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만 해도 폴더블폰은 신기한 물건이었다. 화면을 접고 편다는 건 상상하기도 어려웠기 때문. 이를 현실로 만든 게 삼성전자다. 새로운 시장이 열리자, 중국계 스마트폰 제조사들도 뒤늦게 숟가락을 얹는 모습이다.
모토로라는 다른 중국 제조사보다 비교적 빠르게 폴더블폰을 만든 업체다. 모토로라는 지난 2019년 첫 폴더블폰인 레이저(Razr)를 출시했다. 이어 2020년 두 번째 폴더블폰인 레이저 5G를 선보였다. 올해 모토로라는 3세대 폴더블폰을 출시할 예정이다.
당초 예정대로면 모토로라 3세대 폴더블폰은 2일(현지시간) 공개됐어야 했다. 하지만 모토로라는 돌연 신제품 공개 행사를 취소했다. 외신 톰스가이드(Tom’s Guide)에 따르면 모토로라 측은 행사 당일 “오늘 저녁에 열릴 모토로라 신제품 론칭 행사가 부득이한 사정으로 취소됐다”고 알렸다.
신제품 공개 행사를 코앞에 두고 돌연 취소하는 건 상당히 이례적인 일이다. 연기하기로 결정했다면 미리 공지를 하는 게 일반적이다. 하지만 모토로라는 그러지 않았다. 왜 행사를 취소했는지 이유도 밝히지 않았다. ‘부득이한 사정’이 무엇인지 아무런 설명도 없었다.
모토로라가 갑자기 행사를 열지 않은 이유는 뭘까. 다수 외신은 낸시 펠로시(Nancy Pelosi) 미국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을 꼽는다. 하원의장은 미국 정치 권력 서열 3위에 해당하는 최고위직이다. 이정도 최고위급 미국 인사가 대만을 방문한 건 25년 만이다.
펠로시 의장이 대만을 찾자, ‘하나의 중국’을 주장하는 중국 정부는 크게 반발하고 있다. 중국과 대만 사이 대만해협 인근에 전투기를 보냈고, 대규모 군사 훈련을 예고한 상태다. 심지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에게 “불장난하면 불에 타죽는다”고 말하기까지 했다.
양안 문제를 둘러싼 미중 갈등이 모토로라 신제품 행사까지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뒤따른다. 매체는 “양안 문제가 고조되는 시기에 모토로라 행사가 취소됐다”고 전했다. 외신 안드로이드폴리스(AndroidPolice)도 “모토로라가 미중 갈등으로 출시를 연기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이 말이 사실이라면 모토로라 입장에선 굉장히 아쉬운 상황일 수밖에 없다. 3세대 레이저폰은 모토로라에서 2년 만에 출시하는 야심작이어서다. 3세대 모토로라 레이저는 중급기에 불과했던 이전 제품들과 달리 플래그십 사양으로 출시할 전망이다.
퀄컴의 최신형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인 스냅드래곤8 플러스 1세대, 12GB 램(RAM)을 탑재했다고 알려졌다. 2세대 모토로라 레이저의 경우 스냅드래곤 765 프로세서를 탑재했었다. 이에 성능은 중급기에 불과한데 가격은 비싸다는 지적이 많았다. 한화로 180만원에 가깝게 출시됐기 때문이다.
모토로라가 얼마나 레이저 3세대에 큰 기대를 걸고 있는지 잘 보여주는 대목이 있다. 모토로라와 모회사 레노보 모바일 사업을 총괄하는 첸 진(Chen Jin)은 지난달 말 자신의 웨이보에서 직접 모토로라 3세대 제품을 사용하는 영상을 공개했다.
그러면서 외부 디스플레이로 간단한 주사위 게임을 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경쟁작인 갤럭시 플립 시리즈 대비 훨씬 큰 외부 디스플레이를 탑재했다는 걸 강조하기 위해서다. 실제 모토로라 레이저 3세대 외부 디스플레이는 2.7인치로 추정된다. 플립 시리즈는 이보다 작은 2인치 수준이다.
가장 아쉬운 건 행사 일정 연기다. 모토로라는 갤럭시 언팩 행사보다 일주일 빨리 행사를 열 계획이었다. 제품을 선공개해, 갤럭시 플립 4세대와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겠다는 전략이 아니었을까. 삼성전자 갤럭시 언팩 행사는 오는 10일 열릴 예정이다. 앞으로 딱 일주일 남았다.
짧은 기간 안에 모토로라가 먼저 제품 공개 행사를 열 수 있을진 미지수다. 하원의장 방문으로 증폭된 미중 갈등이 언제 끝날지 예단하기 어려운 상황이고, 군사적 충돌을 우려하는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어서다. 모토로라 측도 다음 공개 행사 일정을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기약은 없지만, 모토로라가 공개 행사를 포기하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 레이저 3세대는 다시 모토로라가 폴더블폰에 집중하겠다고 알리는 신호탄이어서다. 언제쯤 레이저 3세대 실물과 사양을 확인할 수 있을까. 앞으로 모토로라의 행보가 주목된다.
테크플러스 에디터 윤정환
tech-plu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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