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애플)
‘애플’하면 아이폰이 가장 먼저 떠오르겠지만, 사실 애플이 아이폰만큼 진심인 분야는 또 있다. 바로 애플이 직접 설계한 반도체 칩 ‘애플 실리콘(Apple Silicon)’이 그 주인공이다. 회사는 꽤 오랜 시간 아이폰, 맥북 등에 들어가는 프로세서 칩을 직접 설계해왔다. 아이폰에 탑재되는 A16 바이오닉 칩과 맥북의 M1, M2 칩이 대표적인 예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애플은 설계한 반도체를 직접 생산하지는 않는다. 별도의 생산 시설이 없기 때문이다. 대신 위탁 생산 업체에 생산을 맡기고 있다. 애플과 같이 반도체 설계와 개발만을 하는 기업을 ‘팹리스(Fabless)’라고 부른다. 이는 제조설비를 뜻하는 패브리케이션(Fabrication)과 ‘~이 없는’을 뜻하는 리스(Less)를 합친 말이다.
애플을 단골로 둔 TSMC…‘파운드리 기술로는 우리가 1등’
(출처: TSMC)
애플이 직접 설계한 반도체 칩을 위탁 생산하는 곳이 바로 대만 TSMC다. 애플은 꽤 오랫동안 TSMC에만 위탁을 맡긴 단골이다. TSMC는 지난 1987년 세워진 최초의 반도체 위탁 생산 ‘파운드리’ 회사다. 이들은 30년 넘게 파운드리에만 매진하며, 기술력을 키워왔다. 그 결과, 우수한 기술력을 인정받아 애플을 비롯해 AMD, 엔비디아, 퀄컴(Qualcomm) 등 주요 고객사를 확보했다.
실제로 TSMC는 가장 우수한 미세공정 기술을 보유한 것으로 평가된다. 10나노 공정 이하의 첨단 공정에서 단연 선두로 꼽힌다. 미세 공정은 반도체 성능에 있어 상당히 중요하다. 반도체를 미세화하면 트랜지스터 회로의 집적도를 높일 수 있다. 반도체 집적도가 높아지면 소비 전력은 줄고, 작업 처리 속도는 빨라진다. 즉, 미세 공정으로 반도체 성능이 좋아지는 셈이다.
현재 TSMC는 3나노 공정 칩 양산까지 성공한 상태다. 해당 공정은 올해 출시 예정인 애플의 차세대 맥북, 아이폰의 칩을 생산할 때 적용될 예정이다. 지난해부터 애플이 TSMC의 3나노 공정 칩 생산을 예약해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애플이 돌연 TSMC에서 주문했던 칩 수량을 줄이면서 업계에 큰 화제를 낳고 있다.
경기 침체, 웨이퍼 가격 상승…애플이 갑자기 3나노 공정 주문량 줄인 이유
(출처: Axios)
지난 2월 18일(현지 시간) IT 매체 기즈차이나(Gizchina)에 따르면 애플은 TSMC에 주문했던 3나노 공정 칩 물량을 축소했다. 해당 소식은 ‘Cell Phone Chip Expert’라는 아이디를 가진 정보유출자로부터 처음 나왔다. 그는 반도체 업계에서 직접 소식을 들었다면서 자신의 웨이보에 글을 남겼다. 애플이 취소한 물량만 12만 개가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애플이 주문량 축소에 대해 공식적으로 밝힌 것이 없어 정확한 이유는 알 수 없다. 그러나 업계에선 경기 침체와 반도체 웨이퍼 가격 상승을 원인으로 추측하고 있다. 경기 침체가 계속되면서 고가인 애플 기기에 대한 수요도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는 것이다.
(출처: Axios)
무엇보다 웨이퍼 가격의 급격한 상승도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지난 2016년 10나노 웨이퍼 가격은 6000달러였는데, 2020년 5나노 웨이퍼는 1만 6000달러에 도달했다. 3나노 웨이퍼는 2만 달러 수준이다. 물론 미세화될수록 반도체 성능이 좋아지니 가격이 비싸지는 건 어쩔 수 없다. 그런데, 가격 상승 폭이 너무 가파른 게 문제였다.
주문 축소된 만큼 인텔에 재배정한다? ‘TSMC 타격 크겠는데’
팻 겔싱어 CEO가 오하이오 공장 건설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출처 : Axios)
일각에선 미국 정부가 자국 반도체 산업을 육성하면서 일정 물량을 인텔 파운드리에 재배정하는 것이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현재 미국 정부는 자국 내 반도체 시설을 짓는 기업에 지원금을 제공하는 ‘반도체 지원법(CHIPS)’을 시행하고 있다. 그만큼 미국 내 반도체 공급망을 확대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인텔은 미국 반도체 지원법의 가장 큰 수혜자로 꼽힌다. 실제로 인텔은 미국 오하이오에 짓는 새로운 파운드리 시설이 정부 지원금에 크게 의존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다만, 인텔이 아직 TSMC만큼 미세 공정 기술을 확보하지 못했기 때문에 추측이 현실이 될 가능성은 낮다.
애플은 TSMC의 전체 매출의 25%를 차지하는 최대 고객이다. 그렇기에 이번 주문 수량 축소 결정은 TSMC의 매출에 상당한 타격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안 그래도 글로벌 반도체 수요 감소하는 추세다. TSMC는 올해 1분기 매출이 5% 감소할 것이란 전망을 내놨다. 이런 시기에 애플의 주문량 축소는 회사에 뼈아플 수밖에 없을 것이다.
테크플러스 에디터 이수현
tech-plu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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