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10명 중 1명? 이제 제발 놓아주세요 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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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불십년이라고 했는데, 이 웹 브라우저가 왕좌의 자리를 지킨지 10여년 가까이 된다. 하지만 수명은 훨씬 길다. 대략 25년쯤 살고 있다. 이제 인공호흡기를 떼고 영면에 들어야 하는데, 우리나라 사람들 중 아직 이 웹 브라우저를 놓아주지 않는 사람들도 있다. 인터넷익스플로러(IE)다.

2000년 초반 시장 점유율 95%를 차지했던, 우리나라에서는 ‘인터넷=익스플로러’라는 공식을 만들었던 웹 브라우저가 곧 수명이 다한다. 마이크로소프트는 IE 11 버전을 마지막으로 새로운 IE를 만들지 않기로 했다. 2021년 8월 17일부터는 IE 11 지원 중단을 예고하기도 했다. 보안 등 기술 지원은 윈도 OS 버전 지원 여부에 따라 조금씩 차이가 있다.

MS가 IE가 끼고 있던 인공호흡기를 떼려는 건 당연한 일이다. 이미 새로운 간판 웹 브라우저 ‘엣지’가 있기 때문이다. 최근 크로미움 기반 엣지를 개발하면서 점유율 확대를 노리고 있다. 구글 크롬에 세계 웹 브라우저 시장의 왕좌를 내준 MS가 엣지로 재기를 노리는데, IE는 골치거리다. IE가 숨을 쉬고 있으면 여기에 기술 지원 등 다양한 자원이 투입될 수밖에 없다. 엣지로 크롬 따라잡기 바쁜데, IE를 붙잡고 있으려니 답답한 노릇이다. 그래서 IE를 엣지로 바꾸라고 열심히 노래를 부르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IE는 좀 더 특별한 존재일까. 웹 브라우저를 사용하는 우리나라 사람 10명 중 1명은 여전히 IE를 떠나보내지 못하고 있다. 10% 정도에 불과하지만 세계 평균과 견주면 4배나 많은 비중이다.

시장조사기관 스탯카운터에 따르면, 9월 기준 우리나라 데스크톱 웹 브라우저 시장점유율 중 IE는 10.33%에 달한다. 세계 평균 IE 점유율이 2.5%다. 비중으로 따지면 4배 이상 많다. 국가별로 비교해도 역시 우리나라 사람의 IE 사용 비중은 상당하다. 미국은 4.86%, EU 2.55%, 중국 4.95%, 일본 8.74%다. 일본이 좀 높은 편이긴 하지만, 우리나라는 그보다 더하다.

우리나라는 왜 이렇게 IE 점유율이 높을까. 정보기술(IT) 분야 최상위 국가라 자부하는데 비해 오래된 웹 브라우저를 포기하지 못하는 특별한 이유가 있을까. 우선 OS를 봤다. 구버전의 윈도를 사용하면서 엣지 대신 IE 접근성이 좀 더 높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에서다.

우리나라 윈도 10 점유율은 84.37%였다. 세계 평균 74.99% 보다 높다. 즉 최신 버전의 OS 전환율은 뒤처지지 않는다는 의미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정’이 많아서 IE와의 인연을 소중히 여기지 않는다면, 역시 원인은 ‘그것’ 밖에 없다. 이제는 인터넷 시장에서 이름을 부르기도 꺼려지는 그것. 바로 액티브X다.

한때 우리나라는 액티브 X 공화국이었다. 이건 부정하기 힘든 사실이다. IE에서 애드온 형태로 다른 프로그램을 쉽게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객체지향적 인터페이스 기술. IE 시장 점유율이 한창 높을 때 우리나라는 민간과 공공을 가리지 않고 이 액티브X를 활용했다.

액티브X가 없으면 공공기관의 전자정부 시스템도 제대로 활용하기 어려웠다. 인터넷 뱅킹, 은행 업무를 보는데도 큰 제한이 있었다. 보안 강화를 위해 설치해야 하는 프로그램만 늘어났고, 온라인 게임 또한 액티브X 없이는 제대로 돌아가지 않았다. 일부는 웹 브라우저가 IE가 아니면 막히는 경우도 존재했다.

