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이 이달 초 발표한 차세대 플래그십 스마트폰 ‘픽셀 7 시리즈’는 64비트 앱만 지원하는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으로 알려졌다. 허나 구글의 공식 입장이 없어 왜 그렇게 만들어졌는진 알 수 없었다. 이제 궁금증이 풀렸다. 구글이 사실을 인정하며, 64비트 앱만 지원하도록 설계한 이유를 밝혔다.
28일(현지시간) IT 매체 나인투파이브구글(9to5google)에 따르면 구글은 안드로이드 개발자 블로그를 통해 픽셀 7과 픽셀 7 프로가 안드로이드 최초 64비트 스마트폰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64비트 앱만 지원할 때 얻는 이점을 강조했다. 구글은 더 빠른 연산과 적은 메모리 사용량, 개발자 편의성과 빠른 운영체제(OS) 업데이트를 꼽았다.
스마트폰이 64비트 앱만 지원하게 되면, 중앙처리장치(CPU) 성능이 약 25% 향상된다. 32비트 앱을 실행하기 위한 코드가 필요 없어지기 때문이다. 32비트 코드가 사라지게 되면, 메모리 용량 확보도 가능하다. 구글은 “32비트 코드 지원을 중단하면 최대 150MB 메모리 용량이 절약된다”라며 이를 통해 버벅거림 등 증상이 감소한다고 덧붙였다.
특히 64비트는 스마트폰 보안을 개선하는 데 효과적이라는 설명이다. 64비트는 32비트보다 주소 공간이 넓어, ASLR(Address space layout randomization)과 같은 보안 장치 효율성을 높인다는 것이다. ASLR은 운영체제(OS) 작업 중 메모리 주소를 임의로 만들어, 공격으로부터 사용자 기기를 보호하는 기법이다.
이밖에 64비트만 지원하면 개발자들이 더 나은 도구를 활용할 수 있다고 한다. 예컨대 개발자들은 메모리 오류를 감지하거나, 앱 품질 개선에 쓰이는 HWASan이라는 도구를 이용할 수 있다.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제조사들은 64비트 단일만 지원하면, 호환성테스트모음(CTS) 절차를 줄일 수 있어, 운영체제 업데이트 주기를 앞당길 수 있다고 한다.
즉 구글의 설명대로라면, 소비자들은 기기 성능과 보안 향상을, 개발자는 개발 편의성이 높아진다. 그리고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제조업체는 운영체제 업데이트 시간을 절약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단 구글 측은 “이제부터 64비트 전용 기기(픽셀 7 시리즈)가 제공되기에, 개발자들은 앱과 업데이트 테스트를 하는 데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당부했다.
32비트, 64비트에서 ‘비트’는 기기가 처리하는 정보량을 의미한다. 당연히 숫자가 큰 64비트 쪽이 더 많은 정보를 처리할 수 있고 속도 역시 빠르다. PC 분야는 오래전 64비트를 지원하기 시작했다. 모바일 분야는 다소 늦었으나, 몇 년 전부터 64비트를 선호하는 추세다.
스마트폰에서는 애플이 앞서가고 있다. 애플은 아이폰 5s부터 64비트를 지원했고, 지난 2014년에는 앱 개발자들에게 반드시 64비트를 지원할 것을 권고했다. 2017년 출시한 iOS 11 버전부터는 64비트 앱만 허용하고 있다. 모바일 하드웨어 분야도 마찬가지다. 대부분 모바일 프로세서 기반인 Arm 설계는 일부 코어만 32비트를 지원한다.
구글도 오래전부터 64비트로 전환을 추진해왔다. 구글은 지난 2014년 64비트 앱을 지원하기 시작했고, 2017년에는 내부 정책을 변경하면서 기반을 구축했다. 이어 2019년부터 앱 개발자들에게 64비트 앱을 반드시 포함하도록 통보했다. 구글이 픽셀 7 시리즈를 64비트 전용으로 설계한 것 역시, 그동안 실행해온 계획의 연장선이다.
오는 2023년 출시 예정인 픽셀 태블릿도 64비트만 지원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앞서 개발자 포럼 XDA디벨로퍼(XDA Developers) 편집장 미셸 라만(Mishaal Rahman)은 구글이 픽셀 태블릿을 이용해 64비트 전용 안드로이드 13을 테스트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가 안드로이드 소스코드에서 발견한 자료에는 ‘탄골(픽셀 태블릿 코드명)을 64비트 전용 빌드로 옮겨라’라는 문구가 포함돼 있었다.
단 구글은 64비트로 전환이 완전히 진행되기 전까진, 32비트도 지원할 방침이다. 저사양 기기용 운영체제 안드로이드 고(Go), 안드로이드 TV 등 32비트용 기기가 아직 상당히 많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구글은 플레이스토어에서 32비트 앱을 당분간은 계속 제공하겠다고 약속했다.
테크플러스 에디터 윤정환
tech-plu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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