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9일(현지 시간) AMD가 미국 텍사스에서 열린 회사의 제품 발표 자리에서 새로운 프로세서인 ‘라이젠 7000 시리즈(AMD Ryzen 7000 Series)’를 공개했다. AMD의 새로운 데스크톱 중앙처리장치(CPU)인 라이젠 7000 시리즈는 반도체 위탁 생산 ‘파운드리’ 1위 기업 대만 TSMC의 5나노 기반 4세대 핀펫(FinFET) 공정으로 양산됐다. 회사는 새로운 CPU로, 최대 라이벌인 인텔을 바짝 추격하고 있다.
AMD 라이젠 7000 시리즈의 CPU 최대 클럭 속도는 5.7GHz(기가헤르츠)다. 전작인 라이젠 5000 시리즈보다 동작 속도가 빨라진 셈이다. CPU는 매초 수많은 명령을 처리한다. 클럭 속도는 CPU가 초당 실행하는 사이클 수를 GHz 단위로 나타낸 것이다. 쉽게 말해, CPU 속도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는 기본 단위라고 할 수 있다. 클럭 속도가 빨라지면 일반적으로 CPU 속도도 빨라진다. 클럭 속도는 성능 좋은 CPU를 결정하는 지표 중 하나다.
그렇다고 무작정 클럭 속도를 높일 순 없다. 클럭만 너무 높이면 발열이나 전력 소모도 심해진다. 이는 장시간 PC 작업을 할 때 특히 치명적이다. CPU 코어 수, 아키텍처 개선, 전력 제한, 발열 개선 등 다른 기술력도 뒷받침돼야 한다. 우수한 기술력이 없다면, 클럭 속도를 최대 효율로 끌어낼 수 없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AMD가 최대 클럭을 5.7GHz까지 이끌어낸 것은 회사의 뛰어난 기술력을 보여주는 증거이기도 하다.
인텔이 다른 사업에 눈 돌릴 때 바짝 따라온 AMD
인텔은 한동안 주력 사업인 CPU에 전념하는 듯했다. 회사는 한때 전체 시장 점유율 90% 이상을 독식하는 시장 포식자였다. 인텔에 도전했던 회사는 대부분 경쟁에 패했고,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더 이상 인텔을 위협할 상대는 없을 것만 같았다. 회사는 안정적인 주력 사업을 기반으로 지난해부터 비메모리 반도체 위탁 생산 ‘파운드리’나 그래픽처리장치(GPU)에도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그사이 계속해서 CPU 제품 출시가 미뤄지는 등 소비자와의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
AMD는 인텔이 주춤할 때, 고성능 프로세서 개발에 전념했다. 그 결과 지난해부터 폭발적인 시장 점유율 상승을 이뤄냈다. 양사의 시장 점유율 차이는 점차 줄어드는 모양새다. 시장조사업체 머큐리리서치에 따르면 전체 CPU 시장 내 AMD의 점유율은 지난해 1분기 20.7%에서 올해 27.7%로 상승했다. 반면 같은 기간 인텔은 79.3%에서 72.3%로 감소했다. 그동안 인텔에 도전한 회사들은 모두 패했지만, AMD는 달랐던 것. 이에 인텔도 위협을 느끼고 차세대 CPU로 반격을 준비하고 있다.
‘우리꺼가 더 빨라!…인텔의 13세대 CPU 클럭 속도는 6GHz
지난 13일(현지 시간), IT 매체 톰스하드웨어(Tom’s Hardware)는 이스라엘 하이파 연구소에서 열린 ‘테크놀로지 투어 2022(Technology Tour 2022)’에서 인텔이 최신 제품에 대한 정보를 공유했다고 전했다. 인텔의 13세대 CPU로 알려진 ‘랩터 레이크(Raptor Lake)’는 기본 설정에서 CPU 클럭 속도가 6GHz까지 작동한다. 이는 최근 발표된 라이벌 AMD의 신작보다 300MHz 더 빠른 수치다. 라인업 제품 중 하나는 8GHz의 오버 클럭 기록을 세웠다고. 물론 인텔은 13세대 라인업 제품 중 어떤 제품이 최고 속도에 도달했는지 자세히 공유하지 않았다.
회사는 현재 12세대 CPU인 ‘엘더 레이크(Alder Lake)’보다 13세대 CPU가 단일 스레드 처리에서 약 15% 더 나은 성능을 보일 것이라고 자신했다. 단일 스레드 처리는 쉽게 말해, CPU가 한가지 동작을 수행하는 것이다. 단일 스레드 처리를 빠르게 하는 데엔 클럭 속도를 높이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다. 이외에도 다중 스레드 처리는 41% 더 나은 성능을 보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결과적으로 인텔은 13세대 CPU가 전작 대비 40% 성능 확장을 이뤄낼 것이라고 말했다.
하반기 CPU 전쟁 더 치열할 것…최종 승자 누가될까
물론 AMD의 최대 클럭인 5.7GHz와 인텔의 최대 클럭 6GHz는 숫자 자체로만 봐도 큰 차이는 아니다. 실제로 사용해보면 큰 속도 차이를 느끼지 못할 것이다. 하지만 CPU 클럭 속도는 지난 몇 년간 최대 5GHz대 범위에 머물러 있었다. 이 사실을 감안하면 인텔이 최대 클럭 6GHz에 도달한 것은 상당히 유의미한 결과다.
인텔의 13세대 CPU 출시 날짜와 가격은 아직 정확히 발표되지 않았다. 경쟁사인 AMD는 오는 27일 라이젠 7000 시리즈의 메인 제품을 공개할 예정이다. CPU 성능 전쟁이 점점 더 치열해지고 있다. 지난해부터 선두와의 격차를 줄인 AMD, 그리고 달아나려는 인텔의 경쟁이 계속되고 있다. 하반기 출시될 인텔과 AMD의 새로운 CPU는 시장 판도를 어떻게 흔들지, 귀추가 주목된다.
테크플러스 에디터 이수현
tech-plu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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