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맥북 에어에 대한 궁금증은 두 가지로 갈린다. M1을 개선한 M2 프로세서의 성능, 그리고 새로워진 디자인이다. 한 달 가까이 써 본 맥북 에어는 많은 부분이 이미 ‘아는 맛’이지만 미묘하게 새로운 느낌을 준다. 애초 M1 맥북 에어와 눈에 띄는 사용 경험 차이는 크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이 두 가지 이유가 섞이면서 이전 제품들과는 확연히 다른 경험을 만들어 준다는 인상이 남았다.
무엇보다도 새 디자인은 그 어느 때보다 크게 바뀌면서도 맥북 에어의 특징을 잘 살려냈다. 또한 구조적으로 불편하던 부분들을 효과적으로 잘 풀어낸 것이 눈에 띈다. 어떻게 보면 성능 향상보다도 폼팩터가 주는 변화가 훨씬 큰 경험 차이를 만들어준다.
맥북 에어의 상징, 쐐기형 내려놓은 디자인
실제로 제품을 만져봤을 때 드는 첫인상은 날렵하면서도 단단하다는 느낌이다. 전체적인 변화는 눈 보다 손이 더 잘 알아챈다는 표현이 맞을 것 같다. 디자인의 가장 큰 변화는 쐐기형 디자인이 편평하게 바뀌었다는 데에서 시작한다.
맥북 에어는 1세대부터 3세대까지 모두 뒤에서 앞으로 올수록 얇아지는 일명 쐐기형 디자인을 했다. 메인보드와 프로세서, 냉각 시스템이 들어가는 부분의 두께는 남겨 두고 나머지 부분은 최대한 얇게 만드는 것이 애초 이 맥북 에어 디자인의 열쇠였다. 애플은 시스템 외의 부분들을 최대한 이용하기 위해서 리튬 폴리머 배터리를 얇게 펴서 채워 넣어 왔다.
이 디자인은 노트북의 구조적인 특성을 살리면서도 노트북의 두께와 부피를 줄이는 효과를 냈다. 또한 시각적으로도 앞에 보이는 부분을 얇게 만들어서 노트북이 날렵하다는 인상을 준다. 이 디자인이 얼마나 잘 짜였냐면, 이전 세대 맥북 에어가 가장 얇은 부분이 4.1mm고, 가장 두꺼운 부분이 16.1mm다. 4세대 맥북 에어는 모든 면에서 11.3mm다.
두꺼운 부분을 비교하면 거의 5mm 가까이 차이가 나고 30% 얇아진 셈인데 언뜻 보면 이전 세대가 더 얇아 보인다. 이전 세대 맥북 에어의 디자인은 이용자가 바라보는 앞부분이 아주 얇게 떨어질 뿐 아니라 끝부분을 곡면으로 만들어서 맨 바깥쪽 면에서 보이는 두께가 더 얇아 보인다. 이는 13인치 맥북 프로도 마찬가지다. 13인치 맥북 프로의 두께는 15.6mm인데, 4세대 맥북 에어와 거의 비슷해 보인다. 지금 돌아봐도 이전의 맥북 에어와 맥북 프로의 얇게 보이는 디자인은 놀랍다.
그런데 4세대 맥북 에어는 들어보면 다르다. 어떻게 보면 이전의 눈속임 효과 없이 보이는 그대로의 두께이기 때문에 보이는 것보다 더 얇게 느껴진다. 단순히 4~5mm의 두께 차이 이상으로 손끝의 느낌이 다르다. 쐐기형 디자인을 내려놓았지만 그 효과는 더 담백하게 보여주는 셈이다.
디자인의 이유, M2 프로세서
애플이 이렇게 디자인을 한 이유는 프로세서 때문으로 읽어볼 수 있다. 이제까지의 맥북 에어는 인텔의 x86 프로세서를 기반으로 했다. 이 전통적인 프로세서는 작동하는 동안 지속적으로 열이 난다는 전제 조건이 있다. 그리고 하는 일이 많아지면 그 열은 점차 올라서 적절한 냉각 시스템으로 식혀 주어야 제 성능을 낸다. 메인보드와 프로세서, 그리고 메모리 등이 놓이고, 그 위에 냉각팬이 따라붙어야 했고, 이를 최소화하는 것이 기술이었다.
