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생존하려면 AI로 체질부터 바꿔야”…SBA AI&DT 2020 열려

대문 앞에 붙는 전단지 수가 눈에 띄게 줄었다. 책상 가득 펼쳐 봐야 했던 종이 지도는 언제 봤는지 가물가물하다. 둘 다 멀리 가진 않았다. 언제든 스마트폰을 꺼내 손안에서 열어볼 수 있다. ‘디지털화’라는 기술의 진보가 있어 가능해진 일이다. 전단지에 적힌 음식 메뉴와 지구 표면은 데이터로 변환되고 디지털 기기를 통해 눈앞에 뿌려진다.

디지털화의 힘은 강력하다. 우리는 이미 그것을 알아버렸다. 디지털 전환 속도는 앞으로 더 빨라질 것이다. 서비스 제공자이건 사용자이건 이를 의심하지 않는다.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Digital Transformation)이라는 개념은 자연스럽게 화두로 떠올랐다. 기업도 오래전부터 이를 주목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여전히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이 입에 오르내리는 것은 어쩌면 아직 제대로 정착시키지 못했다는 점을 방증하는 것이기도 하다. 실제 소비자의 기대는 저만치 앞서 나가 있는데 기업은 따라오지 못하는 형국이다. 그래서 지금 더 중요해졌다.

지난 14일 가 개최됐다. 코로나19로 인해 행사는 온라인으로 진행됐다. 서울산업진흥원(SBA) 공식 유튜브 채널인 스바TV에서 실시간으로 송출됐다.

SBA AI&DT 콘퍼런스 2020은 인공지능 기술을 기업에 융합시켜 비즈니스 성공을 이끄는 방법을 모색하는 자리였다. 연사로는 김성훈 업스테이지 대표, 주호재 삼성SDS컨설턴트, 엄태웅 아트랩 대표, 김영균 애자일소다 이사가 참석해 혁신 사례와 인사이트를 공유했다. 그 밖에 서울 유망 스타트업 대표들이 연단에 올라 자사 기술과 AI 솔루션을 소개했다.

발표 내용은 서로 달랐지만, 인공지능을 이용해 기업 혁신을 이뤄야 한다는데 의견이 모였다. 막연히 알고 있던 인공지능 융합과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선명하게 그릴 수 있는 자리였다. 도입에 의구심을 가지는 사람들은 혁신의 가능성을 엿볼 수 있었을 것이다. 현장의 목소리를 정리해본다.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이란?

앞서 연거푸 언급된 단어,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이 단어 뜻부터 알고 넘어가야 한다. 주호재 삼성SDS 컨설턴트는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세상을 디지털로 바꾸는 것”이라고 한 문장으로 요약했다.

주호재 삼성SDS 컨설턴트 (출처:스바TV)

예전에는 데이터가 입력되는 통로는 단 하나뿐이었다. 사용자는 컴퓨터를 이용해 직접 정보를 입력했다. 그게 전부였다. 그러다 모바일 기기가 나타났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가 널리 사용되기 시작했다. 사물인터넷(IoT) 기술 적용 범위는 확장됐고 곳곳에 카메라와 센서가 설치됐다. 데이터 수집 통로는 다양해졌다. 이제 인간의 움직임에서부터 음악, 그림까지 모든 것이 데이터로 저장된다. 물질을 정보의 영역으로 전환하는 ‘디지털화’가 이뤄지는 것이다. 데이터는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이렇게 쌓인 빅데이터를 보관하기 위해 클라우드가 나타났고 처리를 위해 분산 처리 기술이 활용됐다. 하지만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는 데이터를 처리하기 위해서는 결국 인공지능 기술의 힘을 빌려야 하는 단계까지 왔다. 인공지능은 스스로 데이터를 처리하고 분석해 결과를 도출해낸다. 방대한 데이터를 수집하고 이를 인공지능이 능숙하게 처리하면 디지털 트래스포메이션 한 싸이클이 완성된다. 싸이클은 계속 반복된다.

정보가 되는 데이터는 따로 있다

엄태웅 아트랩 대표(출처:스바TV)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의 시작은 데이터다. 그런데 데이터를 쌓는다고 다 정보가 되는 것은 아니다. 마구잡이로 수집한 데이터는 저장공간만 차지하는 쓰레기와 다름없다. 잘 쌓아야 한다. 엄태웅 아트랩 대표는 ‘목적’을 가진 데이터 수집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연구원 시절 대기업의 데이터를 보게 될 기회가 있었다. 막상 이를 가공해서 사용하기에는 부족한 점이 많았다고 회상했다. 데이터는 많을지 몰라도 정보 가치가 있는지 자문했더니 물음표가 그려졌다. 대기업과 일반기업의 차이는 아니었다. 결국, 분명한 목적성을 가지고 데이터를 쌓는 일이 중요하다는 결론에 다다랐다.

비즈니와 AI 융합 왜 해야 해? 효과는?

