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는 뭐하려고 ARM을 47조원 주고 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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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슨 황(왼쪽)이 이끄는 엔비디아가 손정의회장이 이끄는 소프트뱅크 산하 ARM의 최종인수자가 됐다. 사진=위키피다아

지난 7월 중순 월스트리트저널의 최초 보도 이후 수 주간 꼬리를 물던 ARM 매각설이 마침내 마침표를 찍었다.

엔비디아가 13일(현지시각) 소프트뱅크 소유인 영국 반도체 아키텍처 회사 ARM을 400억달러(약 47조3200억 원)에 인수한다고 발표하면서다.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이 지난 2016년 ARM을 인수하면서 “바둑으로 치면 50수 앞을 내다보고 인생 최대의 베팅을 했다”며 ARM의 가치를 높게 평가하면서 좋아하던 모습을 기억하는 사람들이 여전히 많다. 당시 인수액은 ARM 연간 영업이익의 100배 이상의 몸값을 지불했다는 점에서 거품논란이 일었을 정도였다. 손회장이 그렇게 야심적으로 인수했던 ARM매각 배경, 엔비디아의 ARM 인수가 최종 확정된다면 스마트폰칩 제조사(삼성,퀄컴,애플)와 서버칩을 만드는 회사(인텔,아마존) 같은 회사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지 궁금해진다. 물론 매각 최종 성사는 규제 당국의 최종 승인이 나와야 한다.

◆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 국부펀드 실패로 눈물의 ARM 매각

소프트뱅크는 지난 2016년 인수합병(M&A) 사상 최대규모인 320억 달러(약 37조8560억원)에 영국 ARM 홀딩스 지분을 전량 인수했다. 이듬해인 2017년 ARM홀딩스의 매출은 1524억2000만엔(1조7094억원), 영업이익은 317억9000만엔(약 3566억 원)을 기록했다.

이런 가운데 문제가 터진다.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의 비전 펀드 구상이 수상(?)해졌기 때문이다. 손회장이 해마다 200억달러 씩 펀딩을 받아 5년간 총 1000억 달러를 야심차게 유망 투자처에 투자한다는 내용이었는데 위워크 상장 실패로 제동이 걸리며 큰 어려움을 겪는다. 비전펀드 2호는 가장 큰 지분을 갖고 있는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의 반대에 부딪쳐 중단되는 아픔을 겪기도 했다. ‘마이더스의 손’이라던 손회장의 유동성 위기가 심각해지면서 언론의 그가 ‘마이너스의 손’으로 불리는 수모까지 당했다. 소프트뱅크는 비전펀드 투자 실패로 올해 1분기 1조4381억엔(약 16조1472억원)의 적자를 기록하기도 했다. 일본 기업 분기 적자액으로는 사상 최대다.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은 자산매각을 통해 4조5000억엔(50조5269억원)의 자금을 확보하겠다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손 회장이 ARM홀딩스를 매각할지 상장할지가 관심거리로 부상했다. 일각에서는 ARM상장을 예상했지만 유동성 확보가 발등의 불로 떨어진 손 회장은 결국 ARM매각을 택했다. 기업가에게 ‘꿈과 야망의 씨앗’을 매각하는 것은 피눈물이 나는 일이다. 궁금한 것은 GPU시장의 선두주자 엔비디아는 ARM을 사서 어떻게 활용하려고 할까다. 엔비디아는 최근 3~4년간 정신없이 인공지능(AI)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여왔다.

◆ 거래가 성사된다면 스마트폰업계와 크라우드서버칩에 영향력…반독점 조사 불보듯

비디오 게임용 그래픽칩(GPU)공급사로 가장 잘 알려진 엔비디아는 소프트뱅크에 현금과 주식을 결합해 ARM 인수금을 지불하겠다고 말했다. 엔비디아는 4년 전만 해도 주식시장 시가총액이 300억달러에 불과했지만 최근 인공지능(AI)애플리케이션 성공과 PC게임용 칩의 대성공으로 최근 시총이 인텔보다 높은 3000억달러에 이르고 있다. 만약 규제당국의 승인을 받아 거래가 성사된다면 엔비디아는 즉시 스마트폰 기술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업체 중 하나로 변신할 수 있게 된다.

