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에 아이폰 디스플레이를 공급하는 업체는 크게 세 곳이다. 삼성디스플레이, LG디스플레이 그리고 중국 업체인 BOE 테크놀로지(BOE Technology)다. 가장 많은 물량을 공급하는 업체는 단연 삼성디스플레이. 다음은 LG디스플레이다. BOE는 지난 2020년부터 아이폰 디스플레이를 납품했다. 시작이 늦었던 만큼, 비중도 가장 적다.
실제 애플은 지난해 아이폰 14 시리즈에 쓰일 올레드(OLED) 패널을 총 1억개 이상 주문했다고 알려졌다. 각각 삼성디스플레이가 8000만개, LG디스플레이가 2000만개, BOE가 600만개를 공급했다고 한다. 반면 BOE는 아이폰 14 기본 모델 디스플레이 패널만 제공하기로 했다. 패널 종류도 공정 난이도가 낮은 저온다결정실리콘(LTPS)으로 한정됐다.
누가 봐도 아이폰 디스플레이를 공급하는 주요 업체는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다. 하지만 최근 BOE의 아이폰 디스플레이 공급 비중이 크게 늘어날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4일(현지시간) IT 매체 애플인사이더(AppleInsider)는 BOE가 애플의 신뢰를 회복하고, 삼성디스플레이보다 더 많은 아이폰 패널을 공급할 수도 있다고 전했다.
https://twitter.com/mingchikuo/status/1610513492536356870?s=20&t=rM0JwL75i5CMefEavN6ZIA
출처는 유명 IT 팁스터 겸 대만 TF인터내셔널 연구원인 궈밍치(Ming-Chi Kuo)다.
당장 올해부터 BOE의 아이폰 디스플레이 패널 공급 비중이 눈에 띄게 늘어날 것이라는 주장이다. 그에 따르면 BOE는 이미 아이폰 15, 아이폰 15 플러스 등 기본 모델에 쓰일 디스플레이 패널을 공급하기로 했다. 애플이 마음을 바꾸지 않는 한, BOE는 두 모델에 사용되는 패널의 70%를 담당한다는 것. 나머지 30%는 삼성디스플레이 몫이라고 전했다.
특히 궈밍치는 BOE가 고급형 아이폰에 탑재되는 저온다결정산화물(LTPO) 디스플레이 패널을 오는 2024년부터 대량 출하할 수도 있다고 예상했다. 그는 “만약 BOE가 2024년에 고급형 아이폰 LTPO 패널을 20~30% 수주하고, 기본형 아이폰 디스플레이 점유율을 70%로 유지할 수 있다면, 최대 아이폰 디스플레이 공급업체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렇게 되면 BOE는 올해부터 높은 연간 성적을 기록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그는 “지난해 BOE는 6.1인치 아이폰 14 디스플레이만 수주해 점유율이 가장 낮았다”며 “따라서 경기 침체로 올해 아이폰 출하량이 줄더라도 BOE는 70~100% 연간 성장을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부연했다.

(출처:Apple)
궈밍치 주장대로 BOE가 삼성디스플레이를 넘어설진 미지수나, 지난해부터 애플이 BOE 비중을 늘릴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 건 사실이다.
예컨대 디스플레이서플라이체인컨설턴트(DSCC)는 올해 BOE의 아이폰 15 OLED 패널 공급 비중은 18%로, 지난해 대비 3배 커진다고 예측했다. LG디스플레이 점유율도 전년(12%)에서 16%포인트 늘어난 28%로 예상했다. 반면 삼성디스플레이 패널 비중은 82%에서 54%까지 낮아진다고 추측했다. 총 아이폰 디스플레이 출하량은 1억100만개로 예견했다.
이보다 앞서 로스 영(Ross Young) DSCC 최고경영자(CEO)는 BOE의 LTPO 디스플레이 패널 생산 시점을 올해로 특정한 바 있다. 그는 “아직(2022년) BOE가 LTPO 패널 공급 능력을 충분히 갖추지 못했지만, 2023년부터 공급을 시작할 수 있다”고 말했다. 구체적으로 BOE가 중국 충칭 공장에서 생산되는 OLED 패널에 LTPO 기술을 접목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출처:Macrumors)
지난해 7월까지만 해도, BOE가 아이폰 14 시리즈 디스플레이를 수주하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BOE가 빠지면,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와 같은 국내 업체가 반사 이익을 누릴 수 있다는 예측도 나왔다. BOE가 아이폰 13 디스플레이 패널 설계를 무단으로 변경한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당시 애플은 이 같은 사실을 인지한 직후 BOE에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BOE 고위 임원이 애플 본사를 직접 찾아갔는데도, 두 달간 디스플레이 주문을 끊었다. 이에 일각에서는 애플이 BOE와 맺은 공급 계약을 모두 파기할 수 있다고 봤다. 허나 예상과 달리 애플은 BOE를 용서했다.
정확한 이유는 알 수 없으나, 애플이 BOE를 통해 디스플레이 ‘공급망 다각화’를 노리고 있다는 분석이 뒤따랐다. 이게 사실이라면, 이번 소식도 어느 정도 납득된다. 한때 삼성디스플레이는 아이폰 디스플레이를 독점 공급할 정도로 영향력이 컸다. 애플은 LG디스플레이를 통해 삼성디스플레이 비중을 낮췄고, BOE도 끌어들였다. BOE 물량을 늘린다면, 삼성디스플레이 비중은 더욱 줄어들게 된다.
테크플러스 에디터 윤정환
tech-plu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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