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ifixit)
애플이 지난해 출시한 아이폰 14 시리즈는 사실상 가격 인상에 가까웠다. 달러 기준 출시가는 전작과 같았지만, 고환율로 인해 그 외 대부분 지역의 출고가는 높아졌다. 어쩌면 이게 가장 나은 선택일지도 모른다. 만약 고환율과 애플 가격 인상이 동시에 이뤄졌다면, 아이폰 14 시리즈 출고가는 지금보다 훨씬 비쌀테니 말이다.
단, 비슷한 시기 애플이 사용자들에게 잘 알리지 않았던 소식이 하나 있다. 아이폰 14 시리즈 배터리 교체 비용 인상이다. 가격 오름폭은 예상보다 컸다. 애플은 아이폰 14 시리즈 배터리 교체 비용을 99달러로 책정했다. 이는 아이폰 13 시리즈(69달러) 대비 43%나 비싸진 것이다. 사용자 반발을 의식한 걸까. 당시 애플은 지원페이지에서 조용히 가격만 수정했다.
애플은 여기서 만족할 수 없었나 보다. 2일(현지시간) IT 매체 나인투파이브맥(9to5mac)은 애플이 구형 아이폰 시리즈 배터리 교체 비용을 올렸다고 밝혔다. 애플은 이번에도 가격 인상 소식을 널리 알리지 않고, 웹사이트 표기 가격만 수정했다. 물론 웹사이트 ‘견적 받기(Get an estimate)’ 도구 하단에 가격 인상 계획을 적시하긴 했다. 작고 흐릿한 글씨로.
(출처:Apple)
애플에 따르면 배터리 교체 비용 인상은 아이폰 14 시리즈를 제외한 모든 아이폰 제품에 적용된다. 아이폰 14 시리즈는 지난해 한 차례 올렸으니, 이번 인상에서 제외됐다. 인상 금액은 일괄 20달러며, 오는 3월 1일부터 새로운 가격 정책을 적용한다는 설명이다. 그전까지는 기존 가격 그대로 배터리 교체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현재 아이폰 X시리즈, 11~13 시리즈 배터리 교체 비용은 69달러다. 아이폰 SE(1~3세대), 아이폰 6~8 시리즈는 49달러다. 가격 인상이 시작되면 전자는 89달러, 후자는 69달러로 오르게 된다. 겉보기에는 인상 폭이 크지 않아 보이나, 비율로 보면 무시하기 어려운 수준이다. 아이폰 X~13 시리즈는 원래 가격 대비 28%, 아이폰 SE·6~8 시리즈는 40%나 비싸지기 때문이다.
국내에서도 아이폰 배터리 교체 비용이 오를까. 그렇다. 애플은 한국 지원페이지에 “오는 1일부터 아이폰 13 이전 출시된 모든 아이폰 모델의 보증 제외 배터리 서비스 요금이 3만600원 인상된다”고 명시했다. 현재 아이폰 X~13 시리즈 배터리 교체 비용은 7만9200원, 아이폰 SE·6~8 시리즈는 5만9400원이다. 전자는 10만9800원, 후자는 9만원으로 오른다.
(출처:Apple)
다시 한번 아이폰 배터리 교체 비용 인상분을 정리하면 아래와 같다.
– 아이폰 14 시리즈 : 13만1400원, 99달러 → 가격 동결
– 아이폰 X·11·12·13 시리즈 : 7만9200원, 69달러 → 10만9800원, 89달러
– 아이폰 SE(1~3세대)·6·7·8 시리즈 : 5만9400원, 49달러 → 9만원, 69달러
한화로 보니 가격 인상이 크게 와닿는다. 구형 아이폰을 더 오래 사용하고 싶다면 가격 인상 전에 배터리를 교체하는 게 좋겠다. 스마트폰 배터리 수명은 보통 2~3년이다. 이 기간을 넘어서면 배터리가 빠르게 닳는다. 참고로 아이폰 배터리 제한 보증 기간은 1년이다. 이 기간 내 배터리 성능이 80% 이하로 내려갈 때만 무상으로 배터리를 교체할 수 있다.
아이폰뿐만 아니라 아이패드 배터리 교체 비용도 오른다. 애플이 적시한 대상은 아이패드 프로 12.9인치 5세대 이하, 아이패드 프로11인치 3세대 이하, 아이패드 프로 9.7·10.5, 아이패드 미니 6세대 이하, 아이패드 에어 5세대 이하 제품이다. 최신형 아이패드 프로(12.9인치 6세대·11인치 4세대)를 제외한 전 제품 배터리 교체가 인상이나 다름없다.
(출처:ifixit)
아이패드 배터리 교체 비용은 일괄 5만3000원 비싸진다. 아이패드 배터리 교체 비용은 13만2000원으로 모두 동일하다. 가격 인상이 적용되면, 아이패드 제품군 배터리 교체가는 18만5000원이 된다. 이걸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그래도 최신형인 프로 12.9인치 6세대, 11인치 4세대 보다는 싸다. 두 제품 배터리 교체 비용은 각각 27만9000원, 23만2000원에 달한다.
한때 애플은 배터리 게이트 사건 이후 아이폰 배터리 교체 비용을 79달러에서 29달러까지 낮췄다. 그 이후부터는 인상의 연속이다. 애플이 제시한 비용을 합리적이라고 평가할 수 있을까. 아무리 애플이 프리미엄 전략을 강화하고 있다지만, 소모품인 배터리 교체 비용까지 이렇게 높여야 하는지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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