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콘텐츠 물가 상승이 심상치 않다.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부터 음악 플랫폼, 그리고 앱 가격까지 연달아 인상되고 있어서다. 물론 모든 업체가 가격을 올린 건 아니나,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 일부 업체가 가격 인상 행렬에 합류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음악 스트리밍 플랫폼 스포티파이(Spotify)가 대표적이다. 25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에 따르면 다니엘 엑(Daniel Ek) 스포티파이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3분기 실적 발표에서 오는 2023년부터 미국 내 프리미엄 서비스 이용료를 올릴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경쟁자들이 가격을 올리는 행위는 우리에게 더 많은 자신감을 준다”며 “그것(가격 인상)은 우리가 하고 싶은 일 중 하나며, 파트너들과 협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스포티파이는 여러 시장에서 수십 차례 가격 인상을 시행하고도 고객을 잃지 않은 전례가 있다고 덧붙였다.
스포티파이 역시 가격 인상 추세에 발맞춰 내년께 요금 인상을 고려하고 있다는 말이다. 다만 다니엘 엑 CEO는 어느 지역에서 얼마만큼 구독료를 올릴지, 내부에서 어떤 논의가 이뤄지고 있는지 설명하지 않았다.
스포티파이 입장이 이해되지 않는 건 아니다. 스포티파이는 이번 3분기에 전체 사용자 수와 유료 사용자 수가 크게 늘었으나, 실적은 소폭 감소했다. 월간 사용자 수는 전년 동기 20% 증가한 4억5600만명, 유료 사용자 수는 700만명 늘어난 1억9500만명으로 집계됐다. 반면 영업이익은 2%포인트가량 떨어졌다.
더군다나 경쟁사인 애플 뮤직부터 유튜브, 넷플릭스까지 다양한 콘텐츠 구독 서비스 제공 업체들은 이미 이용 요금 올렸거나 조만간 인상할 계획이다.
예컨대 애플은 며칠 전 애플 뮤직, 애플TV 플러스, 애플 원 미국 사용료를 일제히 올리겠다고 발표했다. 애플 뮤직 요금은 기존 9.99달러에서 10.99달러로 높아졌다. 애플TV 플러스는 4.99달러에서 6.99달러로, 애플 원은 14.95달러에서 16.95달러로 각각 인상됐다. 게다가 애플은 몇몇 지역 앱스토어 가격 인상도 단행했다.
특히 애플은 애플 뮤직 가격 인상 이유로 음원 라이선스 비용 상승을 언급했는데, 스포티파이 역시 3분기 실적 발표에서 동일한 문제를 겪고 있다고 진단했다. 다니엘 엑 CEO가 애플 뮤직 가격 인상 소식 직후 곧바로 스포티파이 요금 상승 가능성을 시사한 이유가 아닐까.
유튜브도 일부 지역에서 프리미엄 요금제 가격을 올렸다. 아르헨티나의 경우 이번 가격 인상으로 기존 1.17달러였던 가족 요금제가 4.55달러가 됐다. 사용료가 거의 4배 오른 셈이다. 동일 요금제 기준 터키에서는 두 배, 일본은 30%씩 가격이 올랐다. 그에 비하면 미국, 영국 등 국가는 그나마 사정이 나은 편이다.
이게 끝이 아니다. OTT 업계도 구독 요금을 올리고 있다. 넷플릭스는 지난 1월 미국 내 베이직 요금제 가격을 기존 8.99달러에서 9.99달러로 높였다. 스탠다드 요금제와 프리미엄 요금제는 각각 2.5달러 오른 15.49달러, 19.99달러로 책정됐다. 국내에서도 이보다 몇 달 앞서 1500~3500원 상당 가격 인상이 있었다.
디즈니 역시 지난 8월 자사 OTT 서비스 구독료를 올리겠다고 발표했다. 훌루(Hulu)는 요금은 1달러 오른 7.99달러가 됐고, ESPN 플러스 구독은 3달러 상승한 9.99달러가 됐다. 디즈니 플러스는 7.99달러에서 10.99달러로 인상됐다. 훌루와 ESPN 플러스는 이미 적용된 상태며, 디즈니 플러스는 오는 12월부터다.
이에 다니엘 엑 CEO가 가격 인상을 시사하기 전까지, 스포티파이가 반사 이익을 누릴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기도 했다. 가격 경쟁력 측면에서 스포티파이가 우위에 설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현재 스포티파이 프리미엄 요금제는 9.99달러로, 인상된 애플 뮤직 요금보다 1달러 저렴하다. 실제 애플 뮤직 가격 인상안이 발표된 날, 스포티파이 주가가 소폭 상승한 바 있다.
이제 상황이 달라졌다. 외신 마켓워치(MarketWatch)는 다니엘 엑 발언 이후 스포티파이 주가가 약 10% 하락했다고 전했다. 매체는 “스포티파이 주가는 최근 분기 매출과 사용자 (증가로) 좋은 상승률을 보였지만, 내년에 가격을 인상할 것이라고 말한 지 하루 만에 10% 하락한 87.17달러를 기록했다”고 설명했다.
테크플러스 에디터 윤정환
tech-plus@naver.com
[fv0012]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