윈도우 PC에 익숙했던 사람이 맥북을 처음 사용하면 아마 가장 낯선 게 ‘한영 전환’ 방식일 겁니다. 필자 역시 올해 큰맘 먹고 산 맥북에서 문서 작업을 하다가 가장 당황했던 게 한영 전환이었어요. 아이폰과 아이패드를 써서 애플 인터페이스에 익숙했기에 호기롭게 맥북을 샀습니다. 오랜 애플 디바이스 사용 덕에 대부분 적응이 됐지만, 윈도우 PC에 오랜 기간 적응이 됐던 터라 한영 전환만은 이상하게 적응이 어렵더군요.
다들 아시다시피 윈도우 PC는 한영 키가 오른쪽 아래에 있어서 해당 키만 누르면 한영 전환이 됩니다. 하지만 맥북은 달랐어요. 윈도우 PC에선 거의 금지 구역이나 다름없는 ‘Caps Lock’ 자리에 한영 키가 들어가 있었던 거죠. 윈도우에서도 사실상 ‘죽은 키’와 같은 Caps Lock에 한영 키를 하나 만들어준 셈입니다. 물론 이마저도 애플 입장에선 엄청난 호의였을지도 모르죠. 한국 시장에 출시하고자 현지 제품에는 굳이 필요 없는 키를 넣어준 거니까요.

필자의 맥북 에어 M1칩 모델 키보드다. ①은 Caps Lock으로, 한/영 전환이 추가된 걸 볼 수 있다. ②는 단축기에 주로 사용되는 Command 키다.
조금만 신경 써서 사용하면 Caps Lock으로 한영 키 전환도 편하겠지만, 불편한 사람들은 최대한 윈도우 PC에서 쓰던 환경처럼 바꿔주는 게 좋습니다. 적어도 윈도우 PC에서 한영 키가 있던 자리와 유사하게 키보드 아래쪽 키를 눌러 한영 전환을 해보자는 겁니다. 완벽하게 윈도우 PC와 같은 자리에서 한영 전환 키를 사용하고 싶다면, 별도의 앱을 설치하는 방법이 있어요. 하지만 이 글에서는 앱 말고 기본 설정에서 활용하는 단축키를 설명하고자 해요.
물론 맥북 한영 전환 단축키 설정에 관해 수많은 글이 존재한다는 것을 필자 역시 잘 압니다. 하지만 설정 방법 알려주고, 왜 그렇게 설정해야 하는지는 언급하지 않는 경우가 많았을 겁니다. 이 글에서는 단축키 설정 방법과 함께 왜 그렇게 설정해야 하는지 그 이유도 정리해보고자 합니다.
구형 맥북에선 기본값이던 한영 단축키…이젠 스포트라이트 검색에 밀려
사실 처음 맥북이 한국에 출시됐을 때는 Caps Lock에 한영 키를 넣어주는 작은 호의조차 없었다고 합니다. 그러다 보니 ‘Command + 스페이스’ 단축키가 한영 전환 기본 단축키로 사용됐어요. 그런데 신형 맥북으로 넘어오면서 ‘Control + 스페이스’로 한영 전환 기본 단축키가 바뀌었고, 현재의 Caps Lock 한영 전환 키까지 이른거죠.
오랜 기간 맥북을 사용했던 분들이라면 공감하시겠지만, 앞서 언급했던 세 가지 옵션 중 Command + 스페이스 단축키가 가장 편합니다. 필자 역시 세 가지를 다 써봤는데, 아무래도 Command + 스페이스가 가장 편했어요. 처음에는 ‘Caps Lock 버튼 하나 누르는 게 두 개의 키를 누르는 단축키보다 편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했는데 아니더라고요. Command와 스페이스 바가 붙어 있어서 일단 누르기가 쉽고, 키보드를 입력하는 손가락의 동선을 고려했을 때도 가장 효율적인 방식이었습니다. 한영 전환에 있어 딜레이도 가장 없었고요.
그런데 앞서 언급했듯이, 지금은 한영 전환 단축키 기본값이 Control + 스페이스로 설정돼 있어요. 그리고 구형 맥북에서 한영 전환 단축키 기본값으로 활용되던 Command + 스페이스가 ‘스포트라이트(Spotlight) 검색’ 단축키로 이동했고요. 이런 변화를 두고 애플이 맥에서 스포트라이트 검색을 더욱 전면에 내세우려는 시도가 아니냐는 말도 많습니다. 스포트라이트 검색 사용의 접근성을 확대하고 있다는 거죠.
