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 시장은 한때 코로나19의 확산으로 수혜를 본 시장이기도 하다. 전 세계는 전염병 확산을 막고자 대면 활동을 최소화했다. 회사의 재택근무와 학교의 온라인 수업이 확대되면서 자연스레 PC 수요가 증가했다. 하지만 올해가 되면서 상황은 달라졌다. PC 시장의 꽤 오랫동안 수요 감소를 겪고 있다. 이례적인 인플레이션과 경기 침체로 소비 심리가 위축된 탓이 크다. 날이 갈수록 PC 부품은 비싸지는데, 소비자들의 지갑은 얇아지니 어찌할 방법이 없는 것이다.
게다가 PC를 활용한 재택근무와 온라인 수업 비중이 줄고 있다. 대부분의 국가가 사회적 거리두기를 완화하는 기조를 취하고 있기 때문이다. 복합적인 이유가 겹치면서 사람들이 PC에 지출하는 돈이 감소했다.
2~3분기 내내 위축된 PC 시장에…얼어붙은 노동 시장
PC 시장은 지난 2분기에 이어서 3분기까지, 출하량이 감소하고 있다. 지난 10일(현지 시간), 시장조사기관 캐널리스(Canalys)가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3분기 전 세계 PC 출하량은 전년 동기 대비 약 18% 감소했다. HP가 27.8%로 가장 큰 출하량 감소를 나타냈고, 델(Dell)은 21.2%, 레노버(Lenovo)는 16.3% 감소했다.
시장조사기관 국제 데이터 코퍼레이션(International Data Corporation·이하 IDC)의 조사에서도 결과는 비슷했다. IDC 조사에 따르면 전년 대비 노트북과 데스크톱 PC 등의 출하량은 15% 감소했다. 제조업체 별로 살펴보면 HP가 27.8%, 델이 21.2%, 레노버가 16.1% 감소하며 캐널리스 조사와 상당히 유사한 수치를 나타냈다. 문제는 경기 침체가 장기화할 것으로 관측되면서 하락세가 당분간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
결국 수요 감소를 겪는 PC 제조 업체 노동 시장에 칼바람이 불고 있다. 지난 2분기 마이크로소프트(MS)는 어려워지는 경제 상황을 이유로 일부 직원을 해고한 바 있다. 3분기에도 시장 침체가 이어지면서 해고 물결이 계속될 것으로 관측된다. 그 시작은 인텔이 가장 먼저 끊었다.
해고당하는 인원만 ‘수천 명’…인텔, 대규모 인원 감축 계획 중
지난 12일(현지 시간) 블룸버그에 따르면 인텔은 PC 수요 침체로 수천 명의 직원을 해고할 계획이다. 앞서 회사는 지난 7월, 2분기 실적 발표에서 수익 감소를 겪었다. PC 수요 감소로 인텔의 주력 제품이던 중앙처리장치(CPU) 수익도 줄면서 타격이 컸다. 회사가 반도체 위탁 생산 ‘파운드리’와 그래픽처리장치(GPU) 등 다양한 분야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는데 주력 사업도 견고하게 버티지 못한 것. 결국 회사는 올해 매출과 이익 전망을 하향 조정했다.
당시 펫 겔싱어(Pat Gelsinger) 인텔 최고경영자(CEO)는 회사의 이익 개선을 위해 하반기에 추가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말했었다. 이후 인텔 내부에선 6개의 수익성 없는 사업부가 정리됐다. 여기엔 옵테인(Optane), 맥아피(McAfee), 드론 사업부, 낸드 사업부, 러시아 사업부, 스포츠 사업부 등 6개의 사업부가 포함됐다. 해당 사업에서 손을 떼면서 인텔은 15억 달러를 절약했다.
인텔은 이제 대규모 해고로 회사 운영 비용을 더욱 절약할 모양이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판매와 마케팅 부서를 포함한 일부 부서는 전체 직원 중 최대 20%의 인원이 해고될 수 있다. 정리해고는 이르면 이달 말에 발표될 예정이다. 블룸버그는 오는 27일 인텔의 3분기 실적 발표에서 관련 소식이 발표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인원 감축으로 상당한 비용 절약 가능…다른 기업도 해고 물결 이어질 수 있어
맨딥 싱(Mandeep Singh) 블룸버그 인텔리전스(Bloomberg Intelligence) 애널리스트에 따르면 해당 조치로 인텔은 약 10~15%의 회사 운영비를 절약할 수 있다. 이를 비용으로 환산하면 약 250~300억 달러(약 35~42조)의 비용이 절약된다. 숫자로만 봐도 상당한 금액이다. 회사로선 인건비를 줄이는 게 급선무다. 인텔은 현재 파운드리 사업에도 대규모 투자를 하고 있어 여유가 없는 상황이다. 이 상황에서 가장 쉽게 운영비를 절약할 수 있는 것이 해고를 통한 인건비 절감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업계 전문가들은 PC 시장의 회복이 쉽게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예측한다. 경기 침체는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관측된다. 상반기 많은 기술 대기업의 고용 축소와 해고 물결이 이어졌다. 하반기도 인텔의 정리 해고를 시작으로 다른 PC 제조업체의 해고를 단행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테크플러스 에디터 이수현
tech-plus@naver.com
[fv0012]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