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있어도 못사는 플스5, ‘귀하신 몸’된 까닭은

소니의 차세대 콘솔 플레이스테이션5(PS5)가 출시됐다. 지난달 12일부터 정식 판매에 돌입했다. 전작보다 업그레이드된 기술력으로 돌아왔다. 오랜만에 돌아온 기기에 대한 기대감도 컸다. 시기가 시기인 만큼 연말, 크리스마스 선물로 인기가 높을 것이 뻔했다. 콘솔게임기 한대면 즐거운 연말 분위기도 낼 수 있다. PS5와 경쟁하는 엑스박스 시리즈 엑스(X)도 그보다 이틀 먼저 시장에 나오면서 게이머들의 가슴을 뛰게 했다. 하지만 막상 두 콘솔게임기가 시장에 나오자 구매를 기다리던 사람들의 입가에서는 웃음기가 싹 사라졌다. 기기가 손에 쥐어지기라도 해야 하는데 구입하는 것부터가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플레이스테이션5 (출처:Sony)

정식 발매 이전에 예약판매가 있었다. 예상했던 대로 사람들이 몰리면서 5분 만에 준비된 물량이 소진됐다. 이후 정식 판매가 시작되고 시간이 조금 흘렀는데도 제품 구매는 하늘의 별 따기다. 상황은 나아지지 않고 제품 구매하지 못한 사람들의 아쉬움은 커지고 있다.

그런데 한국에서만 일어나는 일이 아니다. 일본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일본에서의 콘솔 인기가 식어 최우선으로 고려하는 시장이 북미나 유럽으로 옮겨간 지 오래인데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미국, 호주, 유럽 등 전 세계에서 PS5는 순식간에 팔려나갔다. 많은 이들이 다양한 방법으로 PS5 주문을 시도했지만 대부분 실패했다.

도대체 무엇 때문에 이런 일이 발생하는 걸까?

표면적으로 보면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이유가 크다. 물량이 넉넉했다면 구입을 원하는 모두가 제품을 구입해서 행복하게 게임을 즐기고 있어야 할 것이다. 그런데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기기 수량이 충분히 확보되지 못할 것이라는 예측은 게임업계에 이미 퍼져있었다.

(출처:Sony)

물론 모바일게임 보급으로 콘솔게임기의 위상이 예전 같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PS4가 나오던 시절 모바일 게임 시장이 아니다. 비싼 게임기 대신 접근성 좋은 스마트폰으로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게임을 즐기는 사람이 크게 늘었다. 그럼에도 제품 특성상 발매 초기 전 세계에서 많은 제품이 판매되고 전자기기 판매가 활성화되는 연말 시즌이라는 특수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소니는 PS5 생산에 전력을 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7년 전 출시된 PS4가 첫해 세계 출하량을 500만대로 목표 설정했던 것과는 대조적이다. 특별한 문제가 없다면 2021년 3월 말까지 760만대 이상이 출하될 예정이다.

하지만 지금의 상황을 수요와 공급만의 문제로만 보지 않는 시각이 다수 존재한다.

예약 판매가 끝나자마자 수상한 움직임이 포착됐다. 중고 커뮤니티에는 따끈따끈한 신상 PS5를 판매한다는 글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물건을 받기 전이라 예약 판매 자체를 양도한다는 글도 올라왔다. 역시나 실제 판매 가격에 수십만 원을 붙여 판매하고 있다. 정말 원했던 제품이라면 급하게 물건을 처분할 이유는 없다. 정가에 웃돈을 얹어 제품을 파는 전형적인 ‘되팔이’ 행위다.

메루카리에서 재판매된 PS5

비슷한 일은 일본에서도 발견된다. 일본에서도 PS5 되팔이가 성행 중이다. 판매 가격의 2배에 육박하는 가격에 올라오고 있다. 일본 아이티미디어(ITmedia)는 일본 최대 중고거래 플랫폼 메루카리(mercari)에서 PS5 재판매가 횡행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공식 출시 다음날 정오 기준 무려 1000건의 재판매 글이 검색됐다고 설명했다. 기기 100대를 900만엔에 판매한다는 글도 발견됐다. 인터넷에서는 가격이 안정될 때까지 일정 기간 해당 제품 판매를 제한해야 한다는 의견에서부터 판매 게시물을 삭제해야 한다는 의견들이 올라왔다. 소니는 메루카리 측에 PS5 재판매 방지와 협력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진다. 하지만 메루카리는 제품 판매 제한을 생각하지 않는다고 밝혀 빈축을 샀다. 야후재팬옥션이 PS5를 고가에 판매하는 게시글은 삭제하겠다고 밝힌 것과 다른 조치다.

아마존 재팬에서도 PS5를 높은 가격에 판매하는 글이 있었지만, 지금은 사라졌다. 아마존재팬은 “판매 사업자가 판매 가격을 설정하지만 고객에게 합리적인 가격으로 판매되도록 규약을 마련하고 있다”는 다소 원론적인 입장을 내놨다. 아이티미디어는 아마존재팬 측이 재판매와 관련된 활동을 제한하거나 막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예측했다.

