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 생소한 ‘펨테크’, 해외선 주목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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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Unsplash)

모든 사람은 태어나기 전, 어머니의 배 속에 있을 때부터 성별이 갈린다. 어린 시절에는 별다른 차이가 없으나, 점차 자라나면서 성숙기에 들어서면 호르몬에 변화가 생기고 성별에 따른 생물학적 차이가 나타난다. 이때부터 여성은 남성에겐 없는 생리현상을 경험하게 되는데, 한 달에 어김없이 찾아오는 ‘그날’이다.

월경뿐만 아니라 여성들은 배란, 임신, 출산과 같은 새로운 현상을 겪고 나이가 들면 어느덧 폐경과 함께 갱년기가 찾아온다. 자궁과 유방이 발달하면서 자궁경부암, 유방암 등 주로 여성을 노리는 질병 위협에 노출되기도 하다. 이에 대한 해법으로 기술을 활용해 여성이 경험하는 생리현상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질병 진단에 도움을 주는 ‘펨테크’(Femtech)가 주목받고 있다.

■ 펨테크는 ‘여성’과 ‘기술’이 합쳐진 신조어

펨테크는 영어로 여성을 뜻하는 ‘Female’과 기술을 의미하는 ‘Technology’를 조합한 신조어다. 여성만 겪는 생리현상·질병을 해결하는 기술, 상품, 서비스를 전부 통칭한다. 월경·출산 관리 앱을 개발한 클루(Clue)의 최고경영자(CEO) 아이다 틴(Ida Tin)이 2016년 처음 만든 용어다. 그로부터 5년 이상 지난 현재 펨테크는 여성 건강에 초점을 맞춘 하나의 산업군으로 인정받기 시작했다. 해외에서는 불과 수년만에 다양한 기술과 소비자 중심 제품, 서비스를 고안한 펨테크에 많은 관심을 두고 있다.

펨테크가 단순 용어 정립에서 끝나지 않고 살아남은 이유는 경제적 요인이 작용하기 때문이다. 대한무역투자공사(KOTRA)는 ‘여성의 사회 진출’을 주요인으로 꼽았다. 여성만이 겪는 생리현상이나 질환이 경제조직 전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와 관련 일본 경제산업성은 여성의 생리적 특성으로 인한 연간 경제적 비용이 7000억엔(6조8200만원)에 달한다고 봤다.

(출처:Unsplash)

■ ‘이제 시작’ 외연 확장하는 펨테크 시장

펨테크에 거는 기대는 적지 않다. 해외에선 최근 다양한 산업 분석 보고서가 쏟아지고 있다. 지난 2월 글로벌 컨설팅 업체 맥킨지앤컴퍼니(Mckinsey&Company)는 펨테크를 관련 보고서를 공개한 바 있다. 특히, 팸테크는 혁명이라고 추켜세워 눈길을 끌었다. 보고서는 총 763개 펨테크 업체를 분석했는데, 기업성장세도 가파르다는 평가다.

새로 설립된 펨테크 스타트업 수는 지난 2008년 10여개 수준에서 2016~2017년 100여개로 증가했다. 최근엔 증가 폭이 조금 줄어들었으나, 투자액은 늘었다. 지난해 펨테크 기업들이 투자받은 금액만 25억달러(3조735억원)에 달한다.

(출처:Mckinsey)

펨테크 기업의 성장은 몇몇 기업의 사례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지난 2019년 10월 미국 나스닥 시장에 상장한 난임치료 지원서비스 스타트업 프로지니(Progyny)가 대표적이다. 당시 프로지니의 기업가치는 10억달러(1조2290억원)을 넘어서 단번에 유니콘 스타트업 반열에 올랐다. 2016년 겨우 5개 기업을 상대로 서비스를 제공하던 프로지니는 이제 135개 기업 220만명 임직원을 상대하는 회사로 성장했다.

여성 헬스케어 유니콘 스타트업 메이븐 클리닉(Maven Clinic)도 지난해 사업 확장을 가속화하는 단계서 유치하는 ‘시리즈 D’ 투자에서 1억1000만달러(1352억원)을 확보했다. 임신 지원 솔루션을 제공하는 미국 스타트업 콘시브(Conceive)도 최근 370만달러(45억원) 투자 유치에 성공했다.

글로벌 투자 정보 플랫폼 피치북(Pitchbook)에 따르면 펨테크에 대한 벤처 캐피탈 투자 금액은 지난 2015년 6억달러(7379억원)에서 지난해 19억달러(2조3400억원)으로 세 배 이상 증가했다. 이를 근거로 맥킨지는 펨테크 산업을 ‘기회의 시장’이라고 평가했다. 뉴욕타임즈는 “아직 시장의 작은 부분이지만 성장하고 있다”고 봤다.

