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는 완전 자율 주행이 가능해지는 날을 고대한다. 그러려면 운전자를 보조하는 수준이 아닌 차량 안에 운전자가 없이도 안전하게 목적지까지 이동하는 수준이어야 한다. 테슬라가 꺼내 든 건 ‘테슬라 비전(Tesla Vision)’이다. 테슬라 비전이란 레이더나 라이다(LiDAR) 대신 차량에 장착한 카메라와 신경망 처리 기술만을 가지고 완전 자율 주행을 완성하는 시스템을 말한다.
모든 역량을 카메라에 집중하기 위한 행보는 계속되고 있다. 지난해 테슬라는 자사 전기차인 ‘모델 3’와 ‘모델 Y’에서 운전자 보조 시스템에 사용하던 레이더를 제거했다. 테슬라 측은 보도자료를 통해 “비전 시스템은 완전한 자율성을 위해 필요한 모든 것”이라면서 “인공지능(AI) 기반 소프트웨어 아키텍처는 카메라 의존도는 높였고 기대했던 것 이상으로 더 빠른 속도로 레이더를 불필요하게 만들었다”라고 전했다. 테슬라는 북미 지역을 중심으로 변경 사항을 적용하기 시작했다.
모델 3와 모델 Y를 우선 선택한 것은 자사에서 가장 많이 판매된 차량이라 짧은 시간에도 방대한 데이터를 수집할 것이고 이를 분석해 개발에 반영하면 테슬라 비전 출시 속도를 앞당길 수 있다는 생각에서다. 올해 초에는 ‘모델 S’와 ‘모델 X’에서도 레이더를 제외하겠다고 발표했다.
테슬라 비전은 자율 주행 기능을 완성하기 위한 하나의 방법이긴 하다. 일론 머스크 CEO는 자동차가 달리게 될 도로가 철저히 인간의 시각에 적합한 형태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카메라를 중심에 둔 운전자 지원 시스템이 효과가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카메라만 있으면 자동차가 알아서 운전하는 모습을 꿈꾸고 있다. 레이더와 같은 장치가 수집한 데이터가 오히려 정확한 판단을 내리는 데 방해가 된다는 입장이다.
레이더를 없애는 데는 현실적인 계산도 바닥에 깔렸다. 테슬라 차량에서 레이더 제거가 확대될수록 레이더 부품에 들어가는 비용을 절감하는 셈이다. 물론 더 많은 카메라가 채택돼야 하겠으나 카메라는 레이더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렴한 부품이다. 이미 테슬라 차량에서 사라진 라이다도 상당히 값비싼 부품으로 알려졌다. 라이다를 두고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 최고경영자(CEO)도 한마디 남겼다. 그는 라이다는 바보들이나 사용하는 기기라고 비꼬았다.
테슬라 비전에 가까워지기 위한 계획도 하나씩 현실화되는 모양새다. 5일(현지시간) 테슬라는 초음파 센서를 단계적으로 제거한다고 밝혔다. 북미 지역을 시작으로 유럽과 중동 그리고 대만에서 판매하는 모델 3와 모델 Y 차량이 대상이다. 모델 S와 모델 X는 내년쯤 초음파 센서를 없앤다.
이전까지만해도 테슬라 차량에는 초음파 센서 12개와 카메라 8대 그리고 전면 레이더 센서를 탑재해왔다. 그러다 레이더는 지난해부터 점차 퇴장하는 수순을 밟았다. 초음파 센서마저 제거되면 테슬라 비전 시스템에서 카메라가 차지하는 비중은 훨씬 높아지게 된다.
카메라로 수집한 데이터에 집중하는 테슬라의 전략이 어느 정도 실효성을 거둘지는 알 수 없다. 다른 완성차 업체들이 카메라는 물론 레이더와 라이다를 사용하는 데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 다양한 종류의 센서들이 수집한 정보는 결과적으로 자율주행 기술 수준을 높여줄 것으로 기대하기 때문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카메라를 이용하는 테슬라의 자율주행 기술은 거리 측정에 있어서만큼은 실수를 범할 확률이 높다고 보고 있다. 레이더 센서는 전자파를 보내 목표물에 반사돼 돌아오면 이를 인식해 센서로부터 목표물까지의 거리나 이동 속도 등 거리를 측정하는 역할을 한다. 이미 세단,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트럭 등 다양한 차량에서 레이더 센서를 적극 사용하고 있다. 측정된 거리를 가지고 어떤 물체가 근접하는 것을 감지해 비상 제동 기능을 빠르게 활성화할 수 있다.
레이더 제거 이후 차선을 유지하고 인접 차선에서 달리는 차량을 관찰하는 기능인 오토스티어(Autosteer) 기능 사용을 130km 이하로 제한한 것도 레이더 없는 자율주행 기능이 아직 부족하다는 것으로 읽힌다.
테슬라의 선택을 받지 못한 부품인 라이다 가격이 이전보다 떨어졌다는 점도 테슬라의 전략에 의문을 던질 때 지적되는 것 중 하나다.
자동차가 카메라만으로도 운전할 수 있어야 한다는 테슬라. 하지만 누가, 어떠한 기술을 가지고 완전 자율 주행이라는 목표에 다다르게 될지는 아직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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