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호화폐 열풍으로 흥했던 그래픽카드 시장의 위기


과거 단순히 게임을 즐기는데 썼던 그래픽카드는 이제 다양한 영역에서 가치를 인정받고 있습니다.

지난 2년 가량 PC 시장 전반의 핵심 키워드는 ‘암호화폐’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 중 시장의 폐해가 극심했던 분야는 아마 그래픽카드가 아니었을까 싶은데요. 지포스 RTX 30 시리즈는 물론이고 라데온 RX 6000 시리즈 그래픽카드 중 인기 제품은 시장에서 보기 어려울 정도로 귀한 물건이 되어버렸습니다. 따라서 자연스레 가격 왜곡현상이 발생했고 실제 게임 및 개인 작업 등에 사용하고자 했던 소비자는 분통을 터뜨릴 수밖에 없었습니다. 원하는 제품을 제 가격에 구매하지 못했기 때문이었죠.

당연히 분노는 우리나라 PC 부품 유통 구조 및 채굴장으로 향했습니다. 수입사와 총판, 도소매점으로 이어지는 과정에서 붙는 유통 마진, 입고되는 즉시 물건을 쓸어가는 것 같아 보이는 채굴업자가 시장을 다 망치는 듯한 느낌이었죠. 아주 틀린 말은 아닙니다. 유통가가 이를 막으려고 해도 다양한 방법을 동원해 제품을 쓸어갔다는 것은 시장에서 공공연히 도는 이야기입니다.

따라서 제조사가 적극적으로 개입해야 되는 것이 아니냐는 의견이 나왔고 결국 움직였습니다. 실제 엔비디아는 암호화폐 채굴을 위한 명령어가 인지될 때 해당 성능을 낮추는 기능을 추가했습니다. 이른바 ‘저해시율(LHR – Lite Hash Rate)’이 대표적인 예입니다. 지포스 RTX 3060급 이상 제품에는 LHR이 적용되어 채굴업자가 제품에 대한 매력을 느끼지 못하도록 유도했고, 별도로 CMP(Cryptocurrency Mining Processor)라는 채굴 전용 가속기를 선보이기도 했습니다. 반면, AMD는 이를 특별히 막지 않았죠.

문제는 그 이후입니다. 무분별하게 판매된 제품이 그대로 쓰이면 상관이 없겠으나 일부 그래픽카드는 중고 시장에 쏟아지고 있으며, 기존 재고들과 뒤섞이면서 시장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게다가 차세대 그래픽카드까지 합류하면서 상황은 더욱 좋지 않은 방향으로 흘러가는 것처럼 보이는데요. 그 이유는 무엇일까요?

‘반도체 수급+공급 불균형+이기심=?’ 터져버린 그래픽카드 시장


반도체와 관련 부품 수급이 코로나-19 여파로 원활하게 진행되지 못했습니다.

흔히 알려진 사실이지만 그래픽카드 가격이 상상을 초월하게 된 이유는 수요와 공급의 불균형 때문입니다. 다만 그 내면을 살펴보면 불편한 부분이 상당했지요. 전 세계적인 악재와 함께 공급선의 이기심까지 더해졌으니 말이죠. 그 피해는 고스란히 소비자가 짊어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래픽카드는 프로세서와 달리 여러 부품을 수급해 조립하게 되는데요. 그래픽 프로세서는 기본이고 비디오 메모리와 디지털화된 전원부 등을 기판 위에 탑재하는 식이죠. 어느 하나 수급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 출고가 어렵습니다. 지금도 마찬가지지만, 지포스 RTX 30 시리즈 및 라데온 RX 6000 시리즈는 코로나-19 감염병 여파가 극심할 때 출시됐습니다. 당시에는 코로나-19 감염자가 급증하면서 공장 가동이 멈추기 일쑤였고, 결과적으로 부품과 제품 수급이 원활하지 못했습니다.


가치를 인정받은 그래픽카드는 엉뚱하게 암호화폐 채굴 시장에서도 각광을 받았습니다.

상황은 이런데 수요는 곳곳에서 발생했는데요. 암호화폐 가치가 상승하면서 채굴이 각광받았고 고성능 제품부터 중급 제품까지 싹쓸이하는 상황이 발생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인공지능 학습에 관심을 갖는 대학 및 연구소에서 값비싼 전문가용 그래픽카드를 대신해 고성능 게이밍 그래픽카드를 찾았죠. 가뜩이나 부족한 공급은 더욱 심각한 수준으로 확대됩니다.

게이머를 시작으로 암호화폐 채굴과 인공지능 학습 등 곳곳에서 찾는 이는 많은데 공급은 부족하니 가격은 자연스레 상승합니다. 안타까운 점은 일부 판매처가 제품을 보유해 놓고 출고하지 않는 듯한 상황도 포착됐다는 것입니다. 수요과 공급, 유통망의 이기심 등 여러 이유가 겹치면서 그래픽카드 가격이 급격히 높게 형성됐고 자연스레 소비자 구매에 영향을 주는 결과로 이어졌습니다.

