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낫싱폰(1) (출처:Nothing)
낫싱폰(1), 낫싱 이어(1)라는 제품을 기억하시는지. 낫싱폰은 중국 스마트폰 제조사 원플러스(OnePlus) 공동 창립자 칼 페이(Carl Pei)가 세운 영국 업체, 낫싱테크놀로지에서 만든 제품이다. 두 제품은 모두 디자인에 중점을 둔 제품이다. 투명한 케이스를 특징으로 하며, 스마트폰인 낫싱폰(1)은 후면에 900여개에 달하는 LED를 넣어 눈길을 끌었다.
스마트폰 시장은 애플, 삼성전자 그리고 몇몇 중국 스마트폰 제조사들이 장악하고 있다. 이에 브랜드 파워가 부족했던 낫싱테크놀로지는 독특한 전략을 취했다. 신비주의 마케팅이다. 낫싱테크놀로지는 낫싱폰(1)에 대한 정보는 철저히 숨기면서, 주목할 만한 요소를 천천히 공개했다. 결과적으로 낫싱폰(1)은 출시 전부터 적지 않은 관심을 끌어내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은 없다. 낫싱폰(1)은 거창했던 마케팅에 비해,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다. 디자인 만큼은 많은 이들이 호평했으나, 일각에서는 구형 아이폰이 떠오르는 폼팩터라고 지적했다. 가격(62만원)은 저렴한 편이었으나, 사양도 딱 거기까지였다. 출시 이후에는 내부 습기, 녹조현상 등 품질 논란도 빚었다.

(출처:Nothing)
그럼에도 낫싱테크놀로지는 낫싱폰(1)을 통해 만족할만한 성과를 거둔 듯하다. 1월 30일(현지시간) 칼 페이 CEO는 온라인 잡지 인버스(Inverse)와 인터뷰에서 지난해 큰 수익을 올려, 다양한 개발 인력을 확충했다고 밝혔다. 이어 성장세를 발판 삼아 올해 말까지 낫싱폰(1) 후속작인 낫싱폰(2)를 출시할 수 있다고 전했다.
실제 낫싱테크놀로지는 지난해 말 기준 2억5000만달러(3257억원) 매출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대비 10배가량 성장한 것이다. 지난 2021년 낫싱테크놀로지 총 매출은 2000만달러(260억원)에 불과했다. 성장세를 이끈 주역은 낫싱폰(1)과 무선 이어폰 낫싱이어(1)였다. 전자는 50만대, 후자는 60만대 넘게 판매됐다.
칼 페이는 이를 언급하며 “낫싱테크놀로지는 빠르게 성장했다”며 “우리는 이미 100만대가 넘는 제품을 판매했다”고 말했다. 매출 증가로 인력도 대거 확충했다는 설명이다. 칼 페이에 따르면 2021년 200여명이던 회사 인력은 지난해 두 배 가량 늘었다. 즉 낫싱테크놀로지는 낫싱폰(1) 수요도 확인했고, 개발 역량도 키웠다는 것.

낫싱폰(1) (출처:Nothing)
특히 칼 페이는 낫싱테크놀로지가 올해 말 출시를 목표로 차세대 스마트폰 낫싱폰(2)를 개발 중이라고 말했다. 단 낫싱폰(1) 때처럼 자세한 정보는 공유하지 않았다. 그는 과거 낫싱폰(2) 출시 가능성을 일축한 데에 “절대 출시하지 않겠다는 의미가 아니다”며 “요점은 건전한 주기로 제품을 출시하고, 소프트웨어를 지원하고 계속 지원하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낫싱테크놀로지는 낫싱폰(1)을 플래그십이라고 부르지만, 실체는 그렇지 않다. 낫싱폰(1)은 스마트폰 두뇌인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로 퀄컴 스냅드래곤 778G+를 사용한 제품이다. 사양과 가격 면에서 낫싱폰(1)은 중급기에 가깝다. 낫싱폰(1)이 출시된 시기, 여타 제조사에서 내놓은 플래그십 스마트폰은 최소 퀄컴 스냅드래곤8 1세대를 탑재했다.
낫싱폰(2)에서 성능 개선을 기대할 수 있을까. 우선 칼 페이는 낫싱폰(2)이 전작보다 더 고급제품이며, 소프트웨어에 더 많은 역량을 쏟은 제품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후 답변은 어딘가 애매하다. 그는 “낫싱폰(2)가 더 프리미엄인 건 맞지만 여전히 낫싱폰(1)과 같은 플래그십이라는 의미”라고 말했다. 앞서 언급했든 낫싱폰(1)은 엄연히 중급기에 가깝다.

(출처:Carl Pei)
칼 페이 답변에서 확신할 수 있는 건 한 가지다. 낫싱폰(2)에는 전작보다 개선된 소프트웨어가 탑재된다는 것이다. 낫싱폰(1)에는 안드로이드를 기반으로 한 낫싱OS 운영체제(OS)가 탑재됐다. 허나 이는 낫싱테크놀로지의 작품이 아니다. 낫싱폰 개발 당시 개발 인력은 단 5명에 불과했다. 이에 낫싱OS 개발 절반은 외주로 진행됐다.
이제 낫싱테크놀로지 소프트웨어 개발 인력은 100여명에 달한다. 전체 인원의 4분의 1이 소프트웨어 개발 인력인 셈이다. 칼 페이는 이번에도 애플을 언급하며 묘한 자신감(?)을 표출했다. 그는 “아이폰 사용자들이 낫싱 브랜드를 통해 안드로이드로 전환하는 가장 큰 이유가 하드웨어 디자인”이라며 “소프트웨어도 뒤처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과거 낫싱테크놀로지는 ‘애플은 지루하다’며 도발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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