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처 : Giphy)
연말은 각종 브랜드가 일명 ‘홀리데이 시즌’을 앞두고 분주하게 움직이는 시기입니다. 소비자들이 지출을 적극적으로 늘리는 시기라서 그런데요. 애플에게도 연말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한해 아이폰 판매량의 대부분이 연말에 집중될 정도로, 애플에게 연말 대목은 상당히 중요한 시기거든요. 그래서 애플은 언제나 다수의 아이폰 출하량을 11~12월에 배치하곤 했어요.
그런데 올해 애플은 유독 혹독한 연말을 맞고 있습니다. 신제품 아이폰 14 라인업에 대한 수요가 저조한 것도 아니에요. 오히려 수요는 많은데, 이걸 만들 여건이 안 된다는 게 문제가 되고 있죠. 애플은 생산기지의 대부분을 중국에 두고 있습니다. 전 세계에서 아이폰을 가장 많이 생산하는 폭스콘(Foxconn)의 공장도 중국 정저우시에 있어요. 그런데, 바로 이 공장에서 문제가 생긴 겁니다.
노동자 탈출에 이어서 폭력 시위까지…눈덩이처럼 커진 폭스콘 사태

폭스콘 노동자들로 추정되는 이들이 공장 철조망을 넘는 모습. (출처 : 중앙일보 / 중국 진르터우탸오 캡처)
지난 10월부터 정저우 폭스콘 공장은 노동자 탈출과 시위로 사실상 공장 가동을 멈춘 상태에요. 엄격한 코로나19 방역 정책을 시행하는 당국의 지침을 따르려던 폭스콘이 공장 ‘폐쇄 모드’에 돌입하면서 모든 문제가 시작됩니다. 폭스콘은 공장 내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하자, 모든 직원의 통근을 금지해버려요. 공장 직원들은 집으로 퇴근하지 못하고, 공장 기숙사에서 모든 숙식을 해결해야 했죠.
문제는 기숙사에 갇힌 노동자들에게 제대로 된 식사도 제공하지 않았다는 거예요. 대부분의 근로자가 도시락 대신 라면과 빵 등의 기초 식량만을 배급받았다고 전했어요. 그러는 사이 폐쇄된 공장 내에서 코로나19 감염에 대한 공포는 더욱 커졌는데요. 결국 수많은 인파가 순식간에 도로 위로 쏟아져 나왔어요. 노동자들이 공장 울타리를 넘어 탈출하고, 고속도로 위를 걸어서 집으로 돌아가는 다소 위험한 상황까지 연출됐죠.

폭스콘 노동자들이 격분해 시위를 벌이고 있다. (출처 : CNN)
한순간에 생긴 생산 라인 공백에 폭스콘은 신규 노동자를 빠르게 채용해야 했어요. 회사는 신규 노동자에게 인센티브를 지급하겠다며 적극적으로 인력 보충에 나섰습니다. 문제는 회사가 인센티브 지급 약속을 지키지 않으면서 발생했죠. 신규 노동자들은 횃불을 들고 거리 위로 나왔습니다. 회사가 약속대로 임금을 지급하지도 않았고, 제공한 식사 역시 여전히 형편없었다며 불만을 터뜨렸어요. 결국 폭력 시위가 발생했고, 어렵게 메운 생산 라인에 또다시 공백이 발생하고 만 겁니다.
애플에게 혹독한 추위 선사한 폭스콘 사태…중국 의존 리스크 깨달은 애플

(출처 : 애플)
결국 눈덩이처럼 불어난 중국 정저우 폭스콘 공장 사태에 애플도 직격타를 맞았습니다. 애플은 지난달 6일(현지 시간), 특히 수요가 높은 아이폰 14 프로의 출하 일정을 연기하겠다고 밝혔어요. 사실상 연말 출하량을 줄이겠다는 얘기와도 같죠. 아이폰 14 프로는 정저우 폭스콘 공장에서만 무려 85%가 생산됩니다. 업계에서는 폭스콘 사태로 아이폰 14프로의 출하량이 최대 2000만 대 감소할 것으로 예측돼요. 연말 판매 성수기를 앞두고 애플 입장에서도 뼈아픈 상황이 아닐 수 없을 거예요.
애플은 폭스콘 사태로 생산 대부분을 중국에만 의존하는 게 얼마나 위험 부담이 있는 것인지 깨달은 모양입니다. 지난 12일(현지 시간) 인도 매체 민트(Mint)는 익명의 업계 고위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애플이 인도에서 아이폰 생산을 늘릴 것이라고 보도했어요. 올해보다 최대 3배 이상 증가할 수 있다고 합니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애플은 이미 폭스콘, 페가트론(Pegatron), 위스트론(Wistron) 등 3대 공급 업체에 생산 인력을 늘리라고 지시까지 했다네요.

(출처 : 애플)
앞서 지난 9일, 중국 매체 사우스 차이나 모닝 포스트(South China Morning Post)는 폭스콘이 인도에서 생산 능력을 기르고자 자회사에 5억 달러를 투자했다고 전했어요. 비슷한 시기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 역시 애플이 중국에서 벗어나 인도와 베트남 등으로 공급망을 옮기는 공격적인 계획을 세웠다고 보도했죠.
애플의 탈중국은 이미 예견된 일이었습니다. 지난 9월부터 애플이 생산 기지의 일부를 인도와 베트남으로 이전하고 있다는 소식이 심심찮게 나왔어요. 사실 애플은 폭스콘 사태가 벌어지기 전부터, 중국 정부의 도시 봉쇄로 여러 차례 크고 작은 공급 차질을 겪은 바 있거든요. 결국 최근 일어난 폭스콘 사태가 애플이 탈중국 속도를 높이는 촉매제가 된 걸지도 모르겠네요.
테크플러스 에디터 이수현
tech-plu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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