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비대면 문화가 확산하면서 사람들의 일상생활에 큰 영향을 미쳤다. 특히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것이 더 어려워졌다. 지인과의 만남도 줄어들어 좋은 사람을 소개해달라고 부탁하기도 어려운 상황. 이에 인연을 찾고자 많은 사람이 눈을 돌린 곳이 ‘데이팅앱’이다. 앱마다 차이는 있지만 대부분 프로필을 등록하고, 앱이 요구하는 몇 가지 항목만 수행하면 된다. 그러면 데이팅앱의 인공지능(AI) 알고리즘이 이용자와 맞는 상대의 프로필을 보여준다. 여러 선택지를 제공하는 것이 데이팅앱의 가장 큰 장점이다.
대부분의 데이팅앱은 AI 알고리즘을 사용해 신규 사용자를 매칭한다. 이때 이용자가 특정 프로필에 보냈던 선호도, 성격, 종교, 위치, 외모 조건 등 모든 정보는 취합된다. 그런 다음 AI 알고리즘 이용자 데이터와 가장 일치하는 상대의 프로필을 제공한다. 간단히 말해서 데이팅앱 알고리즘은 사용자의 선호도와 행동을 학습하도록 설계됐다. 예를 들어, 알고리즘이 사용자가 안경 쓴 사람을 선호하지 않는다는 것을 파악하면, 추천에서 안경 낀 이용자의 프로필을 제공하지 않는 식이다. 알고리즘은 이용자의 취향에 가까운 상대를 찾는데 도움 될 수 있다. 그러나 알고리즘 매칭을 완벽히 신뢰할 수 있을까. 여러 연구는 이에 의문을 제기한다.
“돈이 안 되면 별 관심 없다”…결국 수익 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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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계 과학자 게리 카란차스(Gery Karantzas)는 데이팅앱의 알고리즘 매칭이 수익과 연결된다고 말했다. 가장 잘 알려진 데이팅앱인 ‘틴더’는 600억 건 이상의 매칭을 자랑한다. 이는 굉장한 성공률처럼 보이지만, 이 뒤엔 수많은 선택지를 제공하는 알고리즘이 있다. 게리는 매칭 수가 데이팅앱 홍보에 좋은 수단이라고 지적했다. 결국 알고리즘 제공하는 풍부한 옵션은 이들의 앱 홍보에 사용되는 매칭 수를 늘리기 위한 도구라는 것이다. 데이팅앱은 단순히 알고리즘으로 연결된 양만을 홍보해 진정한 커플 성사처럼 광고한다. 하지만 알고리즘 매칭된 두 사용자가 오프라인 만남을 통해 진정한 관계로 발전했는지는 미지수다.
게다가 데이팅앱 알고리즘은 사용자의 매칭에만 관여하는 것은 아니다. 알고리즘은 사용자가 제공하는 수많은 정보로 앱 내 맞춤 광고를 제공한다. 앱 내 광고 수익은 데이팅앱의 주요 수익원이다. 사용자가 자세한 정보를 제공할수록 맞춤 광고를 더 많이 제공할 수 있다. 그렇기에 앱에서 활동하는 시간을 늘리는 것이 데이팅앱의 궁극적 목표다.
실제로 올해 초 미국 온라인 커뮤니티 레딧에는 데이팅앱에 관한 흥미로운 글이 올라왔다. 데이팅앱 회사에서 근무했던 직원들이 폭로한 ‘데이팅앱의 어두운 진실’에 관한 글이었다. 한 직원은 데이팅앱의 알고리즘이 이용자가 앱을 이탈할 확률이 높다고 판단될 때 더 교묘하게 작동한다고 폭로했다. 이용자가 앱을 떠날 것 같을 때 이들의 관심사와 일치하는 프로필을 더 많이 제공한다는 것이다. 이것으로 사용자가 앱에서 머무는 시간과 광고 수익을 늘리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해당 직원은 “사실 알고리즘은 당신이 누군가와 만나든 돈이 안 되면 별 관심이 없다”고 말했다.
완벽한 매칭은 다 플라시보 효과다?
온라인 데이트의 심리학·사회학 전문가인 리셀 샤라비(Liesel Sharabi)는 최근 연구에서 데이팅앱 알고리즘 매칭이 플라시보 효과인 증거를 발견했다. 사용자가 알고리즘 매칭이 효과적이라고 생각할 때, 직접 만난 후 더 나은 결과를 얻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일부 데이팅앱에서는 특정 프로필과 나의 일치율을 보여준다. 이때 일치율의 숫자가 높을수록 플라시보 효과는 뛰어났고, 99%일 때 가장 크게 나타났다. 일치율 99%인 사람들은 실제 만남에서 상대를 더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렇기에 많은 데이팅앱이 프로필 일치율을 제공하거나, 커플 성사율을 적극적으로 광고하는 것이다. 연구는 데이팅앱 알고리즘 자체가 엄청난 역할을 했기보다 사용자의 믿음이 데이트 성공률을 키운 것을 보여준다.
데이팅앱 알고리즘, 진정한 역할 수행한다고 말하기 어려워
온라인 만남이 보편화되면서 점점 더 많은 사람이 데이팅앱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2020년 데이팅앱 시장 수익은 30억 달러를 돌파했고, 이용자 수가 크게 증가했다. 데이팅앱은 더욱 적극적으로 매칭 성공률을 광고하고 있다. 하지만 여러 연구는 데이팅앱의 매칭 알고리즘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물론 알고리즘 매칭은 사용자에게 다양한 선택지를 제공한다. 어려운 상황 속에서 다양한 사람을 만날 수 있는 지름길이 될 수 있다. 하지만 AI 알고리즘의 선택을 너무 믿고 있는 것은 아닐까. 데이팅앱 알고리즘 뒤에 숨겨진 어두운 측면을 한 번쯤 의심해볼 필요가 있다.
테크플러스 에디터 이수현, 나유권
tech-plu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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