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골프 수요가 사상 최대라고 할 정도로 폭발하고 있다. 한때 경제적으로 안정된 중년 남성들의 전유물로 여겨지던 골프는 이제 다양한 연령층의 스포츠로 자리 잡고 있다. 한국레저산업연구소의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골프 인구는 515만명을 넘어섰다. 이 중 115만명은 2030세대로 전체 골프 인구 중 22%를 넘는 비율을 차지했다.
꾸준한 연습에도 골프 실력이 빠르게 향상되지 않아 답답함을 느끼는 경우가 많다. 아무리 연습해도 늘지 않는 비거리는 많은 아마추어 골퍼들의 고민거리다. 자연스럽게 실력 향상에 도움주는 장치와 앱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도 늘고 있다. 이러한 장치에는 다양한 IT 기술이 적용된다.
골프 전용 스마트 워치, ‘골프 GPS 워치’
가민
이제 골프 전용 스마트 워치가 있다는 것은 그리 놀랄 일이 아니다. 실제로 많은 골프 인구가 사용하는 장치다. 골프 코스 지도, 스윙에 따른 클럽(골프채) 제안, 샷 거리 표시 등 다양한 기능이 제공된다. 일종의 전자 캐디 역할을 하는 셈이다. 대부분의 골프 워치는 터치스크린 디스플레이에 전화 알림, 사용자 정의 시계 레이아웃 등 기존의 스마트 워치가 제공하는 기능도 포함한다.
가장 인기 있는 것은 가민(Garmin)의 ‘어프로치(approach)’ 골프 워치 시리즈다. 어프로치 S40, S42, S60, S62 등 다양한 옵션이 존재한다. 이 중 가장 합리적인 선택은 어프로치 S42다. 해당 제품은 위치정보시스템(GPS)으로 사용자와 목표 지점까지의 거리를 측정한다. 미리 내장된 4만 2000개의 골프 코스 데이터로 그린을 탐색하는 데에 도움을 줄 수 있다. 워치의 ‘오토샷’ 기능은 퍼팅과 칩샷을 제외한 모든 샷을 기록한다. 이 기능은 공을 얼마나 멀리 보냈는지 측정하고, 기록을 ‘가민 골프(Garmin Golf)’ 앱으로 전송한다. 워치 사용자는 기록된 통계로 퍼포먼스 분석을 할 수 있다.
가민 골프 워치(왼쪽)와 어프로치 CT10(오른쪽)/가민
하지만 퍼팅과 칩샷을 비롯한 가벼운 샷까지 기록하고 싶은 사용자가 있을 수 있다. 이런 사용자를 위해 가민 스마트 워치는 ‘자동 클럽 추적’ 기능을 제공한다. 하지만 해당 기능을 이용하기 위해서는 ‘어프로치 CT10’으로 알려진 클럽 추적 장치를 별도 구매해야 한다. 클럽에 추적 장치를 부착하면 워치가 추적 장치 센서를 감지해 모든 샷을 기록할 수 있다. 오토샷 기능에서는 기록할 수 없는 더 자세한 통계를 얻을 수 있다.
올바른 자세 향상을 위한 골프 앱 ‘스포츠 박스 3D 골프’
골프에서 목표 지점까지 공을 보내는 것만큼 중요한 것이 바른 자세다. 초보자들은 바른 자세를 유지하면서 비거리를 향상시키는 것만큼 어려운 것은 없다고 입을 모은다. 최근에는 골프 유입 인구가 많아 특히 골프 초보자들이 많다. 이들의 스윙 자세 교정에 도움이 될 앱이 있다.
스포츠박스 AI
스포츠와 피트니스 인공지능(AI) 앱을 개발하는 스타트업 스포츠박스 AI(Sportsbox AI)가 개발한 앱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스포츠 박스 3D 골프(Sportsbox 3D Golf)’는 인공지능과 3D 기술을 기반으로 하는 스윙 자세 원격 교육 앱이다.
휴대전화 카메라로 스윙 영상을 촬영해 앱에 업로드하면 2D 영상이 3D 모션으로 변환된다. 변환된 3D 모션으로 6개의 각도에서 스윙 동작을 볼 수 있다. AI가 스윙 각도까지 자세히 분석한다. 프로 골프 강사는 해당 분석 영상에 접근해 피드백을 제공한다. 피드백 후 스윙 영상 재촬영해 업로드하면, 영상은 3D로 변환되고 피드백 전후의 데이터를 비교 분석할 수 있다. 3D 데이터로 교육자와 수강생은 보다 더 명확한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하고, 효과적인 원격 교육을 할 수 있다.
거리 측정기 활용…적절한 클럽 선택에 도움
부쉬넬
거리에 따라 다르게 클럽을 사용하는 것은 목표 지점에 공을 도달시키는 중요한 요소다. 물론, 캐디를 동반해서 라운딩하면 거리에 따른 적절한 클럽을 제안해주기도 한다. 하지만 모두가 캐디를 동반해 라운딩할 상황이 아닐 수 있다. 특히 경제적 부담이 있는 사람에게는 더욱 그렇다. 이럴 때 거리 측정기를 활용하면 적절한 클럽을 선택하는 데에 가이드를 얻을 수 있다.
