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처:MS)
마이크로소프트(MS)는 지난해 모두가 놀랄만한 소식을 들고 왔다. 대형 게임사 액티비전 블리자드를 687억달러(82조원)에 인수·합병하겠다고 발표한 것. 세계는 마이크로소프트 인수를 ‘세기의 빅딜’로 평가하며, 이목을 집중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오는 6월까지 인수를 마칠 계획이다. 예정대로라면 곧 거대한 게임업계 공룡이 탄생한다.
하지만 마이크로소프트는 예상치 못한 상황에 직면했다. 각국 규제 당국이 마이크로소프트 인수전을 소상히 들여다보기 시작했다.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는 지난달 인수로 인해 경쟁력과 혁신이 저하되면 소비자들이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이유로, 반독점 소송을 제기했다. 소송 재판은 8월 2일 시작이다. 그전까지 인수를 끝낼 가능성은 희박하다.
미국뿐 아니라 유럽연합 집행위원회(EC)와 영국 경쟁시장청(CMA)도 마이크로소프트의 액티비전 블리자드 인수를 심층 조사하고 있다. 두 규제 기관 역시 마이크로소프트 인수건이 불러올 부정적인 영향력을 우려한다. EC는 4월 중순까지 인수 합병에 대한 판결을, CMA는 4월 26일 최종 보고서를 공개할 계획이다.

(출처:The Verge)
경쟁사들도 마이크로소프트 인수에 제동을 걸고 있다. 대표적인 업체는 소니다. 소니는 비디오 게임과 콘솔 업계 안에서 마이크로소프트의 최대 경쟁자인 만큼, 인수를 적극 반대한다. 소니는 CMA에 제출한 답변서에서 인수 성사 시, 마이크로소프트가 독점적 지위를 남용할 수 있다고 본다. 이에 따라 업계 모두가 피해를 보게 된다는 주장이다.
13일(현지시간) 게임 매체 IGN에 따르면 구글과 엔비디아도 반대 의사를 표출했다. 이들의 입장도 소니와 별반 다르지 않다. 마이크로소프트가 액티비전 블리자드를 인수하면, 불공정을 초래할 수 있다고 본다. 특히 마이크로소프트 인수가 클라우드 게임 서비스, 게임 구독, 모바일 게임 시장에 악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게 양사 입장이다.
단 이들은 마이크로소프트 인수가 어떤 여파를 몰고 올지 구체적인 근거를 덧붙이지 않았다. 엔비디아의 경우 게임 타이틀 접근성을 강조했지만, 직접적인 반대 의사를 피력하진 않았다. 그렇더라도 양사 입장이 반대라는 건 변하지 않는다. 클라우드 게임 서비스나 모바일 게임은 각각 엔비디아와 구글이 진출한 분야이기 때문이다.

(출처:Nvidia)
예컨대 엔비디아는 마이크로소프트와 함께 클라우드 게임 서비스 업계 선두주자다. 엔비디아는 지포스 나우, 마이크로소프트는 엑스박스 클라우드 게이밍이라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구글은 클라우드 게임 서비스와 무관하다. 구글은 오는 18일 자사 클라우드 게임 서비스 스타디아(Stadia) 서비스를 종료할 예정이다.
구글이 민감한 분야는 모바일 게임이다. 마이크로소프트가 액티비전 블리자드 인수로 모바일 게임 역량 강화를 목표로 삼고 있어서다. 앞서 마이크로소프트 게임 부문 수장인 필 스펜서(Phill Spencer)는 인수의 핵심은 모바일 게임 제작사 킹(King)이라고 말한 바 있다. 킹은 지난 2015년 액티비전이 인수한 게임사로, 유명 모바일 게임 캔디 크러쉬 사가를 개발했다.
마이크로소프트가 인수에 성공한다면, 유명 지적재산권(IP)을 활용한 모바일 게임으로 외연을 확장할 수 있다. 실제 액티비전 블리자드는 유명 게임 IP 콜 오브 듀티를 활용한 모바일 게임을 보유하고 있다. 실적도 양호한 편이다. 지난해 상반기 액티비전 블리자드가 모바일 게임으로 벌어들인 수익이 전체의 절반에 달한다고 알려졌다.

(출처:King)
마이크로소프트가 자체 모바일 게임 앱마켓을 노리고 있다는 것도, 구글이 인수를 반대하는 이유로 보인다. 마이크로소프트는 CMA에 제출한 문서에서 “이번 인수는 모바일 등 다양한 장치에서 작동하는 차세대 게임 스토어를 만들려는 마이크로소프트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원래 의도는 인수 당위성 설명이었으나, 결과적으로 구글의 반발을 사게 됐다.
마이크로소프트는 계약상 오는 7월 18일까지 인수를 마무리 지어야 한다. 이 기간을 넘기면 마이크로소프트는 액티비전 블리자드에 계약 파기 수수료 30억달러를 지불해야 한다. 마이크로소프트는 무슨 일이 있어도, 이 기간 안에 인수를 끝마쳐야 하는 처지다. 그러나 장애물이 너무 많다. 과연 마이크로소프트는 당초 목표대로 인수를 진행할 수 있을까.
테크플러스 에디터 윤정환
tech-plu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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