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속 인공태양?! (上)1억도를 300초 유지하라! 미션 ‘핵융합’ 원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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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 태양’의 퍼즐이 맞춰지고 있다. 지난달 ‘국제핵융합실험로(ITER, International Thermonuclear Experimental Reactor)’의 주 장치 조립이 시작됐다. 우리나라를 포함, 유럽연합(EU), 미국, 러시아, 인도, 일본, 중국 등 7개국이 참여하는 세계 최대 규모 핵융합 발전 공동 프로젝트가 본격화한 것이다.

ITER 건설 현장

1988년 ITER 이사회가 결성되고 2006년 7개 회원국이 공동 이행 협정을 체결한지 14년만에 열린 ITER 조립 착수식은 미래, 그리고 새로운 에너지 시대를 알리는 선언과도 같다. 2025년 완공을 목표로 각 국가에서 만든 ITER 부품들이 프랑스 남부 카다라쉬의 ITER 건설 현장에 모여들고 있다.

ITER은 ‘인공 태양’이라고 불린다. 자원 고갈과 환경 오염에서 자유로운 지속 가능한 에너지를 개발하기 위해 핵융합 기술을 구현한다. 태양처럼 언제나 에너지를 발산해 내는, 미래 세대를 위한 동력인 셈이다. ITER 자체는 500MW 출력을 내는 것이 목표다. 한국 표준 원전 6분의 1 규모로 막강한 출력은 아니다. ITER이 핵융합 실험을 성공과 기술 발전을 위한, 일종의 디딤돌이기 때문이다. 실제 핵융합 상용화는 훨씬 뒤의 일이다. 우리나라는 2050년이 목표다.

태양

ITER가 주목받는 건 핵융합이 성공한다면 적은 연료로써 엄청난 에너지를 생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인공 태양이라는 별칭도 이 때문이다. 태양과 같이 강력한 에너지를 오랜 시간 동안 만들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대부분의 원자력 발전이 핵분열로 에너지를 만든다. 다른 화석 연료 대비 효율이 좋지만, 방사능 등 환경 문제가 지속 제기되고 있다.

핵융합은 핵분열 대비 방사능 걱정이 적다. 화석 연료와 견줘서도 온실가스 등을 배출하지 않는 친환경 에너지다. 이뿐만 아니라 효율도 상당하다. 핵융합 연료 1g만 사용해도 석유 8톤과 맞먹는 에너지를 생산한다. 욕조의 절반 수준 바닷물과 노트북 배터리 크기의 리튬만 있으면 한 사람이 30년간 사용할 수 있는 전기를 만들어 낼 수 있다.

수소, 중수소, 삼중수소의 중성자 수

환경과 에너지 효율. 이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는 핵융합은 어떤 원리로 이뤄질까.

핵융합에 사용되는 연료는 ‘수소’다. 융합은 서로 합치는 것이다. 합칠 때는 무거운 것보다 가벼운 것이 유리하다. 원소 중에서 가장 가벼운 수소를 핵융합에 사용하는 배경이다.

수소는 양성자 1개와 전자 하나를 가지고 있다. 양성자 1개와 중성자 1개를 가져 질량 수가 2인 것이 있는데 수소의 동위원소인 중수소다. 만약 중성자가 하나 더 있으면 삼중수소다. 핵융합은 이 중수소와 삼중수소를 결합시켜 에너지를 만들어낸다. 핵융합 시 헬륨과 중성자가 나오는데, 질량이 바뀌는 만큼 에너지가 나온다. 어느 정도 질량에 어느 정도 에너지가 나올까. 질량과 에너지의 관계를 나타내는 식이 바로 아인슈타인의 E=mc²이다.

핵융합 과정

중수소와 삼중수소를 결합(핵융합) 하면 에너지가 나온다. 말은 쉽지만 그 과정은 상당히 어렵다. 결합하는 중수소와 삼중수소 핵은 모두 양극(+)이다. +와 +가 만나는 것이니 반발력이 엄청나다. 이 양전하가 서로 밀어내는 힘을 압도할 만한 상황이 필요하다. 수소들의 원자핵을 고속으로 움직이게 하면 가능해진다. 양극의 반발력을 이겨낼 만한 속도로 충돌시켜 핵융합을 일으킨다.

보통의 수소 기체 상태로는 불가능하다. 고체나 액체는 얼토당토않다. 양극 반발력을 극복할 새로운 상태가 필요한데 이게 ‘제4의 물질’이라고 불리는 플라스마 상태다. 플라스마는 원자가 막강한 에너지를 흡수해 전자가 떨어져 나가고 양이온 상태가 돼 이온과 전자가 뒤섞인 상태다. 이 막강한 에너지를 흡수하기 위해서는 기체 상태에서 고온을 가해야 한다. 적당히 불을 지피는 수준이 아니라 1억도 이상 초고온이 필요하다.

이제 첫 번째 관문이다. 1억도의 온도를 만들어야 한다. 플라스마는 전자와 이온이 뒤섞인 상태다. 쉽게 전기장과 자기장에 영향을 받는다. 플라스마 입자에 전기장을 걸어주면 힘을 받아 입자가 가속한다. 전기장을 계속 걸어주면 입자 속도가 지속적으로 높아지면서 열을 발생시킬 수 있다. 거대강입자가속기(LHC) 경우 섭씨 7경도까지 온도를 높일 수 있다. 어느 정도 전기장만 가해주면 1억도 온도는 큰 문제가 아니다.