PS5를 찍은 사진만 판매하는 행동도 포착됐다

이런 틈을 노린 황당한 사기 행각도 등장했다. PS5 ‘사진’을 판매한다는 글을 올려 이를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고 콘솔게임기를 구매하는 것으로 착각한 소비자가 사기를 당하는 일까지 벌어진다고 해외 웹진 유로게이머는 보도했다. 구매자는 PS5 사진이 인쇄된 A4 한 장 받는 것이 전부다. 환불도 되지 않는다. 11월 28일(현지시간) 기준 이런 글이 이베이에서 324개가 검색됐다. 이베이는 사용자를 호도하는 기회주의적 판매자들을 규탄한다면서 문제가 되는 판매글을 삭제하는 과정에 있으며 판매자를 상대로 적절한 조치를 취한다고 밝혔다.

재판매 자체가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다. 기준을 설정하는 것이 모호하고 자칫 다른 사업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하지만 지금처럼 되팔이가 제조사와 소비자 사이에 끼어들어 기기 가격을 높이고 이윤을 챙기게 되면 부담은 고스란히 소비자에게 전가된다. 제품을 구매하려 했던 소비자는 생각했던 것보다 더 많은 지출을 하면서 구매를 하게 된다.

꼬리가 길면 잡힌다 했다. 소비자들은 이미 눈에 보이지 않는 누군가의 은밀한 활동을 의심하고 있었는데 그들의 활동이 수면 위로 드러났다. 영국에서 PS5를 대량으로 구매해 판매하는 조직적인 움직임이 포착됐다. 최근 경제매체 비즈니스인사이더는 영국 리셀러 업체 크렙치프노티파이(CrepChiefNotify)가 PS5 3500대를 확보해 실제 가격보다 2배 높은 가격에 판매한다고 보도했다. 사전 예약 때 1000대, 이후 2472대를 추가로 확보했다.

(출처:CrepChiefNotify)

크렙치프노티파이는 자신들의 행동에 대해 “후회하지 않는다”라며 기업이 벌어들인 수익을 자사 SNS에 당당하게 공개하기도 했다. 이들의 행각은 언론을 통해 전파됐다. 얼마 전 영국 온라인쇼핑몰 베리(Very)에서 PS5와 엑스박스 시리즈 엑스 판매를 진행했는데 이곳에서도 어김없이 클렙치프노티파이의 활동이 포착됐다. 기업은 엑스박스 시리즈 엑스 1000대를 구입했다고 전해진다. 베리 측은 판매 이후 바로 대응에 들어갔다. 영국 스카이뉴스에 따르면 베리는 ‘기술상 오류(technical error)’를 이유로 “아주 짧은 시간 동안만 PS5와 엑스박스 시리즈 엑스 콘솔게임기를 주문할 수 있었다”라면서 합법적으로 소비자와 대량 구매를 시도한 조직이 발주한 주문 모두 10일 이내 취소하고 환불을 진행한다고 밝혔다.

크렙치프노티파이의 시작은 운동화 재판매였다. 그러다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유행하면서 소비자의 관심이 차세대 콘솔게임기로 이동하는 것을 목격했고 영역을 확장했다. 해당 기업은 매크로 프로그램을 이용했다고 친절하게 밝히고 있다. 프로그램을 활용하면 판매 대기 시간을 우회하고 대기 순서도 조작하며 사이트를 감시하는 행위가 가능하다. 업계 기술 전문가들이 제기한 매크로 프로그램을 이용한 물건 구매 활동이 증명된 셈이다.

(출처:keengamer)

PS5를 구입하기 위해 월마트 홈페이지에 접속했지만, 판매 시작 시간으로부터 1초도 지나지 않아 이미 수량이 바닥났다는 기이한 경험들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공유되고 있었다. 이런 의문도 이제 해소된다.

보안업체 아카마이의 최고기술책임자(CTO) 패트릭 설리번은 “인간이 인기 제품을 구매하려는 프로그램과 경쟁하는 일은 매우 어렵다”라고 말했다.

되파는 물건은 팔지도 말고 사지도 말자는 제안이 있다. 그런데 하루라도 빨리 새 제품을 만나고 싶은 소비자에게는 가혹한 제안일뿐이다. 그렇다고 근본적인 해결책이 마련된 것도 아니다. 매크로 프로그램 사용을 적발하는 것도 어려울뿐더러 처벌을 위한 법적 근거도 부족하다. 봇의 활동을 완벽하게 차단하는 기술이 나오지 않는 이상, 앞으로도 공급은 적고 수요가 많은 제품이 판매되는 곳에는 어김없이 재판매를 일삼는 무리들이 접근할 것으로 보인다.

마이크로소프트 엑스박스 게임 총괄부사장 필 스펜서는 2020년 봄까지 엑스박스 시리즈 엑스 수량 부족은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4~6개월 후에나 생산 속도가 개선되고 수요에 맞게 생산이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 PS5 생산도 이와 비슷할 것으로 예측된다. 비록 마음은 급하더라도 차분히 기다릴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테크플러스 에디터 나유권

tech-plu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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