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의 본격 ‘애플 쫓기’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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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일(현지시간) 구글이 공식 블로그를 통해 차세대 스마트폰에 자체 개발한 칩을 넣겠다고 밝혔다. 칩셋의 이름은 ‘텐서(Tensor)’다. 구글은 2016년부터 스마트폰 ‘픽셀(Pixel)’을 내놓고 있는데 차기 모델인 픽셀6 시리즈에 텐서가 탑재된다고 전했다.

순다르 피차이 구글 최고경영자(CEO)도 자신의 트위터에서 기쁜 마음을 전했다. 구글 텐서는 제작에만 4년이 걸렸으며 픽셀폰이 보여주게 될 가장 큰 혁신이라고 덧붙였다. 픽셀6와 픽셀 프로 기기가 가을에 출시된다는 것도 거듭 언급했다. 크기를 비교해볼 수 있도록 주위에서 흔히 보는 클립과 칩을 두고 찍은 사진도 공유했다. 정사각형 형태로 제작된 칩의 길이는 클립 길이의 절반 정도로 보인다.

구글의 자체 칩 ‘텐서’ 공개

스마트폰에는 모바일용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가 탑재된다. AP는 스마트폰에서 두뇌 역할을 담당한다. 컴퓨터의 두뇌 역할을 맡는 중앙처리장치(CPU)가 떠오를 텐데 AP는 CPU보다 더 많은 일을 해낸다. 모바일 AP는 CPU가 하는 기억, 해석, 연산, 제어를 물론 그래픽처리장치(GPU), 저장장치 등 모든 기능을 한 곳으로 집약시킨 부품이다. 전체 시스템을 하나의 칩에 담았다고 해서 ‘SoC(System on Chip)’라고 부르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 AP는 스마트폰 성능을 측정하는 핵심 기준으로 여겨진다.

구글은 그동안 픽셀 스마트폰에 퀄컴에서 만든 AP인 퀄컴 스냅드래곤을 탑재해왔다. 픽셀1부터 가장 최근에 출시된 픽셀5까지 예외 없이 적용해왔다. 텐서로의 전환 계획은 곧 퀄컴과의 결별을 의미한다.

퀄컴에게 구글이라는 주요 고객 한 곳을 잃은 것은 뼈아픈 일이다. 텐서 발표 이후 퀄컴 측에서는 15년 넘게 유지해왔던 구글과의 관계를 언급하면서 “향후 출시되는 제품에 대해서도 구글과 긴밀하게 협력할 것”이라며 부정적인 여론은 잠재우려는 모습이다. 모든 관계가 한순간에 사라지는 건 아니다. 당분간은 유지된다. 퀄컴 스냅드래곤이 탑재된 픽셀5 업데이트가 약속된 2023년 말까지는 협력하게 된다. 그 이후로도 협력 관계가 지속될지는 장담할 수 없다.

텐서가 불러온 기대감과 긴장감

파운드리가 없는 구글은 반도체 생산하는 시설에 칩 생산을 맡겨야 한다. 일부 보도에서는 구글의 텐서 칩 설계 단계에서부터 함께한 삼성전자가 자연스럽게 생산까지 맡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텐서 칩이 삼성전자와 구글이 공동으로 개발한 ‘엑시노스(Exynos)’라는 보도도 있었다.

구글과 손잡고 본격 반도체 생산에 돌입하면 삼성전자 입장에서는 새로운 기회를 잡는 셈이다. 삼성전자는 메모리 분야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지켜온데 반해 AP로 대표되는 시스템반도체 분야에서는 상대적으로 약한 모습을 보여왔다. 파운드리에서도 세계 1위 파운드리 기업 대만 TSMC와 격차가 벌어지는 상황이다. 삼성전자가 구글 텐서 생산을 맡게된다면 기업의 기술력과 역량을 입증받아 다른 기업의 관심을 삼성전자로 끌어올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한편, 삼성전자가 아닌 TSMC에 물량을 맡긴다는 보도도 있다. 아직 구글에서 공식 발표를 하지 않았기에 구글이 어떤 기업과 청사진을 그려가게 될지는 불분명하다.

