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은 다양한 글로벌 기업의 생산 공장이 위치한 세계의 공장으로 잘 알려져 있다. 기업들이 스마트폰부터 자동차까지 다양한 제품의 생산 공장을 중국에 두고 생산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최근 미국 기업들의 중국 탈출 행렬이 심상치 않게 감지되고 있다. 지난해 말부터 하나둘씩 중국 사업을 축소하거나 철수하면서, 중국 내 입지를 줄이고 있다. 중국은 한때 거대한 인구를 가진 아시아 시장이라는 점과 값싼 노동력으로 기업 입장에서 거부하기 힘든 매력적인 시장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중국이 아닌 주변 아시아 국가로 눈을 돌리고 있다.
애플은 빅테크 중 중국 의존도가 가장 높은 편에 속한다. 최근까지 회사의 제품 중 95%가 중국에서 생산되고 있었다. 게다가 중국 시장은 회사가 포기할 수 없는 대형 시장이기도 하다. 실제로 애플 전 세계 매출의 4분의 1은 중국에서 나오고 있다. 도시 봉쇄로 중국 스마트폰 시장이 흔들릴 때도, 애플은 준수한 판매량 기록했다.
하지만 이런 애플마저 탈중국 선언에 나섰다. 지난달 JP모건에 따르면 애플은 올해 말까지 전 세계 아이폰14 생산량의 5%를 인도에서 생산할 예정이다. 이후 2025년까지 아이폰 전 제품 25%가 인도에서 생산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애플은 중국 탈출에 속도를 내고 있다. 그러나 탈중국에 속도를 내는 건 애플뿐만이 아니다. 구글도 탈중국 급행 열차에 탑승한 모양이다.
스마트폰에 이어 번역 서비스도? 구글도 중국과 거리두는 중
지난달 로이터의 보도에 따르면 구글은 픽셀 스마트폰을 인도에서 생산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외신은 구글이 인도에서 50~100만대의 픽셀 스마트폰을 생산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고 전했다. 이는 한 해 동안 생산되는 픽셀 스마트폰 생산량의 10~20%에 달한다. 물론 해당 계획은 아직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회사가 중국에서 발을 빼는 것은 분명하다. 게다가 최근 구글이 중국에 남아 있던 마지막 서비스를 종료한다는 소식이 나오면서 탈중국에 속도를 내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지난 3일(현지 시간) 구글은 중국에서 구글 번역 서비스를 종료한다고 발표했다. 회사는 현지 서비스 이용률이 낮다는 이유로 중국에서 서비스 종료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해당 결정으로 중국 SIM 카드가 장착된 스마트폰은 중국은 물론, 이외의 지역에서도 구글 번역 서비스를 사용할 수 없다. 구글 번역 중국 웹사이트는 이제 구글 번역 홍콩 웹사이트로 도메인을 옮긴 상태다.
과도한 경쟁과 인터넷 검열에 직면했던 구글…두손 두발 다 들었다
구글은 지난 2006년 구글 번역 서비스의 첫 번째 버전을 전 세계적으로 출시했다. 이후 같은 해에 구글 차이나를 설립한 후 본격적으로 중국 시장에 뛰어들었다. 그러나 당시 중국 정부는 자국 IT 산업 발전과 내부 보안 강화를 목적으로 해외 기업의 인터넷 사업을 규제하고 있었다. 결국 구글은 중국에 진출하고자 많은 부분 타협해야 했다.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항은 필터링되도록 검색 엔진을 구성해야 했고, 서비스 운영 전반에 강한 검열을 받아야 했다.
회사가 엄격한 검열을 받으며 서비스를 자유롭게 제공하지 못하는 사이, 중국에서는 바이두(Baidu)와 텐센트(Tencent) 등 정부의 지원에 힘입은 현지 인터넷 서비스가 급격히 성장했다. 결국 구글은 전 세계 검색 엔진 시장에서 70%를 차지했지만, 중국에선 현지 서비스와의 경쟁에서 밀려 기대 이하의 성과를 얻었다.
이후 2009년 말, 중국 인권 운동가들의 지메일(G-mail)이 해킹당하는 사건이 벌어진다. 당시 미국 내에서는 해당 사건의 배후로 중국 정부를 지목했었다. 구글은 당시 공시 블로그에서 “중국 인권 보호를 옹호하는 10여개의 미국, 중국, 유럽 지메일 사용자 계정에 대한 해킹 시도가 있었다”고 밝혔다. 결국 구글은 이와 같은 사건에 크게 반발하며 더 이상의 검열은 견딜 수 없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이후 2010년 3월, 구글은 중국에서 검색 엔진 서비스를 종료하고 도메인을 홍콩으로 옮겼다. 검색 엔진은 물론, 구글 지도, 구글 드라이브, 지메일 등 다른 구글 서비스도 이때 모두 종료됐다.
코로나19와 얼어붙은 국제 정세…계속되는 빅테크의 중국 탈출
중국 정부의 과도한 인터넷 검열에 다른 빅테크 기업도 버티지 못했다. 지난해 중국에 마지막으로 남아 있던 미국 소셜미디어 서비스였던 마이크로소프트(MS)의 링크드인(Linkedin) 역시 검열과 단속을 견디지 못해 중국을 떠났다. 월스트리트저널(Wall Street Journal)에 따르면 링크드인이 2020년 중국 규제 당국으로부터 삭제 요청을 받은 콘텐츠는 무려 42건에 달했다. 이는 링크드인이 기업이나 기관에게 받은 삭제 요청 중 가장 많았다.
에어비앤비와 아마존도 비슷한 상황에 놓여 서비스를 중단했다. 중국은 국내 사업을 키우려 외국 기업에 요구 사항을 늘리고 단속도 강화했다. 아마존은 지난 6월 현지 진출 약 10년 만에 전자책 서점을 폐쇄했고, 에어비앤비는 중국 진출 6년 만에 중국에 있는 숙소를 모두 철수하게 됐다.
게다가 코로나19 펜데믹과 미국과 중국 사이의 국제 정세가 얼어붙으면서 더 많은 미국 기업의 현지 사업은 차질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은 현재도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베이징과 상하이 등 주요 도시를 봉쇄하는 ‘제로코로나’ 기조를 취하고 있다. 여기에 최근 미국이 중국이 세계에 미치는 기술적 영향력 확대를 막고자 강력하게 견제하면서 양국 사이의 긴장이 더욱 커지고 있는 상황. 이제 중국에 남아 있던 구글의 마지막 서비스까지 현지를 떠나게 됐다.
테크플러스 에디터 이수현
tech-plu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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