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을 줄 모르는 ‘GIF’ 발음 논란

흔히 ‘움짤’로 불리는 움직이는 이미지는 웹서핑에 즐거움을 준다. 정지된 순간을 담은 이미지와 살아 움직이는 동영상 그 중간 어딘가에 위치한 움짤은 쉽게 침범할 수 없는 존재감을 가진다.

(출처:Sony)

움직이는 이미지는 보통 ‘GIF(Graphics Interchange Format)’ 포맷으로 만들어진다. GIF는 1987년 컴퓨터과학자 스티브 윌하이트(Steve Wilhite)가 파일 용량을 줄이기 위해 개발한 이미지 압축 포맷이다. 2년 뒤에 발표한 버전인 ’89a’부터는 이미지 여러 장을 연결해 마치 움직이는 것처럼 구현할 수 있게 했다.

(출처:Election2020)

1990년 ‘월드와이드웹(WWW)’이 발표됐고 인터넷 대중화와 함께 본격적으로 GIF가 사용되기 시작했다. 비슷한 기술의 도전을 받기도 했지만, GIF만의 매력이 너무도 확실했기에 지금껏 식지 않는 인기를 보여주고 있다. GIF는 어느덧 세계 표준이 됐다.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도 주요 소통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

GIF의 영향력을 잘 보여준 사례도 있다. 2013년 설립된 유명 GIF 공유 사이트 ‘기피(GIPHY)’는 3년 만에 기업가치가 6억 달러(약 6420억원)를 육박했다. 페이스북은 기피의 성장을 눈여겨보고 있었다. 2015년 기피 인수에 뛰어들었으나 거절당한 아픈 과거가 있다. 그러다 몇 달 전 페이스북은 4억 달러(약 4456억원)에 기피를 인수하는 데 성공한다.

놀라운 대안 기술이 나오지 않는 이상 GIF와 함께하는 시간은 길어질 것이다. 하지만 GIF가 계속 쓰이는 한 짊어지고 가야 할 논쟁거리가 있다.

이제 질문 하나를 던질 때가 됐다. 당신을 ‘GIF’를 어떻게 읽는가? 대개 “지아이에프”라고 읽을 것이다. GIF가 약어인 것을 알고 알파벳 하나하나 발음하다 보니 정착된 발음으로 추정된다. 네이버 영어사전에서는 GIF를 “지프”로도 설명하고 있지만 아무래도 “지아이에프”가 익숙하다. 의심할 필요없이 으레 그렇게 불러왔다. 고작 발음을 두고 이렇게 따지는 건 이상한 일이다. 그런데 밖으로 눈을 돌려보면 분위기가 사뭇 진지한 것을 알게 된다.

영어권에서는 GIF 발음을 두고 여전히 논쟁 중이다. 그것도 33년 동안 이어져 오고 있다.

GIF 발음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기프(ghif)”와 “지프(jiff)”. 옥스퍼드, 메리엄-웹스터 영어사전은 두 발음 모두 맞다고 설명하고 있으며 케임브리지 영어사전은 “기프”로 표기하고 있다.

GIF 개발자인 스티브 윌하이트는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옥스퍼드 영어사전은 두 발음 모두 받아들였다. 그들은 틀렸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윌하이트가 GIF를 “지프”로 읽어야한다는 주장에는 다 이유가 있다. 미국 땅콩버터 1위 브랜드 ‘지프(Jif)’를 보고 GIF를 생각해냈기 때문이다. 이를 상기하기 위해 지난 2월 땅콩버터 지프는 Jif라는 기존 브랜드 이름 대신 Gif로 변경한 특별판을 출시해 이목을 끌었다.

“It’s pronounced “JIF” NOT “GIF”” (출처:Webby Awards)

그래도 답답했는지 스티브 윌하이트는 직접 공개된 자리에서 어떻게 읽어야 하는지 친절하게 알려주기도 했다. 그는 2013년 세계 최대 디지털 어워드인 ‘웨비 어워드(Webby Awards)’에 참석해 GIF를 읽는 방법을 다시 설명했다. 무대에 오른 윌하이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대신 대형스크린에 짧은 한 문장 띄워 보여줬다. “”기프”가 아니라 “지프”로 발음된다(It’s pronounced “JIF” NOT “GIF”)”라는 문장이었다.

개발자의 설명도 들었으니 발음 논란은 종지부가 찍어지는 듯했다. 하지만 윌하이트의 노력에도 큰 변화는 없었다. 비유하자면 모두가 “짜장면”을 말하는데 홀연 개발자가 나타나 외롭게 ‘자장면’을 외쳐본들 이미 때는 놓친 경우라고 해야 할까. 대다수 사람들은 이미 “기프”라는 발음에 익숙해져 있었다.

(출처:Mashable)

미국 IT매체 매셔블(Mashable)은 191개국 3만 706명을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 “기프”가 더 많이 사용되는 것으로 조사했다. 설문참가자 70%는 “기프”, 30%는 “지프”로 발음하고 있었다. 해당 설문조사에서는 GIF처럼 발음 논란이 있는 다른 단어도 다루고 있어 흥미롭다. 리눅스(LINUX)는 “라이넉스”, 밈(meme)은 “미미”, 와이파이(Wi-Fi)는 “위피”로 발음하는 사람도 적지 않을 것을 알 수 있다.

GIF에서 G가 그래픽(Graphics)에서 따온 것을 근거로 해 “기프”로 발음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고 선물이라는 뜻을 가진 Gift와 비슷하기에 “기프”가 맞다는 의견도 있다. 단순한 접근 방식이지만 나름의 설득력이 있다.

(출처:Friends)

GIF 발음 논란은 끝나지 않았다. 지금이야 한쪽이 우세하지만, 나중 일은 모르는 법이다. 아무리 맞다고 해도 사람들이 받아들이지 못한다면 언어는 생명력을 가지지 못한다. ‘한 단어, 두 발음’ 구도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테크플러스 에디터 나유권

tech-plu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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