사실 구글과 협력 관계를 구축해온 삼성전자는 기대 반 우려 반이다. 픽셀은 안방인 북미 지역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은 3%로 미미한 수준이다. 점유율 25%인 삼성전자와는 상당한 격차를 보인다. 구글 관계자는 2020년부터 픽셀이 주류로 진입할 것이라는 희망을 제시하기도 했지만 아직 이루지 못한 것을 보면 목표에 다가가기가 쉽지 않다는 것을 말해준다.

하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 삼성전자는 구글을 경계해야 한다. 점유율과는 별개로 픽셀은 구글 자체 스마트폰이라는 것만으로도 시장에서 의미 있는 플레이어로 관심을 받아왔다. 구글 스마트폰 사업의 성장은 같은 안드로이드폰 진영에서 강력한 경쟁자가 등장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건 시작에 불과?

구글의 자체칩 개발은 점점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일단 픽셀6에 텐서가 들어가는 것은 확정됐다. 최근 안드로이드12 베타 소스코드에서 ‘패스포트(Passport)’라는 코드명이 발견됐다. 패스포트는 구글이 내놓을 첫 폴더블폰으로 예측된다. 구글의 폴더블폰에도 텐서가 탑재될 것으로 보인다. 이후에는 중저가폰에도 텐서가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

구글의 행보에서 애플의 향기가 느껴지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애플은 구글보다 앞서 자체 프로세서를 개발해왔다.

애플은 2000년 초부터 아이폰, 아이패드 등 자사 휴대기기에 자체 개발한 A시리즈 칩을 사용해오고 있다. 오랜 시간 동안 관련 기술력도 쌓아왔다. 지난해 11월에는 맥에 최적화된 자체 개발 칩 ‘M1’을 공개하면서 15년간 동맹 관계를 이어온 인텔과의 관계도 정리했다. 애플이 내놓는 자체 칩은 우수한 성능을 인정받고 있다.

애플은 생태계 통합을 위한 여정을 차근차근 진행해나가는 중이다. 반도체 제조 역량은 스마트폰, 태블릿, 스마트워치, 애플카 등에서도 발휘될 것으로 기대된다. 구글도 애플과 비슷한 길을 따라가려는 것으로 보인다.

구글은 하드웨어에서 미래를 본다

최근 구글은 하드웨어 분야로 사업 확장을 본격화하는 모양새다. 여러 이유가 있겠으나 서비스와 광고 수익에만 의존해오던 기존 비즈니스가 한계에 봉착했다는 관측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그러다 새로운 먹거리 산업으로 선택한 것이 하드웨어라는 분석이다.

구글도 다양한 시도를 해왔다. 하지만 소프트웨어와 달리 하드웨어 분야 성적표는 자랑할만한 수준은 아니다.

픽셀폰만 보더라도 소프트웨어 기술을 앞세운 우수한 카메라 성능으로 매력 발산을 했으나 경쟁 제품들도 스마트폰 핵심 기술인 카메라에 집중하면 차별성을 잃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제품이 출시될 때마다 각종 품질 이슈가 불거지기도 했다. 랩탑, 스피커, 스마트가전 등 다양한 제품도 선보였지만 만족할만한 성과를 보여주지 못했다.

이를 지켜본 사람들은 하드웨어 사업이 소프트웨어 사업과 본질적으로 다르다는 것을 여실히 느낄 수 있었다.

올해초 구글은 스마트워치 기업 핏비트 인수를 완료했다. 지난 6월에는 뉴욕에 처음으로 오프라인 매장을 오픈했다. 픽셀폰, 네스트, 구글홈까지 구글의 하드웨어를 체험하게 하고 판매도 하고 있다.

더 큰 뉴스도 들려왔다. 지난 6일 구글은 미국 캘리포니아주에 4억 달러(약 4705억원)를 들여 새 구글 캠퍼스를 짓고 있다고 발표했다. 캠퍼스는 하드웨어 연구개발을 중심으로 운영된다. 하드웨어 사업 경쟁력을 강화하려는 움직임으로 읽힌다.

구글의 방향성은 보이는 그대로다. 앞으로 하드웨어 분야에서 구글이 어떤 성과를 거두게 될지 기대된다.

테크플러스 에디터 나유권

tech-plu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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