맥북 에어는 열이 적게 나고, 전력 소비량도 적은 인텔의 초저전력 프로세서가 있었기 때문에 태어날 수 있었고, 덕분에 일정 수준의 배터리 이용 시간을 보장하면서도 배터리의 양을 줄일 수 있었기 때문에 앞부분을 얇게 만들어낸 기기다.
하지만 M1 이후 애플은 자체 실리콘을 쓰기 시작하면서 냉각 시스템을 최소화하고, 심지어 팬을 떼어내도 성능을 유지하는 데에 큰 문제가 없다는 결론을 얻어냈다. 그리고 이는 단순한 제조사의 주장이 아니라 실제로 써본 이용자들이 모두 공감하는 부분이다. 전통적인 컴퓨터 구조에서 냉각팬을 줄이는 것은 큰 혁신이다. 그리고 애플은 이를 4세대 맥북 에어 디자인으로 풀어내면서 쐐기형 디자인 대신 편평한 구조에 배터리를 깔면서도 맥북 에어의 상징인 ‘얇다’는 특징을 아주 잘 살려냈다.
M2 맥북 에어는 실제로도 요즘처럼 뜨거운 여름의 날씨에도 열을 전혀 내지 않으면서도 대부분의 일을 아주 매끄럽게 처리해낸다. 영상 편집을 해도 열이 느껴지지 않고, 인코딩할 때만 키보드 위쪽 힌지 부분이 조금 따뜻해지는 정도지만 그나마도 몇 분 안에 처리하기 때문에 쓰로틀링도 경험하기 어렵다. 애초 쓰로틀링이 부담스러운 이들은 냉각팬을 더해서 오랫동안 최고 성능을 유지할 수 있는 맥북 프로를 선택하는 것이 옳지만 간단한 유튜브 영상 편집이나 개인적인 용도의 포토샵 편집 등에서는 성능을 이야기하는 것이 별로 의미가 없다.
또 한 가지 반가운 디자인의 변화는 맥 세이프다. 맥 세이프는 애플이 쓰는 자석 타입의 충전 포트다. 애플은 USB-C를 적극적으로 도입하면서 이를 버렸다가 다시 지난해 맥북 프로에서 맥 세이프 방식의 충전을 되살렸다. 이게 반가운 이유는 편리함도 있지만 M1 맥북 에어에서 겪었던 USB 포트 부족을 해결해준다는 점이다.
M1 뿐 아니라 M2 프로세서를 쓴 맥북 에어와 맥북 프로는 USB 4.0과 썬더볼트 4.0 포트를 두 개 갖고 있는데 어댑터를 연결해서 충전하면서 쓰면 포트가 한 개 남게 된다. 하지만 충전을 맥 세이프로 대신할 수 있게 되면서 USB-C 포트 하나를 벌었다. 옵션인 2포트 어댑터를 고르면 맥북 에어와 함께 아이폰 등 다른 기기를 어댑터로 충전할 수도 있어서 포트 두 개는 그대로 외부 기기를 연결하는 데에 쓸 수 있다. 물론 M2 프로세서에 썬더볼트 콘트롤러를 늘려서 3~4개 기기를 연결할 수 있으면 더 좋겠지만 이 정도만으로도 한결 맥북을 편하게 쓸 수 있다.
맥북 에어에 기대하는 M2 프로세서의 성능, 그리고 냉각
앞서도 언급했지만 M2 프로세서는 열과 전력 소비를 M1 수준으로 유지하면서도 성능은 적지 않게 향상됐다. 몇 가지 벤치마크 테스트를 돌려보면 약 25% 내외의 성능 향상이 눈에 띈다. 애플이 성능을 끌어올린 방법은 트랜지스터의 수를 늘리는 것이다. 다이의 크기와 트랜지스터 수가 25% 정도 늘었고 실제 성능도 비슷하게 나타난다. 특히 GPU는 기존 8개에서 10개로 늘어났다.