기껏 안정화되는가 싶었으나 채굴 열풍 식으니…


암호화폐 채굴은 그래픽카드 공급과 수요의 불균형을 가져왔습니다. 암호화폐 채굴이 쉽지 않은 현 상황에서는 채굴에 쓰인 그래픽카드가 중고 시장에 쏟아져 나오는 중입니다.

그래픽카드 가격이 상상을 초월해도 그 현상이 계속 지속되는 데에 한계가 있습니다. 높은 가격에 계속 구매해 줄 소비자가 적은데다, 부족한 공급은 시간이 지날수록 개선되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수급 불균형은 어느 정도 해결되는 모습을 보여줬는데요. 200만 원 이상 호가하던 지포스 RTX 3080 및 라데온 RX 6900 등 하이엔드급 그래픽카드가 올 초에 100만 원대 초반 수준으로 거래되며 어느 정도 안정화됐으니까요.

가장 큰 수요를 차지했던 암호화폐 채굴 시장도 큰 수입원 중 하나였던 이더리움의 개발자의 증명방식 변경 업데이트를 통해 더 이상 채굴을 지원하지 않을 것으로 결정하게 되었습니다. 결국 채산성을 고려한 채굴 시장이 그래픽카드 신규 구매를 꺼리게 되었습니다. 큰 수요층이 사라지게 되었고 동시에 지난 2월 하반기에 우크라이나를 침략한 러시아에 대한 미국과 서방국가의 제재가 이뤄졌습니다. 엔비디아 또한 러시아에 제품 판매를 중단하기로 결정했고, 관련 물량이 우리나라를 포함한 타 국가에 재배정되면서 공급의 숨통이 트이기 시작했고, 천천히 가격 안정화를 유도했습니다.

그러나 이것이 끝은 아니었습니다. 채산성이 나오지 않는 암호화폐 채굴장 일부가 사업을 정리하고 사용하던 그래픽카드를 무더기로 처분하면서 시장이 혼란에 빠지게 된 것이죠. 어느 정도 예견된 부분입니다만, 시장에 영향을 주고 있는 것은 분명한 사실입니다. 신제품보다는 약간의 위험을 안더라도 확실히 저렴한 채굴 그래픽카드에 눈길을 주게 된 것이죠.

현재 게이머들 사이에서 인기를 얻는 제품은 지포스 RTX 3070급 이상 하이엔드가 대다수를 차지합니다. 다만 수요가 한쪽에 치우쳐 있는 상황인데요. 이는 가격 불균형 때문입니다. 세계 경제의 악화와 환율 상승 등으로 그래픽카드 가격이 크게 상승하며 수요를 확실하게 꺾었기 때문이죠. 여기에 지포스 RTX 4090이 출시됐고, RTX 4080도 합류할 예정입니다. 그러니까 고성능 및 초고성능 제품군은 채굴 중고와 차세대 제품이 양분하는 모양새가 되었습니다.


게이머는 고성능 제품을 합리적으로 구매하길 원하는데요. 현 상황에서는 선택지가 제한적입니다.

중급 그래픽카드도 상황이 좋은 것은 아닙니다. 초고성능 제품군은 환율의 영향을 받아도 성능에 따른 수요가 분명히 존재합니다. 반면, 중급 혹은 입문형 그래픽카드는 구매 가격에 비교적 민감하게 받아들이는 편입니다. 시스템 전체의 가격을 중시하는 소비자가 많으니까요. 그러나 환율 상승 여파로 제품 가격이 동반 상승하면서 매력을 잃어버린 상황입니다.

큰 문제 일단락됐지만, 이후에는?

그래픽카드 공급 문제 자체는 어느 정도 해결이 되었습니다. 차세대 제품으로 한정한다면 아쉬운 부분이 있지만, 총량으로 봤을 때 해결이 된 상황이라는 이야기입니다. 선택지도 다양합니다. 가격 상관없이 오로지 성능 하나로 본다면 차세대 그래픽카드를 선택하면 되고, 그게 아닐 경우에는 현재 시장에 유통되고 있는 제품을 선택하는 방법이 있으니까요.

다만 큰 변수가 있습니다. 세계 경제에 빨간불이 들어온 것과 올해 초와 달리 너무나도 상승해버린 환율이 그것입니다. 물류도 아직 해결되지 않았고요.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전쟁도 끝나지 않았습니다. 이 영향으로 그래픽카드 및 여러 PC 부품의 가격이 인하되어도 기존과 다르지 않거나 오히려 올랐습니다. 소비자에게 부담되는 상황은 끝나지 않았음을 의미합니다. 과연 언제쯤 소비자는 마음 놓고 원하는 그래픽카드를 구매할 수 있을까요? 국내외 여러 문제들이 해결되기를 바라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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