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갤럭시 Z 시리즈로 폴더블 스마트폰의 대중화를 이뤄내면서 애플의 폴더블폰 경쟁 참전에 이목이 쏠렸다. 하지만 아직 애플이 폴더블 아이폰을 출시하려는 움직임은 크게 없다. 오히려 애플이 접는 디스플레이를 적용할 첫 번째 장치가 ‘아이패드’가 될 것이란 소문이 많다. 아이패드든 아이폰이든, 애플이 폴더블 제품 출시에 관심을 갖는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회사는 디스플레이를 접을 때 생기는 ‘주름’이 거슬렸던 모양이다.
접히는 부분에 생기는 주름은 소비자들도 항상 지적해왔던 고질적 문제다. 현재 기술로선 바(Bar) 타입 스마트폰처럼 매끈한 화면을 구현하기 어렵다. 폴더블폰 열풍을 이끌어가던 삼성도 ‘주름 개선’에 적잖이 신경 썼다. 실제로 삼성의 3, 4세대 폴더블폰은 1세대에 비해 눈에 띄는 불편감을 개선했다고 평가된다. 그러나 주름은 여전히 존재한다. 사실 폴더블 장치의 탄생도 혁신적인 디스플레이 기술로 가능했다. 디스플레이 기술이 발전한다면, 주름 개선이 가능하지 않을까. 애플도 그렇게 생각한 것 같다.
‘주름 펴줘’…공급 업체에 새로운 디스플레이 개발 요청한 애플
올해 초, 애플 소식에 정통한 블룸버그 마크 거먼(Mark Gurman)을 비롯한 업계 전문가는 애플이 폴더블 디스플레이를 탑재한 아이패드와 맥북을 개발 중이라고 전했다. 스마트폰보다 큰 화면의 제품 출시를 준비 중인 회사에 주름 현상은 반드시 해결해야 할 문제였던 것. 작은 화면에서는 주름이 크게 눈에 띄지 않아도, 화면이 커질수록 더 잘 보일 수밖에 없다. 결국 애플은 자사에 디스플레이를 공급하는 삼성·LG 디스플레이에 주름지지 않는 새로운 디스플레이 개발을 요청했다.
지난달 30일 업계에 따르면 애플은 2024년 출시 예정인 첫 OLED 디스플레이 아이패드를 비롯해, 앞으로 출시할 맥북에 ‘하이브리드 OLED’를 적용하고자 한다. 애플은 하이브리드 OLED가 폴더블 디스플레이의 주름을 개선할 열쇠가 될 것이라고 본다.
해당 기술은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가 개발 중이다. 기술은 아직 완성되지 않았다. 현재 상용화된 디스플레이 기술로는 리지드(Rigid) OLED, 플렉서블(Flexible) OLED가 있다. 하이브리드 OLED 기술을 이해하려면 해당 기술들을 먼저 이해해야 한다.
‘구부리고 늘어나고’…OLED 디스플레이 기술 변천사
리지드 OLED는 딱딱하고 평평한 디스플레이를 생각하면 쉽다. 해당 OLED는 유리 기판 위에 저온폴리실리콘(LTPS), 유기발광(EL) 층을 쌓고 유리 봉지로 마무리하는 구조다. 이는 오랜 시간 디스플레이 공정에 사용됐지만, 단단한 유리 소재 때문에 유연성이 전혀 없다는 단점이 있다. 해당 기술로는 스마트폰 형태를 자유롭게 구현하는 혁신을 이뤄내는 데 한계가 있었다.
이런 한계를 뛰어넘은 것이 바로 플렉서블 OLED다. 플렉서블 OLED는 유리 기판과 유리 봉지 대신 플라스틱 소재의 폴리이미드(PI) 기판과 얇은 필름인 ‘TFE(Thin Film Encapsulation·박막봉지)’를 활용한다. 이러한 소재 변화로 이전보다 더 가볍고 얇은 디스플레이를 만들 수 있다. 게다가 기존에는 어려웠던 유연성까지 확보된다. 리지드 OLED와 달리 플렉서블 OLED는 구부릴 수 있는 특성 때문에 제품 설계가 자유롭다.