CPU의 성능도 높아졌는데, 기본적으로 고성능 코어 4개와 고효율 코어 4개의 총 8개 조합은 같고, 기본적인 ARM 설계 구조도 비슷하다. 다만 A15 바이오닉 프로세서를 기반으로 해 최대 작동 속도를 고성능 코어 3.49GHz, 고효율 코어 2.42GHz로 끌어 올렸다. 이전 M1은 3.2GHz, 2.06GHz였던 것과 비교하면 작동 속도를 끌어올린 만큼의 성능 차이를 기대할 수 있다.
30% 남짓한 성능 차이는 사실 18개월 만에 새로 발표된 차세대 프로세서로는 매우 큰 향상 폭이다. 프로세서의 기본 뼈대가 되는 ARM 아키텍처나 5nm 미세 공정이 바뀌지 않은 상황에서 성능을 끌어올리는 것은 이제까지의 반도체 기술의 진화에서는 흔치 않은 일이다.
벤치마크 테스트 결과를 바라보는 데에는 두 가지 관점이 필요하다. 일단 벤치마크 테스트를 거치지 않으면 M1과 M2의 체감 성능은 거의 차이를 느낄 수가 없다. 성능 향상 폭이 적다는 이야기가 아니라 M1이 여전히 빠르기 때문이다. 앱은 실행하면 거의 곧바로 실행되고, 동영상 편집 과정에서도 멈칫거림이 없다. 10분 내외의 영상 편집의 결과물을 뽑아내는 과정에서도 M1은 2~3분이면 충분한 경우가 많다. M2도 마찬가지이기 때문에 M1에서의 업그레이드보다는 기존 인텔 프로세서를 쓴 맥에서 넘어오는 이들의 선택지로 M1과 M2를 함께 두는 것으로 보인다.
맥북 에어의 M2 프로세서는 시네벤치를 2분 정도 돌린 뒤부터 쓰로틀링이 시작된다. 열이 오르면 M2 프로세서는 고성능 코어의 작동 속도를 3.2GHz에서 2.4GHz까지 순차적으로 내리는데, 6분까지는 2.8~2.9GHz 수준으로 성능을 잘 지켜냈고 9분이 다 되어서야 2.4~2.5GHz대로 내려간다. 이후로는 꾸준히 이 정도의 성능을 내는데 냉각팬이 없는 기기로서는 상당히 효과적으로 열을 버텨내는 셈이다.
시네벤치를 10분씩 테스트했을 때 쓰로틀링이 일어나도 결과값은 10%도 차이가 나지 않았다. 차가운 상태에서 시작한 테스트도 어느 정도 쓰로틀링이 있었긴 하지만 쓰로틀링시에도 성능 저하는 크지 않다. 고효율 코어가 최대 속도인 2.4GHz로 작동하기 때문에 완전히 쓰로틀링이 일어나도 8개 코어의 성능이 비슷해진 채로 일을 꾸준히 처리해낸다. 이 프로세서의 최고 성능을 내는 3.5GHz는 지속적인 작업보다는 잠깐씩 필요한 순간에 성능을 내는 버스트 모드에 가깝다.
여전히 얇은 노트북의 상징
하지만 벤치마크 테스트만으로 제품을 판단하기는 어려운 문제다. 실제로 제품을 쓰는 동안에는 쓰로틀링이 느껴지지 않고, 대부분의 일들은 열이 오르기 전에 끝나는 게 현실이다. 물론 순간적인 성능보다 이 정도의 프로세서 성능을 꾸준히 끌어 써야 한다면 13인치 맥북 프로를 고르거나 아예 14, 16인치의 고성능 맥북 프로를 고민하는 것이 좋다.
하지만 M2 프로세서와 맥북 에어는 대부분의 컴퓨터 이용에는 충분한 성능이고, 가장 성능에 대해서 고민하게 되는 아마추어 수준의 유튜브 영상 편집에는 과장이 아니라 이 가격대 수준에서 이 이상의 성능을 내는 랩톱 컴퓨터가 흔치 않다는 점은 달라지지 않는다.
새 맥북 에어는 M2 프로세서의 탄탄한 성능을 기반으로 이유 있는 디자인의 변화가 재미를 주는 기기다. 무엇보다 애플은 여전히 맥북 에어로 성능을 타협하지 않으면서도 노트북에 ‘얇다’라는 개념을 새로 고쳐 쓰고 있는 중이다.
필자: 최호섭 (work.hs.choi@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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