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Macrumors)
지난해 말 약속이라도 한 듯, 애플이 차세대 보급형 스마트폰 아이폰 SE 4세대 폼팩터를 변경할 것이라는 추측이 쏟아졌다. 현재 아이폰 SE는 아이폰 8 폼팩터를 재활용하고 있는데, 다음 세대부터 아이폰XR 형태로 바뀐다는 주장이었다. 아이폰 SE 시리즈 단점 중 하나인 화면 크기도 개선된다는 소식이 일제히 전해지면서, 기대가 커졌다.
하지만 얼마 뒤, 애플이 아이폰 SE 4세대 출시를 연기하거나 개발을 취소할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제조단가 상승으로, 애플이 아이폰 SE 4세대 출시 여부를 고민하고 있다는 것. 당시 이를 두고 충분히 가능한 일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글로벌 경기 침체라는 불확실성, 고급형 아이폰 선호, 저가 아이폰 판매 부진 등 여러 현상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실제 저가 아이폰은 인기가 없다. 예컨대 지난해 상반기 아이폰 SE 3세대 판매량은 전작의 80%에 그쳤다. 아이폰 SE 시리즈처럼 작은 화면을 지닌 아이폰 미니 12~13 모델 판매량도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이에 애플은 아이폰 14 시리즈부터 미니 모델을 없앴다. 아이폰 14, 아이폰 14 플러스와 같은 기본 모델 처지도 다르지 않다.
https://twitter.com/mingchikuo/status/1611405569142951936?s=20&t=rajhnZRfYE91MrZ8zuz7pg
이와 새로운 소식이 나왔다. 7일(현지시간) 유명 IT 팁스터 겸 대만 TF인터내셔널 연구원인 궈밍치(Mingchi-Kuo)는 애플이 아예 아이폰 SE 4세대 개발을 취소했다고 전했다. 당초 궈밍치는 지난해 아이폰 SE 4세대 출시 연기, 개발 취소 두 가지 가능성을 제시했으나 이번에는 취소됐다고 못을 박았다.
그에 따르면 애플은 아이폰 SE 4세대를 오는 2024년 생산·출시될 예정이었으나, 최근 마음을 바꿨다. 궈밍치는 “공급망(협력업체)들이 애플로부터 2024년 예정된 아이폰 SE 4세대 생산 계획이 취소됐다는 통보를 받았다”고 말했다. 애플이 직접 아이폰 4세대는 개발 지연이 아닌 ‘출시 취소’라고 전달했다는 설명이다.
궈밍치는 아이폰 SE 4세대 출시가 물거품 되면서, 애플의 자체 개발 5G 모뎀 활용 계획에도 차질이 생겼다고 강조했다. 애플은 자체 개발한 5G 모뎀 칩 성능이 퀄컴 제품에 비해 뒤떨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에 원래는 보급형 모델인 아이폰 SE 4세대에 독자 5G 모뎀 칩을 선탑재한 뒤, 아이폰 16 시리즈로 점차 확대할 방침이었다고 한다.
아이폰 SE 3세대 (출처:Apple)
일각에서는 애플 5G 모뎀 칩 개발 성패가, 아이폰 SE 4세대가 취소된 주요 원인이라고 지목한다. IT 매체 애플인사이더(AppleInsider)는 “애플이 아이폰 SE 4세대를 자체 개발한 5G 모뎀 칩을 시험하기 위한 ‘테스트베드(Test Bed)’로 활용하려 했다”며 “그러나 5G 모뎀 칩 개발 실패로 인해 보급형 아이폰(SE 4세대) 출시도 취소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추정했다.
아이폰 SE 4세대 출시 취소와 5G 모뎀 개발 실패 중 어느 것이 먼저 영향을 미쳤는진 불분명하다. 한 가지 확실한 건 애플이 아이폰 SE 4세대를 포기할 경우, 퀄컴만 웃게 된다는 것이다. 궈밍치는 “아이폰 SE 4 개발 중단으로 퀄컴이 아이폰 16 시리즈 모뎀 칩 독점 공급 업체로 남을 가능성이 커졌다”고 강조했다.
앞서 제프 푸(Jeff Pu) 하이통 국제증권 분석가도 애플이 오는 2024년까지 자체 5G 모뎀 칩을 개발에 성공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 역시 2024년 출시할 아이폰 16 시리즈에 퀄컴 X75 5G 모뎀 칩이 탑재될 것이라고 본다. 스냅드래곤 X75는 2024년께 퀄컴이 내놓을 것으로 보이는 차세대 5G 모뎀 칩이다.
(출처:Qualcomm)
5G 모뎀 칩은 애플의 아픈 손가락이다. 오랜 기간 자체 개발을 진행했지만, 눈에 띄는 성과를 보여주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에 애플은 어쩔 수 없이 퀄컴 모뎀 칩을 자사 모바일 제품에 사용하고 있다. 예컨대 아이폰 SE 3세대는 퀄컴 X57를 탑재했다. 아이폰 14 시리즈 역시 퀄컴 X65 모뎀 칩을 쓴다.
퀄컴과 관계를 생각하면, 애플은 5G 모뎀 칩 개발에 성공해야 한다. 지난 2017년 두 회사는 모바일 칩 로열티를 두고 법정 공방을 펼친 바 있어서다. 2년 뒤 극적으로 합의에 성공했지만, 애플은 퀄컴에 막대한 로열티를 지급하고 향후 5년간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하기로 했다. 이후 애플은 인텔 스마트폰 모뎀 사업부를 거금에 인수하고, 5G 모뎀 칩을 개발하고 있다.
테크플러스 에디터 윤정환
tech-plu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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