애플의 의도가 어떻든 간에, 다행히 설정으로 단축키를 바꿀 수 있습니다. 스포트라이트 검색 단축키를 한영 전환 단축키를 설정하는 입력 소스에 가져올 거예요. 이때 어떻게 가져오느냐가 조금이라도 빠른 한영 전환과 문서 작업의 키포인트랍니다.
‘입력 위치에 주목’…한영 전환 단축키 똑똑하게 설정하는 법
단축키 설정에 접근하려면 맥북 바탕화면 왼쪽 상단에 있는 애플 로고 버튼을 누릅니다. 그런 다음 시스템 설정>키보드>키보드 단축키로 들어가면 단축키 설정을 바꿀 수 있어요. 우선 바꾸기 전의 모습을 살펴볼까요. 위 사진처럼 ‘스포트라이트 검색 보기’에 Command + 스페이스 단축키가, ‘파인더(Finder) 검색 윈도우 보기’ 단축키에 ‘옵션 + Command + 스페이스’가 설정된 걸 볼 수 있습니다. 여기서 활용된 두 단축키 세트를 한영 전환 단축키에 적용해볼 겁니다.
한영 전환 단축키를 수정하기 위해 입력 소스를 눌러봅니다. 사진처럼 ‘이전 입력 소스 선택’에는 Control + 스페이스가, ‘입력 메뉴에서 다음 소스 선택’에는 ‘Control + 옵션 + 스페이스’가 설정된 걸 볼 수 있어요.
이제 앞서 언급했던 스포트라이트 단축키 세트를 한영 전환 단축키에 적용해볼 겁니다. 가장 중요한 건 위쪽에 있는 스포트라이트 검색 보기 단축키와 아래에 있는 파인더 검색 윈도우 보기 단축키의 순서를 바꿔서 입력 소스에 넣어줘야 한다는 거에요. 다시 말해, 스포트라이트 검색 보기에 있던 Command + 스페이스가 입력 소스의 ‘입력 메뉴에서 다음 소스 선택’에 들어가도록 하는 거죠. 그리고 옵션 + Command + 스페이스를 이전 입력 소스 선택에 넣어줘야 합니다.

사실상 스포트라이트 단축키 설정 메뉴의 단축키 위 아래 순서만 바꿔서 입력 소스에 넣으면 된다.
이렇게 한 뒤, 다시 스포트라이트 단축키 설정 메뉴에 들어가 입력 소스에서 활용됐던 단축키 세트를 입력합니다. 그래야 충돌이 나지 않거든요. 여기서 순서는 상관 없어요. 아무래도 더 간단한 Control + 스페이스 키를 본인이 더 잘 활용할 것 같은 기능에 자유롭게 넣어주면 됩니다. 헷갈리고 싶지 않다면 입력 소스에 있던 위 아래 단축키 순서 그대로 입력하는 게 가장 간단합니다. 이제 대략적인 설정이 끝났으니, 완료를 누르면 Command + 스페이스로 한영 전환을 이용할 수 있습니다.
‘Command + 스페이스’의 위치에 따라 미세하게 다른 한영 전환 속도
Command + 스페이스를 이렇게 넣어야 하는 이유는 단축키가 어디에 들어가느냐에 따라 한영 전환 속도에 미세한 차이가 있기 때문입니다. Command + 스페이스를 이전 입력 소스 선택에 넣으면 단축키를 누른 후 키보드에서 손을 떼야 한영이 바뀝니다. 반면, ‘입력 메뉴에서 다음 소스 선택’에 넣으면 단축키를 누르는 즉시 한영 전환이 가능합니다. 더욱 딜레이 없이 한영 전환이 가능하다는 거죠.
어느 위치에 들어가느냐에 따라 한영 전환에 속도 차이가 있기 때문에, 궁극적으로 문서 작업에도 영향을 끼쳐요. 그렇기에 맥북에서 보다 효율적인 문서 작업을 하고 싶다면, 그리고 Command + 스페이스 단축키를 활용하고자 한다면 해당 단축키를 입력하는 위치에 유의해야 할 필요가 있답니다.
테크플러스 에디터 이수현
tech-plu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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