(출처:Lattice Medical)

향후 전망도 밝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스타티스타(Statista)는 오는 2025년까지 펨테크 시장이 5조엔(48조6000억원) 규모로 성장한다고 예측했다. 시장조사기관 글로벌 마켓 인사이츠(Global Market Insights)는 지난 2020년 225억달러(27조6500억원) 규모이던 펨테크 시장이 2027년 653억달러(80조2600억원)까지 성장한다고 분석했다.

정부 차원에서 팸테크 스타트업을 육성하는 사례도 있다. 프랑스는 스타트업 육성 정책인 라 프렌치 테크(La French Tech)를 시행하고 있다. 세계 최대 스타트업 육성 공간인 ‘스테이션 F(Station F)가 해당 정책으로 마련된 곳이다. 스테이션 F에서는 팸테크 기업 50곳을 선정해 사업 솔루션을 제공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출처:Elvie)

■ 속옷부터 웨어러블 기기·성생활 및 건강 서비스까지

펨테크 분야는 생각 이상으로 광범위하다. 피임 지원, 생리현상 주기 관리·질병 관리 앱과 상담 서비스, 웨어러블 기기 등 여성과 관련한 모든 제품과 서비스가 펨테크로 분류된다. 특별한 기술력이 필요하지 않은 월경용 속옷도 펨테크에 속한다. 미국의 띵스(Thinx)가 만든 제품이 대표적이다.

영국 펨테크 기업 엘비(Elvie)는 출산 여성으로부터 모유를 뽑는 웨어러블 유축기를 개발했다. 미국 기업 케그(Kegg)는 질 분비물을 분석해 배란일을 예측하는 웨어러블 기기 ’케그‘를 판매하고 있다. 흔히 사용되는 체온 측정 방식이 아니다. 기기를 삽입하면 질 분비물을 분석하고 스마트폰으로 배란일을 알려준다.

(출처:MobileODT)

이스라엘 스타트업인 모바일ODT(MobileODT)는 휴대용 촬영 기기를 이용해 질 내부를 촬영한 이후 스마트폰으로 자궁경부암을 진단하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모바일ODT의 기술은 도미니카 공화국에서 3개월간 여성 9000여명을 검사하는 데 실제 사용됐다. 프랑스 레티스 메디컬(Lattice Medical)은 유방암 절제술을 받은 여성을 위한 재건 기술을 갖고 있다. 인공 보형물이 아닌 3D 보철과 환자 조직을 이용하는 방법이다.

여러 국가에서 펨테크가 발전하고 있다. 일본에서는 월경·배란 주기 관리 앱인 루나루나 회원수가 1600만명을 넘어섰다. 유니클로 자매 브랜드인 지유(GU)는 지난해 팸테크 시장에 출사표를 던졌다. 인도에서는 스타트업 마이아바(Myava)가 다낭성 난소증후군 모니터링 앱이, 베트남에서는 산모 케어 앱 맘비(Momby)가 있다. 국내서는 월경컵, 천연 생리대, 친환경 콘돔, 여성 질환 전문의 상담 앱, 여성용품 정기 배송 서비스가 주를 이룬다.

(출처:Kegg)

■ “펨테크, 여러 영역서 혁신 이루고 있다”

맥킨지는 펨테크가 다방면에서 혁신을 불러오고 있다고 봤다. 단순히 여성 용품에서 시작한 펨테크가 여성의 생리현상·건강 주기 전반에 걸쳐 영향을 미치고 있고, D2C(Direct to Consumer) 기반 사업 모델을 기반으로 종합적인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를 통해 의료 공백으로 소외된 저소득 국가 여성들에게도 도움이 된다는 설명이다.

또 기존 산업군과 펨테크가 융합해 새로운 산업 성장 동력을 만들어내고 있다는 분석이다. 예컨대 지난해 세계 최대 화장품 회사 로레알(Loreal)은 앞서 설명한 월경 주기 관리 앱 클루와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맥킨지는 “펨테크 기업이 점점 주목을 받으며 경쟁 환경을 변화시키면서 기존 산업군에 추진력을 제공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출처:Unsplash)

펨테크가 의료 형평성을 실현한다는 시각도 있다. 미국 노동부에 따르면 가임기 성인 여성의 의료비가 남성보다 80% 더 많다. 지난 2019년 비영리 자선단체 카이저 패밀리 파운데이션(KFF)은 19~34세 여성(3402달러)이 남성(1891달러)보다 더많은 의료비를 지출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CNBC는 “펨테크가 건강 형평성을 주도하고 있다”고 했다.

다만 펨테크를 바라보는 시선이 마냥 곱지만은 않다. 해외 경제 전문지 쿼츠(QUARTZ)는 애초에 펨테크라는 용어가 더 많은 투자를 받기 위한 수단으로 본다. 당초 여성만을 타겟팅한 펨테크가 역차별을 불러올 수 있다는 비판도 쏟아냈다. 팸테크란 단어 자체가 전 세계 인구의 절반인 여성을 타인 취급하는 것과 같다는 주장이다.

테크플러스 에디터 윤정환

tech-plu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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