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이 대두되면서 친환경을 앞세운 제품이 늘고 있다. 삼성전자는 올해 폐어망을 재활용한 친환경 케이스를 선보이며, 향후 친환경 소재 활용을 늘리겠다고 약속했다. 애플은 친환경 경영을 위해 역시 아이폰, 맥북, 에어팟 등 자사 제품에 재활용 소재를 확대하겠다고 공언했다.
과거 휴대전화 시장 강자였던 노키아도 친환경 행보에 합류했다. 2일(현지시간) 해외 IT 전문 매체 더 버지(The Verge)는 핀란드 HMD 글로벌(HMD Global)이 보급형 스마트폰 X30 5G를 선보였다고 전했다. HMD 글로벌은 이전 노키아 직원들이 설립한 회사다. 지난 2016년 노키아 스마트폰 사업부를 일부 인수했다. 이후부터 노키아 이름을 단 저가 스마트폰을 생산하고 있다.
노키아 X30 5G는 전형적인 보급형 스마트폰이다.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는 퀄컴 스냅드래곤 695를 탑재했다. 이 AP는 지난해 말 퀄컴에서 공개한 중급형 프로세서다. 메모리 용량은 6~12GB, 저장 용량은 128~256GB다. 주사율은 90Hz, 해상도는 FHD며 디스플레이 패널은 OLED를 사용했다. 사양만 보면 딱히 눈에 띄는 점이 없다.
노키아 X30 5G가 주목받는 건 친환경 소재를 대거 사용했기 때문이다. HMD 글로벌에 따르면 X30 5G 프레임은 100% 재활용 알루미늄으로 만들어졌다. 후면 패널은 65% 재활용 플라스틱으로, 제품 박스는 70% 재활용 종이로 제작됐다. 여기에 향후 3년간 운영체제(OS) 판올림과 매달 보안 업데이트를 제공한다. 하드웨어 보증 기간도 3년으로 넉넉한 편이다.
이뿐 아니라, X30 5G는 HMD 글로벌의 구독 서비스 써큘라(Circular)로 빌려 사용할 수 있다. 써큘라는 기기 구독과 자선 행위를 함께 할 수 있는 친환경 구독 모델이다. 구조는 이렇다. 써큘라를 구독하면 자선단체에 기부할 수 있는 시드(Seeds)를 받는다. 기기를 오래 구독할수록 더 많은 시드를 얻을 수 있다.
시드를 자선단체에 기부하면, 이들은 나무를 심거나 강에 버려진 플라스틱을 치우는 등 친환경 봉사활동을 펼친다. 구독이 끝난 스마트폰은 HMD 글로벌이 재활용하거나, 기술의 혜택을 받지 못하는 지역으로 기부된다고 한다. 단 얼마나 오랜 시간 구독해야 시드를 얻을 수 있는진 알 수 없다. 이에 대한 자세한 설명은 없었다.
HMD 글로벌 측은 노키아 X30 5G를 두고 “가장 친환경적인 스마트폰”이라고 주장한다. 틀린 말은 아니다. 재활용 소재를 적극 활용한 스마트폰을 친환경 구독 모델과 함께 사용할 수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착한 스마트폰의 대명사 페어폰(Fairphone)과 비교하면 아직 갈길이 멀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네덜란드 사회적 기업인 페어폰은 지속가능한 친환경 스마트폰 ‘페어폰 시리즈’를 제조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최신 모델은 페어폰 4세대인데, 후면 덮개에 100% 재활용 플라스틱을 사용했다. 납땜에 쓰이는 주석 역시 100% 재활용한 것이다. 특히 페어폰은 비분쟁 지역에서 생산한 광물만 고집하고 있다.
소프트웨어 업데이트 기간도 노키아 X30 5G보다 길다. 페어폰은 총 5년간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보장한다. 예외도 있었다. 지난 2015년 출시한 페어폰 2세대는 올해 3월 새로운 업데이트를 받았다. 출시한지 7년이 지났는데 새로운 업데이트를 제공한 것. 이렇게 오랜 기간 업데이트를 제공한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제조사는 없다.
수리 용이성 측면에서도 페어폰이 앞선다. 페어폰은 2세대 제품부터 부품 교체가 쉽도록 내부 구조를 단순화했다. 고장나면 페어폰 홈페이지에서 필요한 부품만 구매해서 교체하면 된다. 수리 난이도 역시 낮다. 제품별 수리 용이성 점수를 매기는 아이픽스잇(ifixit)은 페어폰 시리즈에 만점을 줬다. 또 페어폰은 기기를 오래 사용할수록 대여 비용을 깎아주고, 수리 서비스까지 제공하는 순환형 구독 모델까지 갖췄다.
HMD 글로벌의 방향은 분명 옳다. 비슷한 체급의 친환경 스마트폰과 구독 모델을 선보였기에 페어폰과 비교됐을 뿐이다. 매체도 “보다 친환경적인 스마트폰을 생산하려는 시도는 칭찬할 만하다”며 페어폰에 뒤처져있을 뿐이라고 평가했다. HMD 글로벌뿐만 아니라 다른 스마트폰 제조사들이 페어폰을 뛰어넘는 친환경 스마트폰을 만들길 기대한다.
테크플러스 에디터 윤정환
tech-plu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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