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re

    딥페이크의 유쾌한 활용법

    - Advertisement -

    ‘딥페이크’라는 단어를 들으면 ‘범죄’가 먼저 떠오른다. 인공지능(AI)을 이용해 컴퓨터로 합성 혹은 제작한 이미지와 영상을 진짜처럼 보이게 하는 기술인데, 어두운 측면이 세상에는 더욱 부각되고 있다. 가령 인기 연예인 등 유명인사의 얼굴을 합성한 가짜 성인물이나 정치인들이 사실과 다른 이야기를 하는 가짜 뉴스 등이 대표적이다. 딥페이크의 악용 사례가 많다 보니 세상의 시선도 곱지 않다.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가 올 2월 발간한 이슈리포트에 따르면, 2019년 9월 기준 1만4678건의 딥페이크 영상 가운데 성인물이 가장 많았다. 전체 96%를 차지했는데, 딥페이크 영상 10개 중 9개 이상이 성인물이라는 의미다. 연구소가 딥페이크 영상이 확산된 최근 2년간 소셜 빅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딥페이크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긍정 인식 대비 3배 이상 강하게 나타났다.

    AI 기술의 산물 중 하나인 딥페이크가 처음부터 이러한 오명을 가진 건 아니었다. 연구소의 감성 분석 결과, 딥페이크가 퍼진 초기에는 즐거움에 대한 감정이 컸다고 한다. 점점 시간이 지날수록 즐거움과 관련된 감정이 감소하고 슬픔과 두려움에 대한 감정이 증가 추세를 보이는데, 여전히 이 ‘즐거움’을 강조하는 딥페이크 활용 사례 또한 많다. 즉 엔터테인먼트적 성격을 강조하며 유희로 딥페이크를 소비하는 것이다. 가짜 성인물이나 가짜 뉴스가 아닌 딥페이크의 ‘유쾌한 사용법’이다.

    딥페이크의 유쾌한 사용법은 대개 자신이 좋아하는 배우를 특정 영화나 TV 드라마에 등장시키면서 팬들 사이에 공감을 얻고 있다. 팬들 사이에 새로운 소통 도구로 활용할 뿐 아니라 원작(원본)에 대한 다양한 해석과 평가를 내놓는 방법으로도 주목받고 있다.

    1977년 스타워즈 주인공이 2020년에 등장?

    최근 디즈니TV에서 화제 되고 있는 콘텐츠는 스타워즈의 스핀오프작인 ‘만달로리안’이다. 시즌 2까지 나왔다. 마지막 장면에 스타워즈 시리즈의 주인공인 루크 스카이워커가 등장하는데, 1970년대 영화였던 만큼 당시 배우가 아닌 ‘젊은 배우’ 맥스 로이드-존스가 루크를 연기했다.

    유튜버 Shamook는 최근 이 마지막 장면을 딥페이크로 편집한 영상을 공개했다. 1분 30초 정도의 짧은 영상이다. 영상에서는 루크 스카이워커 등장 장면이 두개로 나눠진다. 왼쪽은 오리지널이고, 오른쪽은 딥페이크다. 대충 보면 큰 차이를 못 느끼겠지만, 오른쪽에 등장한 딥페이크 영상에서는 맥스 로이드-존스가 아닌 다른 사람이 루크를 연기하고 있다.

    바로 마크 해밀이라고 하는 미국 배우다. 1951년생인 마크 해밀이 젊은 루크를 연기했다고 의문을 가질 수 있다. 물론 딥페이크다. 하지만 이 영상은 스타워즈 팬 사이에서 큰 공감을 얻었다. 마크 해밀은 바로 1977년 27세 나이로 스타워즈 주인공 루크 스카이워크를 연기했던 인물이기 때문이다.

    2017년 개봉한 스타워즈 : 라스트 제다이에서 마크 해밀이 루크 역을 맡은 적 있지만, 이는 나이가 든 루크였다. 하지만 이 딥페이크 영상에서는 젊은 시절 마크 해밀이 그대로 나온다. 영상을 본 이들은 딥페이크 영상이 “더 자연스럽고 좋아 보인다” “감동적이며 인상적이다” “디즈니가 이 사람(딥페이크 속 가상 인물)을 채용해야 한다”라는 평가를 내놓기도 했다. 많은 팬들 속에서 ‘오리지널’ 루크 스카이워크에 대한 향수와 그리움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크리스 에반스가 아닌 다른 사람이 ‘캡틴 아메리카’를 연기한다면

    스타워즈 만달로리안 사례가 추억을 자극한 것이라면, ‘팬심’이 특정 배우를 영화나 드라마 작품의 등장인물 반열로 올려놓을 수도 있다. 마블의 캡틴 아메리카와 울버린이 대표적이다.