그러나 이 거래는 전 세계 반독점 당국의 엄중한 조사를 촉발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거래에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있는 ARM의 영향력있는 고객으로는 삼성전자, 애플, 아마존, 퀄컴, 화웨이, 그리고 간접적 영향을 받을 경쟁사 인텔을 꼽을 수 있다. 이유는 간단하다. ARM은 자사의 기본 칩디자인을 고객사의 칩디자인으로 바꿀 수 있도록 허가해(라이선싱) 주는 비즈니스 모델로 사업해 왔다. 그리고 그 ARM의 원천 설계는 오랫동안 대부분의 스마트폰기기용 컴퓨터 기술(애플, 삼성,퀄컴 등의 AP)을 정의해 왔다. 또한 ARM 디자인은 클라우드 데이터 센터에서 더 큰 역할을 하기 시작하고 있다. 여기에 해당하는 업체들이 위에 열거한 업체들인 것이다.

이번 인수로 엔비디아는 모바일 칩과 심지어 클라우드센터에 들어가는 서버용 칩 시장에 진출할 길이 열리게 된 셈이다. 한마디로 스마트폰칩과 데이터 센터용 칩 시장 재편을 가져올 불씨가 될 거래로 읽힌다.

◆ 규제당국의 면밀한 독점 문제가 불거질까?

엔비디아가 13일(현지시각) ARM인수에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지난 2016년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이 ARM을 인수했을 때만 해도 ARM은 모든 라이선스를 가진 업체들에게 동등한 대우를 해주는 독립기업으로 널리 인식됐다. 그러나 이제 모바일 제조업체와 데이터센터에 서버를 사용하는 업체 경영진과 분석가들은 엔비디아가 자사소유의 ARM으로부터 기술 지원을 받을 경우 다른 사업자에 비해 자사 칩 사업에 부당한 이익을 줄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젠슨 황 엔비디아 CEO가 인수발표를 하면서 ARM을 예전처럼 운영하겠다고 직원들과 약속한 것도 이를 의식한 제스처라고 볼 수 있다. 그는 이날 엔비디아 직원들에게 보낸 서한에 “ARM 시장의 비즈니스 모델은 눈부시다(brilliant). 우리는 오픈 라이선스 모델과 고객 중립성을 유지해 전 세계 어느 산업에서든 고객에게 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다”라고 썼다. 엔비디아는 또 영국 케임브리지의 ARM본사를 그대로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젠슨 황은 자신과 사이먼 시거스 ARM CEO가 함께 만난 영국 관리들이 이 회사의 확장 계획에 대해 기뻐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거래는 이미 영국에서 일부 비판에 직면해 있다. ARM 공동 설립자인 헤르만 하우저는 “미국 기업의 ARM 인수는 영국의 실직으로 이어질 것이며 ARM 반도체 기술을 사용하는 기업들은 향후 미국의 대중국 조치에 취약할 것”이라고 말했다. 기술이 미국과 중국의 지정학적 격전지가 되면서 트럼프 행정부는 미국 기업들이 중국에 수출할 수 있는 기술을 제한하는 조치를 취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우저씨는 14일 오전 BBC ‘투데이’ 프로그램에 출연해 “(ARM매각은)케임브리지시, 영국, 유럽에 절대적인 재앙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 거래조건과 구성액은?

엔비디아, 소프트뱅크, ARM이사회가 승인한 거래 조건에 따르면 ARM매각 대금 400억 달러의 구성은 다음과 같다. 엔비디아는 소프트뱅크에 주식 215억 달러와 현금 120억 달러를 지불하며, 여기에는 서명 시 지불해야 할 20억 달러가 포함된다. 소프트뱅크는 ARM이 특정 재무 목표를 충족할 경우 최대 50억달러의 현금이나 보통주를 받을 수 있다. 엔비디아는 ARM 직원들에게 15억 달러의 지분을 발행할 예정이다.

소프트뱅크에게 있어 이번 거래는 손정의 사장이 기대했던 이익을 창출하지 못한 320억 달러 인수에서 상당히 벗어난 것이다. ARM은 예상대로 여러 종류의 인터넷 연결 장치에 밀어 넣었지만, 고용 등에 대한 지출로 수익은 오히려 쪼그라들었다.

손정의 회장은 성명에서 “소프트뱅크는 엔비디아 대주주로서 암의 장기적 성공에 투자하게 돼 흥분된다”고 밝혔다.

