼’이다. 우버가 위대한 항로를 그릴 수 있었던 배경에는 강력한 플랫폼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용자에게는 단순한 앱에 불과할 수 있지만, 앱으로 표현되는 이 플랫폼에는 우버 택시부터 대중교통, 공유 자전거 등 수많은 스마트 모빌리티의 요소를 담겨있었다. 그리고 UAM과 자율주행차까지도 품을 예정이었다.

결국 위대한 항로에 오를 해적(사업자)는 이 플랫폼을 확보해야 한다. 특정 기술 업체나 자동차 제조사, 공유 모빌리티 사업자가 어려운 것이 바로 이 ‘플랫폼’이다. 자기 영역뿐만 아니라 자신이 지금까지 잘하지 못한 부분까지 아우를 수 있는 플랫폼을 확보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플랫폼 경쟁은 한층 치열해질 수밖에 없다. 플랫폼을 가진 자가 보다 수월하게 위대한 항로에 오를 수 있다.

이 때문에 합종 연횡도 활발해질 것으로 보인다. 결국 각자 특화된 분야의 사업자들이 전체 플랫폼을 구축하기 위해서라면 다른 분야의 전문 사업자와 손을 잡는 게 가장 빠르다. 이종 산업 간 융합을 위한 행보가 빨라질 전망이다.

“가자 그랜드 라인”으로…누가 차지할 것인가

여전히 ‘골 D. 로저의 망령’이 살아 있다는 것도 다른 사업자들이 경계해야 할 부분이다. 우버다. 우버가 수많은 미래 모빌리티 비전 사업을 매각했지만, 이를 사들이 회사의 지분 또한 상당수 확보하고 있다. 자율주행 경우 오로라라든지 공유 자전거 업체 라임이라든지, 위대한 항로에 뛰어들 해적들의 ‘지분’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우버 플라잉 택시 사업을 사들인 조비 에비에이션에도 우버가 투자한 바 있다. 이번 매각 과정에서 투자액을 오히려 늘리기로 했다.

상황에 따라서는 우버가 다시 위대한 항로를 이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의미다. 오히려 이미 플랫폼의 맛을 본 우버가 재정 상황이 개선되면 다른 사업자들이 플랫폼을 새로 구축하는 것보다 빠르게 시장에 재진입할 수 있다. 이 경우 독자 영역에서 전선을 넓히던 사업자들은 우버의 우산 안에 다시 들어갈지 고민해야 할 것이다.

이용자 입장에서는 하루빨리 위대한 항로가 완성되길 기대할 뿐이다. 우버가 제시한 미래 모빌리티 비전은 그만큼 가치를 가지고 있음을 부정하기 어렵다. 바야흐로 스마트 모빌리티 시장에서도 ‘대해적의 시대’가 열렸다. 누가 위대한 항로를 차지할 수 있을까 관심이 모아진다.

테크플러스 에디터 권동준

tech-plu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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