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과 메타의 관계가 이보다 안 좋았을 때가 있었을까. 양측의 갈등이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 물론 애플과 메타는 빅테크로서 수년 동안 신경전을 벌여왔다. 이들의 싸움은 지난해부터 가열되기 시작했다. 애플은 개인정보보호 정책을 변경해 iOS 운영체제에 앱 추적 투명성을 강화했다. 해당 조치로 메타의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같은 맞춤형 광고를 제공하는 사업자는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었다. 아이폰 사용자들이 앱 사용 추적을 거부할 수 있게 되면서, 맞춤 광고를 제공하는 데 어려움이 생겼기 때문이다.
메타는 수익의 98% 이상을 광고로 벌어들인다. 그렇기에, 사용자의 앱 내 활동 추적을 막아 맞춤형 광고를 제공하지 못하게 만든 애플의 조치는 메타에 사형선고와도 같았다. 실제로 애플이 개인정보보호 정책을 시행한 뒤 메타의 실적은 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 올해 2분기에 이어 3분기까지. 메타의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4% 감소했다.
물론 회사의 매출 감소가 온전히 애플 탓만은 아니다. 복합적인 원인이 함께 작용했다. 메타의 주력 플랫폼인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은 틱톡과 같은 신흥 강자와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다. 경쟁 심화로 인한 사용자 이탈도 매출 하락에 큰 원인이 됐다. 게다가 최근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로 기업들이 광고 지출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며 온라인 광고 시장 자체가 위축된 상태다. 그러나 애플의 정책 변경이 메타 매출에 미친 영향력 또한 상당한 것은 분명하다. 그렇기에 애플은 메타에게 눈엣가시일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이런 애플이 최근 또 다른 지침을 발표해 메타의 신경을 건드리고 있다.
애플, 홍보성 게시물 ‘부스트’에 인앱 결제 요구…더 엄격해졌다
애플은 앱스토어에 출시된 모든 앱에 대해 인앱결제를 권고하고 있다. 인앱결제는 앱에서 유료 콘텐츠를 결제할 때, 앱 마켓 운영업체의 자체 시스템으로 결제하는 방식을 일컫는다. 구글이나 애플 등의 업체는 인앱 결제 과정에서 수수료로 최대 30%나 가져간다. 이들은 외부 링크 결제를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있다.
여기에 지난 24일(현지 시간) 애플은 앱스토어 변경 지침을 발표했다. 애플은 홍보 게시물 ‘부스트(Boost)’ 판매에도 인앱 결제를 사용하도록 요구했다. 부스트는 페이스북, 트위터, 틱톡 등의 플랫폼에서 광고할 때, 자신의 콘텐츠가 더 많은 사용자에게 노출되도록 하는 기능이다. 해당 기능을 사용하려면 일정 비용을 내야 한다. 애플은 이러한 부스트가 단순 서비스가 아닌, ‘가상 상품’으로 본다. 애플 입장에서 부스트는 디지털 상품이기 때문에 당연히 인앱결제에 포함돼야 하는 요소다.
사실 트위터, 이베이(eBay), 틱톡은 이미 부스트 판매에 인앱결제 도구를 사용하고 있었다. 하지만 페이스북은 이 지침을 지키지 않았다. 애플은 해당 지침이 완전히 새로운 것이 아니라 이전 것에 대한 명확한 설명에 가깝다고 말했다. 그렇기에 페이스북을 제외하고 다른 앱은 이미 인앱결제 도구를 사용하고 있다는 것. 결국 애플의 최근 지침 발표는 그동안 부스트 판매에 인앱결제를 회피해왔던 메타의 목을 조르기 위해 나온 셈이다.
“애플은 다른 기업 깎아내리며 비즈니스 발전시키고 있어”…메타, 즉각 반발
메타는 애플의 최근 발표가 광고 수익 일부를 차지하려는 시도라며 즉각 반발했다. 메타 대변인은 CNBC에 “애플은 이전에 개발자 광고 수익의 일부를 차지하지 않겠다고 했지만, 이제는 마음을 바꾼 것 같다”며 “우리는 소기업의 광고와 비즈니스 성장을 위해 방법을 제공하고자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변인의 말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해당 지침은 오히려 대형 광고주가 아닌 소기업 광고에 영향을 미친다. 대부분의 대형 광고주는 전용 포털이나 앱을 사용해 광고를 구매하기 때문이다. 회사 측은 또한 “애플은 디지털 경제에서 다른 기업을 깎아내리면서 자신의 비즈니스를 성장하기 위해 계속 정책을 발전시키고 있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현재 애플은 광고에 힘을 주는 상황이라, 관련 수익을 늘리고자 이런 방식을 택했다는 것이다.
앱스토어 생태계 꾸준히 강화하는 애플…메타가 우려하는 것은
메타는 애플의 새로운 지침이 메타의 광고 수익 일부를 가져가기 위해 나온 것으로 본다. 메타의 불만을 처음 보도했던 IT 매체 더 버지(The Verge)에 따르면, 메타는 애플이 회사의 총 광고 수익의 일부를 받아야 한다고 주장할 가능성을 가장 우려하고 있다.
이미 메타는 지난해 애플의 개인정보보호 정책 지침으로 수십억 달러의 손실을 봤다. 업계에서는 새로운 앱스토어 지침 역시 메타의 광고 비즈니스에 위협이 될 것이라 분석하고 있다. 메타는 애플의 이러한 지침이 ‘선 넘었다’고 본다. 지침 변경을 발표한 정확한 속내는 애플만이 알 것이다. 의도가 어떻든 간에, 애플은 자사 앱스토어 생태계를 더욱 강화하며 경쟁사 비즈니스에 꾸준히 영향을 미치고 있다.
테크플러스 에디터 이수현
tech-plu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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