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VR헤드셋의 가장 큰 단점은 무게다. 보통 시중에 판매되는 VR헤드셋의 무게는 500~600g에 달한다. 생긴 것에 비해 무겁게 느껴지지 않을 수 있으나, 다른 제품과 비교하면 확실히 무겁다. 일반 안전모가 300~400g, 에어팟 맥스가 약 385g이다. VR헤드셋은 이보다 최소 1.5배는 무겁다. 그러다 보니 VR헤드셋을 오래 착용하기란 쉽지 않다.
VR헤드셋 사용 방식도 장시간 착용을 어렵게 한다. VR헤드셋은 본체를 눈앞에 대고, 스트랩을 활용해 고정하는 구조다. 무게 중심이 앞으로 쏠려 얼굴에 압력이 가중될 수밖에 없다는 말이다. 배터리를 탑재한 스트랩을 이용하거나, 무게추를 달아 균형을 맞출 수도 있다. 이 방법으로 무게 균형을 어느 정도 맞출 순 있으나, 기기 무게를 줄일 순 없다.
이를 개선한 가벼운 VR헤드셋은 없을까. 지난해 HTC에서 출시한 경량 VR헤드셋 바이브플로우(ViveFlow)는 189g에 불과하다. 기존 VR헤드셋 무게의 3분의 1 수준에 불과해, 안경태처럼 생긴 지지대만으로 착용 가능하다. 비슷한 시기 구글에서 선보인 데이드림뷰(Daydream View)도 대표적인 경량 VR헤드셋으로, 220g밖에 되지 않는다.

최근 두 제품보다 가벼운 VR헤드셋이 공개됐다. 2월 13일(현지시간) IT 매체 엔가젯(Engadget)은 미국 스타트업 빅스크린(Bigscreen)이 VR헤드셋 ‘빅스크린 비욘드(Bigscreen Beyond)’를 발표했다고 밝혔다. 빅스크린은 가상현실에서 별도 큰 창을 띄워 다른 사용자와 영화를 감상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를 개발한 업체로 유명하다.
빅스크린은 빅스크린 비욘드가 ‘세상에서 가장 작은 VR헤드셋’이라고 강조했다. 빅스크린에 따르면 빅스크린 비욘드는 본체 무게가 127g에 불과하다. 부착한 스트랩에 따라 무게가 달라지는데 일반 스트랩을 끼면 170g, 오디오 일체형 스트랩을 부착하면 최대 185g으로 늘어난다. 크기도 작다. 가로세로 길이가 14.3cm, 두께는 5.2cm 정도다.
지난해 중국 바이트댄스(Bytedance)의 VR헤드셋 제조사 피코(Pico)에서 출시한 피코4(Pico)는 본체 무게 295g, 스트랩과 배터리 장착 시 555g까지 늘어난다.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린 VR헤드셋 메타 퀘스트 2도 약 500g. 고급형 VR헤드셋 메타퀘스트 프로는 이보다 200g 무거운 720g에 달한다. 여기에 크기도 커서 착용 시 얼굴이 꽉 차 보인다.

이에 비하면 빅스크린 비욘드는 정말 작다. 조금 과장해서 두께가 있는 고글을 착용한 것처럼 보인다. 다르샨 샨카르(Darshan Shankar) 빅스크린 최고경영자(CEO)는 VR헤드셋 무게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며, 무거운 VR헤드셋은 부피가 크고 착용이 불편하기에 이번 제품을 개발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기기는 ‘편안함’에 중점을 뒀다고 말했다.
VR헤드셋은 공산품이기에 제품마다 규격이 정해져 있다. 이에 안면에 밀착하려면 스트랩에 달린 노브를 돌려서 조절해야 한다. 반면 빅스크린 비욘드는 처음부터 사용자 얼굴에 맞게 제작된다. 방법이 굉장히 독특한데, 아이폰 트루뎁스 센서를 사용한다. 센서로 얼굴을 스캔한 다음 빅스크린으로 보내면, 사용자 얼굴에 딱 맞는 쿠션을 탑재한 제품을 제공한다.
디스플레이 사양은 준수한 편이다. LCD 패널이 아닌 마이크로 OLED 패널을 탑재했고, 5K 해상도에 최대 90Hz 주사율을 지원한다. 수평 시야각은 93도로, 크기에 비하면 나쁘지 않은 수준이다.

장점만 있는 건 아니다. 빅스크린 비욘드는 폼팩터 크기를 줄인 대신, 다른 기능을 희생했다. 예컨대 빅스크린 비욘드는 유선 방식이다. 사용하기 위해선 반드시 선이 연결돼 있어야 한다는 의미다. 배터리를 빼 무게를 줄인 대가다. 외부 기기 의존도도 높다. 6자유도(Dof) 추적을 사용하려면 ‘스팀VR 베이스 스테이션’이 필요하다.
외부 연결 기기 사양도 좋아야 한다. 매체에 따르면 빅스크린 비욘드를 연결한 PC는 최소 쿼드 코어 프로세서와 엔비디아 지포스 RTX 2070 이상 그래픽카드(GPU)가 필요하다. 가격도 경쟁력 있어 보이지 않는다. 999달러, 우리 돈으로 126만원에 달한다. 메타 퀘스트 2 대비 2배 이상 비싼 수준이다.
빅스크린 비욘드는 현재 사전 주문을 시작했으며 오는 3분기 미국에서 먼저 출시된다. 이어 4분기에는 캐나다와 유럽지역에서 판매되며 향후 호주, 뉴질랜드, 일본에 출시될 전망이다. 빅스크린 측은 2024년 더 많은 지역에 빅스크린 비욘드를 선보일 계획이다. 단 국내 출시 여부는 불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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