두 번째 관문이다. 1억도로 온도를 높인 플라스마를 어디에 놔둬야 할까. 핵융합이 발생하면 그 에너지를 활용해야 하는데, 가둬놓지 않은 1억도의 플라스마는 에너지로 사용할 수 없다. 즉 담을 용기가 필요하다.

열에 강하다고 하는 텅스텐조차 6000도면 증발해버린다. 1억도를 감당할 물질이 마땅치 않다. 그래서 과학자들이 생각한 것이 ‘닿지 않는 용기’ 즉 공중에 띄워서 특정 영역 안에 가둬 두는 것이다. 공중에 떠있기 때문에 물질과 맞닿을 일이 없다. 녹을 소재가 없기 때문에 1억도 플라스마를 유지할 수 있다. 플라스마에 자기장을 걸어줘 입자가 자기장 주위를 맴돌게 하는 것이다.

자기장을 걸어준 플라스마는 계속 회전 운동을 한다. 자기장 발생 장치가 1억도 플라스마를 담을 용기이지만 장치에 플라스마가 닿진 않는다. 이 장치가 바로 토카막이다. 토카막은 영하 273도까지 온도를 떨어트려 저항 없는 전자석을 만들어내고 이 전자석이 자기장을 발생시켜 플라스마를 띄운다. 자기장 때문에 플라스마가 토카막 용기 안에서 계속 도는데, 토카막이 D자형 도넛 모양으로 생긴 것도 이 때문이다.

토카막은 ITER의 여러 부품 가운데 우리나라가 맡고 있는 장치기도 하다. 우리나라는 9개 섹터로 나뉜 토카막 장치 가운데 6번 섹터와 1억5000도의 온도를 막을 열 차폐체, 자기장으로 플라스마를 통제할 코일 자석 등을 공급한다.

1억도의 플라스마를 만들었다고 하더라도 그 상태를 유지하는 것조차 쉽지 않다. 조금만 제어를 잘못하면 가동 중단된다. 핵융합 발전의 장점이 문제가 발생해도 전기 공급을 차단하면 바로 운행 중지 시킬 수 있다는 안정성이다. 반대로 그만큼 운행 자체가 어렵다는 의미도 된다.

KSTAR 내 플라스마 유지 모습

일반적으로 1억도 플라스마를 토카막 안에서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는 기술을 확보했다고 보는 시간이 300초다. 현재까지 300초를 유지한 나라는 없다. 1억도 이상 플라스마를 오랫동안 유지하는 기술은 우리나라가 세계 최고 수준인데, 아직까지 8초(2019년 8월부터 2020년 2월까지)가 한계다.

이 8초 유지는 우리나라가 자체적으로 가지고 있는 초전도 핵융합장치 ‘KSTAR’에 성공했다. 국가핵융합연구소에서 연구, 관리하는 장치다. 주요국에는 연구목적으로 이러한 핵융합 장치를 가지고 있다. 모두 ITER 회원국으로 자체적으로 연구 개발해 얻은 기술력을 ITER에 모으는 중이다.

KSTAR

ITER이 가동되고 1억도 플라스마를 300초 이상 유지하는 기술을 확보하게 되면 인류는 본격적인 핵융합 발전 상용화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핵융합 에너지를 전기로 바꿔써야 하는데, 그 원리는 여타 발전소와 유사하다. 핵융합 에너지가 중성자 운동 에너지로 나오는데, 이를 열에너지로 전환한다. 핵 융합로에서 발생한 열로 물을 끓이고 증기를 만들어낸다. 증기로 터빈을 돌려 전기를 생산하는 방식이다.

핵융합 발전소가 상용화되면 ‘거의’ 무한한 에너지 자원으로 전기를 만들어낼 수 있다. 바닷물이 고갈되지 않는 한 말이다. 앞서 중수소는 바닷물에서 얻을 수 있다고 했다. 삼중수소는 리튬을 핵변환해 얻는다. 현재 인류가 사용하는 전기를 모두 핵융합으로 얻는다고 가정했을 때, 땅에는 600년 사용할 수 있는 리튬이 있고, 바다에는 1500만년 쓸 수 있는 리튬이 있다고 한다. 태양의 수명이 약 50억년 남아 있다고 하는데, 인간이 만든 ‘인공 태양’ 수명이 약 1500만년이면 꽤 쓸만하지 않은가.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설국열차, 아이언맨, 패신저스, 스파이더맨 장면

아직까지 현실화하기에는 시간이 걸린다. 미래의 청사진은 그려지지만 확 와닿지 않는 것은 핵융합 기술의 난도뿐만 아니라 상용화까지 몇십년이 걸릴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는 영화 등 각종 미디어에서 핵융합, 인공태양의 일면을 엿볼 수 있다. 상상 속 핵융합 기술이지만 언젠가는 현실이 될 존재들이다. 그리고 지금도 그 미래를 향해 열심히 달려가고 있는 중이다. 다음 ‘영화 속 인공태양?!<2>옥토퍼스 박사의 인공태양부터 설국열차 무한동력까지…’편에서 영화 스파이더맨, 아이언맨, 패신저스, 설국열차 등에서 등장하는 핵융합 발전의 단면들을 살펴보도록 하자.

테크플러스 에디터 권동준

tech-plu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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