◆ 엔비디아는 이미 클라우드 서버용 칩에도 눈 돌리고 있었다

손회장은 바둑으로 치면 50수 앞을 내다보고 산 ARM을 결국 엔비디아에 매각했다. 사진은 손정의 회장과 ARM. 사진=ARM

엔비디아로선 이 거래를 통해 수십 년 동안 인텔과 같은 거대 반도체 기업의 그늘에서 일하던 회사를 실리콘밸리의 핵심 기술 방향을 설정하는 회사로 끌어올릴 수 있게 된다. 젠슨 황은 일찍이 컴퓨터 그래픽이 인텔에 의해 대중화된 종류의 범용 프로세서에 의해 잘 처리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엔비디아는 주로 PC에 연결된 추가 회로 기판을 통해 전문 가속기 칩을 추가하는 사업을 벌였다. 황 회장은 이어 과학용과 AI용에 응용할 수 있도록 칩을 수정하고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데 돈을 걸었다.
그는 이번 딜에 대해서는 “엔비디아의 AI·GPU 기술이 ARM의 생태계와 결합해 지적재산권(IP) 포트폴리오를 확대하는 데 도움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엔비디아가 ARM 아키텍처에 AI 가속에 필요한 텐서코어같은 AI IP를 투입한다는 의미로 읽힌다. 또 다른 공격적인 움직임으로는 지난 4월에 체결된 거래에서 이스라엘의 네트워킹 칩 제조업체인 멜라녹스를 70억 달러에 인수키로 결정한 것을 들 수 있다.

그는 지난 8월 분석가들에게 “클라우드 서비스가 점점더 단일 서버에서 운영되지 않고 있기 때문에 멜라녹스 인수는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그는 “대신 데이터 센터의 다양한 칩과 시스템에 애플리케이션의 일부가 분산되어 있어 기기 간 통신이 점점 더 많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는 엔비디아가 네트워킹 기술 및 데이터 센터의 주요 구성 요소를 제어하는 데 큰 관심을 가지고 있음을 반영한다. 이 때문에 관련 업계와 증시분석가들은 엔비디아에 대해 “ARM 인수를 계기로 모바일칩은 물론 서버칩시장(인텔이 세계시장 80% 점유)에 대한 도전으로 확대하고 있다”고 해석한다. 젠슨 황 회장은 지난달 컨퍼런스콜에서 “CPU는 이제 데이터 센터 전체”라며 “우리는 컴퓨팅 기업으로서 데이터센터 규모 기업이 돼야 한다는 점을 인지했다”고 말했다.

◆ “AI시대 최고의 컴퓨터 기업될 것”

젠슨 황 CEO는 이 거래 협정으로 “AI 시대를 맞는 세계 최고의 컴퓨터 회사가 탄생하게 될 것”이라며 “이 기술을 데이터센터를 넘어 ‘에지 컴퓨팅’이라고 알려진 모델의 분산 기기에 도입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엔비디아가 “ARM 서비스를 이용해 처음으로 자체 기술 일부를 다른 회사에 라이선스하기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엔비디아는 미국, 영국, 유럽연합(EU), 중국의 규제 승인을 전제로 약 18개월 안에 거래가 끝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 결국 엔비디아는 스마트폰칩과 데이터센터 서버칩으로 갈 수밖에

젠슨 황 엔비디아 CEO는 포브스와의 인터뷰에서 ARM 인수 후 최우선 과제는 “ARM의 방대한 네트워크를 통해 엔비디아 기술을 도입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ARM이 현재의 라이선스 모델을 바꿀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블룸버그통신은 “황 회장은 엔비디아가 인수를 위해 많은 돈을 쓰고 있으며 고객들을 따돌릴 만한 어떤 일도 할 동기가 없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엔비디아는 단기적으로는 ARM이 중립적 기술 제공자로 유지될 것이라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ARM본사를 계속 영국 캠브리지에 두고 엔비디아가 그곳에 새로운 AI 연구소를 건설하는 데 투자할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엔비디아가 이번 인수를 AI 컴퓨팅의 다음 단계를 설정하는 것으로 포지셔닝하고 있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지금까지 살펴봤듯 엔비디아와 ARM 모두가 궁극적으로 스마트폰에서 대형 서버에 이르기까지 ARM 칩에서 구동할 수 있는 AI 소프트웨어가 성장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고 있다. 각국 규제 당국의 반응이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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