    우리에게 캡틴 아메리카는 배우 크리스 에반스다. 페이즈가 바뀌어 크리스 에반스가 더 이상 캡틴 아메리카로 등장하지 않을 듯하지만, 여전히 뇌리에 강하게 박혀있다. 하지만 꼭 크리스 에반스의 캡틴 아메리카만 있으란 법은 없다.

    역시 Shamook의 딥페이크 영상이다. 여기서는 어벤져스 속 캡틴 아메리카를 연기하는 게 크리스 에반스가 아니라 드라마 ‘더 오피스’로 유명세를 탄 미국 출신 배우 겸 영화감독 존 크래신스키다. 에밀리 블런트의 남편이기도 하다.

    딥페이크 영상에서는 존 크래신스키가 캡틴 아메리카를 연기했다면 어땠을까라는 의문을 바로 해소시켜준다. 너무나도 자연스러운 움직임에 실제 존 크래신스키가 어벤져스에 등장한 듯한 느낌을 준다. 왜 하필 존 크래신스키였을까.

    존 크래신스키는 한 인터뷰에서 자신이 캡틴 아메리카 배역에 캐스팅될 뻔했다고 밝힌 바 있다. 드라마 더 오피스에 출연할 당시 마블 측과 협의를 진행했고, 캡틴 아메리카 코스튬을 입고 스크린 테스트까지 했다고 한다. 실제 배역은 크리스 에반스가 따냈지만 말이다. 존 크래신스키는 짧은 시간이었지만 매우 즐거운 순간이었다고 한다. 이러한 이야기를 가진 존 크래신스키기에 팬들 사이에서는 존 크래신스키 버전 캡틴 아메리카를 딥페이크 영상으로 짧게나마 볼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비슷한 사례는 또 있다. 울버린이다. 한때 울버린으로 시대를 풍미한 휴 잭맨은 영화 로건을 마무리로 더 이상 울버린으로 등장하지 않는다. 하지만 마블 세계관에서 울버린이 잠깐이라도 등장할 때가 있을 수 있다. 그때마다 휴 잭맨을 다시 섭외해야 할까.

    StryderHD가 유튜브에 올린 영상을 보면, 휴 잭맨을 대체할 다른 배우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걸 알 수 있다. 이 딥페이크 영상에서 울버린을 연기하는 건 반지의 제왕, 스타트렉 리부트 등에 출연한 칼 어번이다. 휴 잭맨과는 색이 다른 울버린을 만날 수 있다.

    딥페이크 개발, 나쁜 이미지 벗고 도움이 될 방향으로 선회해야

    앞선 사례가 특정 역할에 대한 배우의 대체가 핵심이었다면, 그냥 웃음을 유발하기 위한 딥페이크 영상도 있다. 1991년 코미디·가족 영화 ‘아담스 패밀리’의 귀여운(?) 소녀 웬즈데이 아담스가 콧수염이 난 중년으로 바뀐 사례다.

    원작에서는 1980년생인 크리스티나 리치가 어린 시절 연기한 것이 웬즈데이다. 하지만 딥페이크 영상에서는 미드 팍스 앤 레크리에이션(팍앤레)에 등장한 론 스완슨의 얼굴이 그대로 웬즈데이에 ‘박혀’있다. 소녀의 얼굴 대신 콧수염을 기르고 주름이 있는 중년 남성의 얼굴로 바뀌어 웃음을 준 것인데, 웬즈데이 아담스의 팬이라면 분노할 수도 있을 것이다. 게다가 목소리까지 중저음의 목소리로 바꿔 영상을 볼 때 웃음 대신 깜짝깜짝 놀랄 수도 있으니 조심해야 한다.

    이러한 딥페이크의 유쾌한 활용법은 AI 기술로 활용할 수 있는 딥페이크의 단편적인 사례일 뿐이다. 가볍게 즐길 수는 있지만, 산업적인 측면에서 딥페이크 기술이 어느 정도 성장할지 가늠하긴 힘들다.

    업계에서는 딥페이크에 활용되는 AI 기술을 활용해 원격 화상회의 솔루션이나 증강현실(AR) 기술을 성장시키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가령 삼성이 개발하는 뉴럴 아바타가 대표적인데, 인공 신경망을 활용해 가상현실(VR)이나 AR의 사용자 경험을 극대화할 수 있다고 평가받는다.

    여러 측면에서 아직 꽃피울 구석이 많은 게 AI가 그중 하나가 딥페이크다. 지금까지 잘못된 활용으로 나쁜 이미지를 뒤집어썼지만, 기술 자체가 ‘악’인 건 아니다. 그러니 인간에게 도움을 주는 방향으로 선회할 필요가 있다. 이제는 ‘양화가 악화를 구축(몰아내고 그 자리를 대신) 할 때’다.

    테크플러스 에디터 권동준

    tech-plus@naver.com

    - Advertisement -

    Recent Articles

    Related Stories

    Enable Notifications    OK No thank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