IE의 시장 점유율을 따지고 보면 효과적인 방식이었을 수도 있다. 하지만 너무 의존했고, 그만큼 웹 표준과는 거리가 멀어졌다. 그만큼 초기 투자에만 열을 올리고 시대를 따라가지 못하면서 비판을 면하지 못했다. 사실 이런 IE 의존적 인터넷 환경 때문에 사파리 웹 브라우저를 사용하는 애플 유저나 리눅스 유저는 가상머신을 돌리거나 윈도 듀얼 부팅을 하게 하는 등 기형적 사용 환경을 만들어내기도 했다. IE가 다양한 웹 브라우저뿐만 아니라 윈도 외 OS 진입도 가로막은 셈이다.

특히 웹 접근의 보편성을 보장해야 할 공공 분야에서 액티브 X에 목을 매다 보니, IE 연명 기간이 더 늘어났다. 우리나라에서는 2016년 처음으로 크롬이 IE 점유율을 제치고 시장 점유율 1위로 올라섰지만, 강제로라도 IE를 써야 하는 상황은 지속됐다. IE 우회법을 잘 모르는 인터넷 초보자들도 결국은 한 번이라도 IE를 사용할 수밖에 없었다. 이런 실정이 계속돼 2020년에도 IE 시장점유율 10% 이상이라는 기현상을 만들어 낸 것이다.

정부는 뒤늦게라도 액티브 X를 걷어내고 공인인증서 의무 사용을 폐지하기로 했지만,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행정안전부가 7월 발표한 공공 웹사이트의 액티브 X 등 플러그인은 총 3889개 중 3175개를 제거했다고 밝혔다.

상당수 제거 작업이 진행됐지만, 여전히 714개는 남아 있는 상황이다. 정부는 연말까지 모두 제거하겠다고 밝혔지만, 제거하지 않고는 안되는 상황이니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10년이 넘는 기간 동안 우리나라 인터넷 환경의 ‘독자적인 표준’이었던 IE와 액티브X 조합이라면 세계 평균보다 4배 많은 IE 시장 점유율이 이해가 될 법하다. 아무리 10명 중 7명(70.36%)은 구글 크롬을 사용한다고 하더라도 액티브 X와 IE만 지원되는 웹 환경이 100% 사라지지 않는 한 개발사도 떠나보내고 싶어 하는 IE는 쉽게 잠들지 못할 것이다. IE를 고집하는 10명 중 1명을 ‘올드’하다고 뭐라고 할 상황이 아니다.

하지만 이제 정말로 때가 된 듯하다. MS가 IE 떠나보내기 위해 또 카드를 던졌다. MS는 11월 엣지 정기 업데이트와 함께 IE가 특정 사이트를 들어가는 것을 막기로 했다. 유튜브를 포함해 인스타그램, 트위터, 야후 메일 등 총 1156개 사이트가 대상이다.

이 사이트에는 IE로 접근할 수 없다. 만약 IE에서 이 사이트에 들어가려면 엣지가 강제적으로 실행하면서 웹 사이트를 보여줄 것이다. 고육지책이지만 MS는 이렇게라도 IE를 떠나보내고 싶어 한다. 각종 보안과 개인 정보 취약점, 호환성 문제로 욕을 얻어먹을 바에야 강제로라도 엣지를 가동하는 게 더 낫다는 판단이 깔린 듯하다.

그렇다. 한때는 인터넷 세상으로 들어가는 친절한 문지기였던 IE를 이제는 진짜 보내줘야 한다. 이용자 뿐만이 아니라 인터넷 환경을 구축하는 공공과 민간 모두에게 해당되는 말이다. 그리고 제발 글로벌 스탠더드도 염두에 두자. K로 시작하는 우리나라만의 고유함과 독특함을 강조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인터넷과 같은 환경은 세계 표준을 제대로 따르지 못하면 갈라파고스가 되기 쉽다. 만약 IE가 마지막으로 유언을 남긴다면 이렇게 말하지 않을까. “함께 해서 즐거웠어. 이제 제발 날 놓아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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