김성훈 업스테이지 대표는 성공적인 인공지능 기술 도입 사례를 소개했다. 예전에는 명함 속 정보를 사람이 일일이 입력하거나 글씨를 잘라 특정 부분만 처리하는 기술이 이용됐다. 하지만 오류가 많은 방법이었다. 이제는 광학문자인식(OCR) 기술을 이용해 전체 명함을 인식하게 됐다. 속도도 빨라졌다. 네이버 MY플레이스에 영수증을 인식하는 기술을 도입해 실제 물건이나 음식을 구매한 사람들이 올린 후기가 등록되도록 유도하게도 했다. 영수증 리뷰 점수가 높은 곳에 대한 소비자의 신뢰도가 높아지는 효과가 있었다.

엄태웅 대표는 소비자의 변화 속도에 맞추려면 인공지능 도입은 선택의 문제가 아닌 “생존 필수 전략”이라고 잘라 말했다. 디지털 중심으로 기업 체질을 개선해야 고객을 중심으로 한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다는 생각에서다.

김영균 애자일소다 이사(출처:스바TV)

김영균 애자일소다 이사는 강연에서 기업 최적화에 대해 설명했다. 특히, 최적화의 핵심 기술로 부상한 ‘강화학습’에 주목했다. 강화학습은 보상을 최대화하는 행동을 선택하도록 학습하는 기계학습의 한 영역이다. 강화학습을 잘 이용하면 복잡한 기업 활동의 효율을 높일 수 있다. 김 이사는 카드사 중복결제 여부를 빠르게 판단하고 보험 심사를 자동화한 최적화 사례를 소개했다. 비용, 운항정보, 상태값 등 여러 데이터를 가지고 전 세계를 돌아다니는 컨테이너선 운항을 최적화한 프로젝트도 언급했다. 최적화를 통해 기업은 비용을 절감하고 나아가 사용자를 확대하는 일이 가능해진다.

그는 성공적인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프로젝트를 경험하기 전에는 고민하고 망설이지만 이후에는 효용성을 인정한다고 말했다.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시작은 이렇게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이 중요한 건 알겠다. 기업 입장에서 가장 궁금한 점은 무엇을 어디에 어떻게 적용하는가이다.

김성훈 업스테이지 대표(출처:스바TV)

‘무엇’에 대한 대답은 김성훈 대표의 말에서 찾을 수 있다. 그는 오랜 기간 데이터를 수집하고 성능에서 퀀텀점프가 이뤄진 기술 적용을 언급했다. 그는 번역기를 예로 들었다. 번역기의 번역 정확도가 낮을 때 사람들은 번역기를 사용하지 않았다. 그러다 최근 인공신경망 기반 번역기가 나오면서 정확도는 크게 상승했고 번역기를 활용하는 사람도 몰라보게 늘었다. 퀀텀점프가 일어난 것이다. 번역 기술은 물론 OCR, 안면인식 기술도 비슷한 발전을 이뤄냈다.

김 대표는 인공지능을 적용해도 좋은지 판단하는 자신만의 노하우도 소개했다. 바로 ‘3초 룰’이다. 경험 많은 상점 주인이 물건을 구매할 손님과 구경만 하고 나갈 손님을 짧은 순간에 구별해내듯 인공지능이 3초 안에 과업을 해결해내는 분야라면 인공지능을 적용해도 좋다고 말했다.

(출처:스바TV)

주호재 컨설턴트는 기업이 하고 싶은 것을 파악하고 어떤 기술을 적용해야 할지 끊임없이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적용이 막막하게 느껴진다면 사소한 불편함에서 시작하는 것도 방법이다. 김영균 이사는 구성원이 공감하는 불편함이 있다면 그 지점부터 변화를 모색해볼 것을 권했다. 이를 디지털화하고 성공을 일궈낸다면 그다음은 물 흐르듯 자연스러워진다.

엄태웅 대표는 ‘실행’을 최우선 덕목으로 꼽았다.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에 성공한 기업이 많지 않은 이유에도 실행에 문제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언급했다. 누가 더 잘 이해하느냐가 아닌 일단 산업에 첫발을 떼고 용기를 가지고 나아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말이다. 그러다 맛보는 작은 성공이 추진력을 만들어 또 다른 성공을 견인할 것이라고 확신했다.

(출처:스바TV)

혹여 몸집이 큰 대기업이라고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에 유리하다고 착각할 수도 있다. 현실은 조금 다르다. 주호재 컨설턴트는 오히려 대기업에 여러 장애물이 존재한다고 말했다. 대기업은 자본은 충분하나 운영 인력이 많고 의사결정 속도는 더뎌 오히려 도입에 어려운 측면이 적지 않다. 중소기업은 첨단 기술 위주로 빠르게 적응하면 더 빠르게 시장에 안착할 수도 있다.

그는 전통 기업과 디지털 기반 기업을 구분해 서로 다른 방식으로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이 진행된다고 설명했다. 전자, 중공업, 화학, 제약과 같은 전통 기업은 일하는 방법 먼저 디지털화하는 작업을 진행해왔고 이제는 제품이나 서비스로 확장되고 있다고 말했다. 디지털을 기반으로 성장한 기업은 제품이나 서비스 자체가 디지털로 구현돼있다 보니 채용이나 운영 등 일하는 방법을 디지털화하는 중이다.

테크플러스 에디터 나유권

tech-plu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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