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선 이어폰은 선 꼬임이나 단선 걱정이 없다. 유선 대비 음질도 크게 뒤떨어지지 않는다. 애플이 에어팟을 출시한 이후 무선 이어폰이 유선 이어폰 자리를 꿰찬 이유다. 굳이 단점을 꼽자면 휴대성이다. 돌돌 말아서 휴대하던 유선 제품과 달리 충전·보관용 케이스를 함께 들고 다녀야 한다.
여기에 휴대전화와 같은 외출 필수품 몇 가지를 더하면 주머니는 더 무거워진다. 물론 가방이 있으면 무선 이어폰 휴대는 문제가 되지 않지만, 가벼운 외출이나 가방 휴대를 선호하지 않다면 얘기가 다르다. 이 같은 고민을 고려한 듯한 새로운 휴대전화가 나왔다.
15일(현지시간) 해외 IT 전문 매체 더 버지(The Verge)는 핀란드 HMD 글로벌(HMD Global)에서 무선 이어폰을 탑재한 노키아 브랜드 신제품을 공개했다고 전했다. HMD 글로벌은 전 노키아 직원들이 설립한 제조사로, 지난 2016년 노키아 스마트폰 사업부(판매·유통·마케팅) 일부를 인수한 업체다. 이후 HMD 글로벌은 노키아 브랜드를 단 저가형 제품을 만들고 있다.
이번에 소개한 제품의 이름 ‘노키아 5710 익스프레스오디오(XpressAudio)’다. 흥미롭게도 스마트폰이 아닌 피처폰이다. 노키아 5710은 과거 노키아가 음악 감상 전용폰으로 선보인 익스프레스뮤직(XpressMusic) 시리즈의 후속 제품이다.
가장 큰 특징은 무선 이어폰을 탑재했다는 것이다. 평소 모습은 일반적인 바(Bar) 형태 피처폰인데, 뒷면에 무선이어폰을 충전·보관하는 공간이 있다. 이 공간은 평소 위·아래로 슬라이드 가능한 주황색 플라스틱 부품으로 가려져 있다. 이어폰을 꺼내거나 보관하려면 이 부위를 아래로 내리면 된다.
노키아 5710에 들어있는 무선 이어폰은 귀에 걸치는 오픈형이다. 전체적인 형태는 애플 에어팟 프로를 떠올리게 한다. 유닛 아래로 짧게 뻗어있는 콩나물 디자인을 적용했기 때문이다. 한 번 충전으로 최대 4시간 동안 음악을 감상할 수 있다. 최대 통화 시간은 2시간 30분 정도다.
사용 시간이 길고 항상 충전 상태를 유지할 수 있는 건 노키아 5710의 큰 장점이다. 배터리 용량은 1450mAh로 그리 큰 편은 아니나 피처폰인 만큼 사용 시간은 길다. 완충 상태에서 최대 20일 동안 대기 상태를 유지할 수 있다. 다만 무선 이어폰을 자주 충전했을 때 실사용 시간이 얼마나 될지는 알 수 없다.
음악 감상에 특화된 피처폰이라는 발상은 꽤 독특하다. 그러나 피처폰이라는 한계로 음악 스트리밍은 어려울 수 있다. 노키아 브랜드 피처폰은 지난 10년간 시리즈 30+(Series 30+)라는 구형 운영체제(OS)를 탑재해왔다. 외신은 이 때문에 음악 스트리밍 기능을 제공하지 않을 수 있다고 봤다. 음악 스트리밍을 지원하지 않는다면, 사용자는 음악 파일을 넣어서 재생해야 한다.
본체는 큰 특징 없는 무난한 피처폰이다. 2.4인치 소형 디스플레이를 탑재했고, 그 아래엔 물리 키패드가 달려있다. 피처폰을 사용해본 이라면 익숙한 배열이다. 가운데 큰 확인 버튼이 있고 그 주위를 4개의 기능 버튼이 둘러싸고 있다. 밑에는 0부터 9까지 각 숫자를 써놓은 숫자 패드가 위치한다.
HMD글로벌은 이달 말 영국에서 노키아 5710을 출시할 전망이다. 가격은 74.99파운드(11만원)로 굉장히 저렴한 편이다. 아직 글로벌 출시는 명확하지 않다.
휴대전화에 무선 이어폰을 탑재하려는 시도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잘 알려지지 않은 서보(Servo) R25라는 휴대전화도 있다. 노키아 5710처럼 피처폰과 무선 이어폰을 결합한 제품으로, 지난 2019년 모습을 드러냈다.
웨어러블 기기에 무선 이어폰을 결합하려는 시도도 있다. 지난 3월 말 화웨이는 유럽연합지식재산청(EUIPO)에 ‘화웨이 워치 버즈’라는 이름의 상표를 출원했다. 이를 두고 화웨이가 무선 이어폰을 탑재한 스마트워치를 개발 중이라는 추측이 뒤따랐다. 이전에 관련 특허를 출원한 바 있어서다.
단 이 같은 방식을 지닌 스마트워치는 이미 판매 중이다. 주로 이름이 잘 알려지지 않은 제조사에서 낸 제품들이다. 휴대전화나 웨어러블 기기에 무선 이어폰을 탑재한 건 분명 참신한 발상이다. 그러나 이런 제품들이 큰 인기를 끌지 못한 건 이유가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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