거리 측정기는 필드의 줄자 역할을 한다. 레이저로 사용자와 핀 사이의 거리를 측정한다. 사용자는 측정기의 뷰파인더로 핀을 찾고, 버튼 하나만 눌러 거리를 측정하면 된다. 가장 대표적인 거리 측정기 브랜드는 ‘부쉬넬(Bushnell)’이다. 부쉬넬은 미국프로골프(PGA) 선수 99%가 사용하는 브랜드다. 부쉬넬에 따르면 한국 골프 국가대표팀도 부쉬넬의 거리 측정기를 사용한다.
많은 옵션이 있지만 가장 많은 기능을 제공하는 제품은 ‘프로 XE(PRO XE)’다. 프로 XE만의 ‘엘리먼츠(Elements)’ 기능은 부쉬넬만의 슬로프 기술에 온도와 고도 측정을 추가한 기능이다. 이 기능으로 산악 지형의 골프장에서도 정확한 거리를 측정할 수 있다. 부쉬넬은 해당 기능으로 거리 측정 기술을 한 단계 격상시켰다고 자신했다.
스크린 골프장의 ‘골프 시뮬레이터’, 야외 필드와 유사한 경험 가능
트랙맨
라운딩을 나가려면 도시 외곽으로 나가야 해 많은 시간과 돈이 필요하다. 골프 연습은 하고 싶은데 필드 라운딩을 나가기엔 부담되는 사람이라면 실내 스크린 골프장이 좋은 선택지가 될 것이다. 2000년대 중반부터 실내 스크린 골프장이 하나둘씩 등장하기 시작했다. 스크린 골프장에서 활용되는 기술도 시간에 따라 꾸준히 발전했다.
실내 스크린 골프장에서는 ‘골프 시뮬레이터’를 사용해 골프 연습을 할 수 있다. 해당 장치는 실제 필드 환경을 모방한 가상의 필드를 보여준다. 다양한 골프 시뮬레이터 제작 기업이 있다. 대표적으로 언급되는 곳은 트랙맨(Trackman), 풀스윙(Full Swing), 골프존이다. 이들 모두 최첨단 기술을 적용한 골프 시뮬레이터를 제작하고 있다. 하지만 사용하는 기술에는 조금 차이가 있다.
‘트랙맨 4(Trackman 4)’는 카메라 한 대와 듀얼 센서를 갖추고 있다. 트랙맨은 타이틀리스트(Titleist)와의 파트너십을 통해 ‘레이더 캡처 기술(RCT)’을 적용한 골프 공을 개발했다. 해당 골프 공은 트랙맨 시뮬레이터에서 99% 정확하게 포착할 수 있다. 또한 드론을 활용해 매핑한 130여개 코스를 고화질로 제공해 더욱 몰입감 있는 연습을 가능하게 한다.
풀스윙
골프 시뮬레이터의 기술이 발전했지만, 여전한 한계는 있다. 화면에 표시된 샷의 원점이 실제 공이 스크린과 접촉한 위치와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다. 풀스윙(Full Swing)은 이런 단점을 없애기 위해 적외선 기술과 고속 카메라를 사용했다. 688개의 센서를 이용한 적외선 기술은 빛의 속도로 공중에 있는 공을 추적해 스크린에 충돌하는 샷의 지점을 정확히 투사할 수 있게 했다. 고속 카메라는 충돌 지점에서 클럽과 공의 데이터를 포착하고, 스윙 분석을 위해 영상을 녹화한다. 풀스윙의 프로(Pro) 시리즈 시뮬레이터는 타이거 우즈(Tiger Woods), 존 람(Jon Rahm) 등 최고의 골프 선수들도 사용하고 있다.
골프존
실제 골프 필드를 가장 잘 재현한 것은 골프존의 ‘투 비전(Two Vision)’이다. 골프존 투 비전은 화면 모니터 속 기술뿐만 아니라, 사용자가 발을 딛는 바닥면에도 새로운 기술을 적용했다. 사용자가 발을 디디는 ‘스윙 플레이트’를 24개 방향으로 기울거나 회전할 수 있다. 골퍼들이 바른 자세를 취하지 못하면 스윙 플레이트가 발밑으로 움직이면서 지형 경사를 재현한다는 뜻이다. 이러한 골프 시뮬레이터 장치로 사용자들은 실내에서도 가파른 언덕을 갖춘 필드를 경험할 수 있다. 그래픽은 트랙맨의 시뮬레이터보다는 사실감이 조금 부족하지만, 전체적으로 몰입감 있는 경험을 할 수 있다고 평가된다.
골프 실력 향상에 가장 중요한 것은 꾸준한 연습이다. 하지만 연습도 기술과 함께하는 시대다. 기술만 적절히 활용하면 목표하는 실력에 더욱더 빠르게 도달할 수 있다. 특히, 최근 골프에 유입된 사람이라면, 자신에게 필요한 기술적 장치가 무엇인지 살펴보는 것은 어떨까.
테크플러스 에디터 이수현, 나유권
tech-plu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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