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메타드림)
바야흐로 메타버스 시대라고 해도 과언은 아닙니다. 예전에는 생소했던 메타버스라는 개념도 TV나 신문에서 쉽게 접할 수 있어요. 최근 국내에서는 메타버스 플랫폼 ‘본디(Bondee)’가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큰 화제를 낳기도 했습니다. 얼핏 보면 2000년대에 인기를 끌었던 싸이월드를 연상케 하는데요. 나를 닮은 아바타로 현재의 상태를 다양하게 표현할 수 있고, 메신저 기능으로 친구들과 소통도 가능해 눈길을 끌었어요.
본디와 같은 메타버스 기반 SNS 플랫폼도 인기지만, 사실 메타버스에선 가상현실(VR) 헤드셋 기반 플랫폼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메타버스 대중화에 앞장서겠다는 메타 역시, 이 분야에 공을 들이고 있는데요. 메타는 꾸준히 소셜 VR 플랫폼 ‘호라이즌 월드(Horizon World)’를 개선해 메타버스 환경에서 더 많은 사람이 활발하게 소통하길 바라고 있습니다. 물론 지난해 10월에는 몰입감 높은 메타버스 환경을 제공하기 위해 고급형 혼합현실(XR) 헤드셋 ‘메타 퀘스트 프로(Meta Quest Pro)’를 공개하기도 했어요.
(출처: Giphy)
시장조사 업체 이머전에 따르면 글로벌 메타버스 시장 규모는 2028년까지 989조원까지 확대될 걸로 예상돼요. 그래서 메타뿐만 아니라 국내외 주요 기업들이 메타버스에 뛰어들고 있는데요. 메타가 구현하는 메타버스만 봐도 메타버스 세계의 가장 큰 특징은 ‘익명성’이에요. 그런데, 새로운 연구 결과에 따르면 메타버스에서 익명성은 잘 지켜지지 않을 수도 있어요.
익명성이 특징인 메타버스인데…‘동작 데이터’만 있으면 누군지 알 수 있어
(출처: Giphy)
지난 2월 17일(현지 시간) 발표된 미국 캘리포니아대학교 버클리캠퍼스(UC 버클리)의 새로운 연구는 메타버스에서 간단한 데이터만으로 개인 정보가 탄로 날 수 있다는 걸 보여줬습니다. 그동안 VR 기반 메타버스와 개인 정보 보호 관련 연구에서는 이용자의 얼굴과 목소리, 주변 환경을 인식할 수 있는 카메라와 마이크에 초점을 맞췄는데요. 이번 연구에서는 이러한 직접 데이터도 필요 없었어요. 간단한 동작 데이터만으로도 이용자가 누구인지 식별할 수 있었습니다.
연구진은 5만 명 이상의 VR 헤드셋과 컨트롤러 사용자가 비트 세이버(Beat Saber) 게임을 할 때 기록된 250만 개의 모션 데이터를 분석했는데요. 모션 데이터는 머리와 양 손의 움직임을 나타내는 데이터였어요.
(출처: Benzinga)
분석 결과, 단 100초 분량의 모션 데이터를 고급 인공지능(AI) 프로그램으로 분석하면 이용자가 누구인지 식별할 수 있었습니다. 정확도는 94%로, 꽤 높은 편이었어요. 심지어 2초 분량의 데이터만으로도 피험자의 절반 이상을 알아낼 수 있을 정도였죠. 게다가 모션 데이터로 사용자의 성별과 키, 자주 사용하는 손 등 개인 특성도 정확하게 추론할 수 있었어요.
이는 동작 데이터가 마치 사람의 지문처럼 고유한 식별 자료로 이용될 수 있음을 의미해요. 실제로 보안 업체 노비포(KnowB4)의 보안 전문가 로저 그라임즈(Roger Grimes)는 이러한 모션 데이터가 개인을 식별하는 데 지문보다 더 정확하다고 말했어요. 결국 VR 기반 메타버스 환경에서 이용자가 취하는 모든 물리적 동작은 일종의 ‘디지털 지문’이 되는 셈입니다.
메타버스에서 이용자 동작은 기본 요소…필연적으로 남는 ‘디지털 지문’
(출처: 미드저니 / Rosenberg)
문제는 이러한 디지털 지문이 VR 기반 메타버스를 작동하는 근본적인 요소라는 겁니다. 예를 들어 이용자가 VR 기기를 착용하고, 가상 슈퍼에 들어갔다고 가정해볼까요. 이용자는 제품을 둘러보기 위해 이곳저곳 돌아다니고, 물건을 집는 등 다양한 동작을 수행하겠죠. 이런 일반적인 동작도 모두 디지털 지문이 돼 이용자를 식별하는 수단이 됩니다.
해당 연구의 책임자인 비베크 네어(Vivek Nair)는 IT 매체 벤처비트(Venture Beat)에 디지털 지문의 위험성을 설명했어요. 그는 메타버스가 아닌 현재의 웹 브라우징 환경에선 이용자가 자신의 지문과 같은 고유 정보를 공유할 필요가 없다는 점을 지적했어요. 반면, 디지털 지문이 되는 이용자의 동작은 메타버스를 작동하는 기본 요소라 배제할 수가 없죠.
메타버스 시장 더 확대될 것…구체적인 개인 정보 보호 방안 마련해야
그렇다면, VR 기반 메타버스에서 개인 정보 보호 문제를 해결할 방법은 없을까요. 한 가지 방법은 모션 데이터가 외부 서버에 전송되기 전에 이를 식별하기 어렵게 만드는 거예요. 다시 말해, 모션 데이터에 노이즈를 유입시키는 겁니다.
이렇게 되면 개인 정보 보호에는 도움이 되겠지만, VR 헤드셋과 컨트롤러가 이용자의 동작을 정확히 감지할 수 없어요. 그렇기에, 움직임을 최대로 하는 게임에서는 플레이에 방해가 될 수 있습니다. 그렇기에 연구진은 동작 감지 정확도를 저하하지 않으면서도, 모션 데이터를 보호할 수 있는 기술을 연구하고 있어요.
개인 정보 보호 이슈는 메타버스뿐만 아니라, 업계 전반에 걸쳐 상당히 중요한데요. 특히 메타버스가 앞으로 더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개인 정보 보호와 관련된 구체적인 장치도 마련할 필요가 있을 것 같네요.
테크플러스 에디터 이수현
tech-plu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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