플렉서블 OLED의 스마트폰 적용은 폴더블폰의 탄생을 불러왔다. 자유자재로 변형 가능한 특성 덕에 접어도 깨지지 않았다. 유리 소재를 사용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유리 대신 사용하는 PI 소재는 액체라서, 기판으로 사용하려면 우선 유리 기판에 바르고 굳힌 다음 이를 떼어내는 과정이 필요하다. 복잡한 과정만큼 원가도 올라가고, 디스플레이 가격이 비싸진다.
애플의 요청으로 LG디스플레이와 삼성디스플레이가 개발 중인 하이브리드 OLED는 PI 기판 대신 매우 얇은 유리 기판과 박막 봉지를 활용한 기술이다. 이렇게 되면 디스플레이를 만드는 과정이 간소화돼 플렉서블 OLED보다 싸게 만들 수 있다. 업계 일각에선 애플이 원가 절감을 이유로 해당 기술을 적용하려는 것이라고 추정해왔다. 하지만, 원가뿐만이 아니다. 현재 공정 기술로는 PI 소재와 주름 현상이 연관돼 있다고 본 것이다.
‘소비자 지적 면치 못한 주름’…개선 왜 어려울까
업계 전문가들은 현재 폴더블 제품에서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주름 현상이, 플렉서블 OLED 공정 과정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플렉서블 OLED에서 유리 기판 대신 활용되는 PI 소재는 앞서 언급했듯이 액체 상태다. 리지드 OLED의 유리 기판처럼 활용하려면 공정 초반에 ‘캐리어 글라스’라고 불리는 유리 기판 위에 PI 물질을 바른 뒤 굳혀야 한다. 이후 LTPS, EL 층을 차례대로 쌓고 박막 봉지 공정을 거친다. 최종적으로 레이저를 활용해 캐리어 글라스를 떼어내면 되는데, 이 과정을 ‘레이저 리프트 오프(LLO)’라고 한다. 거푸집을 만들어놓고, 나중에 떼어내는 것과 유사하다.
문제는 LLO 공정에서 유리 기판을 떼어낼 때 발생한다. 레이저가 가하는 열은 PI 기판의 가장자리를 변형시키는 경향이 있다. 전문가들은 이때 디스플레이 패널이 뒤틀리고, 이 과정에서 주름 현상이 일어난다고 분석했다. 리지드 OLED처럼 유리 기판을 활용하면 이런 과정이 필요없지만, 그렇게 되면 유연성을 확보하기가 어렵다. 현재로선 구부릴 수 있는 유연한 소재는 PI 기판밖에 없어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미세한 주름마저 해결하려면, 새로운 소재를 개발하는 것 외엔 방법이 없어 현실적인 어려움이 따랐다.
애플이 원하는 하이브리드 OLED 기술…만만치 않아
애플의 요청에 따라 현재 LG디스플레이와 삼성디스플레이는 하이브리드 OLED에 유리 기판으로 사용할 0.2mm 두께의 ‘울트라씬(UT) 기판’을 개발 중이다. PI 소재는 레이저 공정에서 변형이 일어나기에 이를 피하고자 접을 수 있는 유리 소재를 만들려는 셈이다.
현재 표준인 유리 기판의 두께는 0.5mm다. 이미 충분히 얇은데, 여기서 더 얇게 만들어야 하는 것이다. 해당 기판이 완성되려면 최소 1년은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애플이 궁극적으로 원하는 것은 PI 기판 기반의 하이브리드 OLED 디스플레이다. 업계에선 유리 기판 하이브리드 OLED 개발도 어려운 마당에 PI 기판 하이브리드 OLED는 더 어렵다고 본다. 그렇기에 애플이 바라는 수준의 폴더블 디스플레이가 빠른 시일 내에 나오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테크플러스 에디터 이수현
tech-plu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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