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 트레이싱보다 사실적인 ‘패스 트레이싱’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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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신 그래픽카드로 사이버펑크 2077, 배틀필드 2042, 콜 오브 듀티:블랙 옵스 콜드 워 같은 고사양 게임을 실행한다면 설정에서 ‘레이 트레이싱’ 혹은 ‘광선 추적’이라는 이름의 옵션을 활성화해 보자. 게임 속 그래픽 요소들의 광택이 왠지 모르게 더 반들반들하고 사실적으로 느껴질 것이다.

레이 트레이싱이 적용된 그래픽 이미지 (출처 : NVIDIA)

이는 엔비디아 RTX 20 시리즈부터 지원하기 시작한 ‘레이 트레이싱(Ray Tracing)’ 기술 덕이다. 빛이 어디서 오고 어떻게 반사되는지 계산해 광원의 위치를 역추적한다. 게임 장면 속 모든 픽셀에 닿는 빛을 일일이 추적하다 보니 기존 그래픽 기술보다 훨씬 많은 연산량을 자랑한다. 요구 사양은 높지만 현실에 가까운 그래픽 품질로 보답한다.

레이 트레이싱 기술 개념이 처음으로 제안된 건 무려 1980년대다. 하지만 당시 하드웨어의 연산 성능으로 수천만에서 수억 개의 광원을 추적하기란 역부족이었다. 실시간 레이 트레이싱 기술이 본격적으로 사용된 건 2018년 엔비디아 RTX 20 시리즈가 출시되면서부터다. 여기에 성능이 더 향상된 RTX 30 시리즈가 출시되면서 지금은 레이 트레이싱을 지원하는 게임을 어렵지 않게 찾고 플레이할 수 있게 됐다.

게임에서 레이 트레이싱 옵션을 처음 활성화해봤을 때 수면과 금속 표면의 광택이 이전보다 훨씬 사실적으로 바뀌어 감탄했던 기억이 난다. 그런데 이보다 더 현실에 가까운 그래픽 기술이 출시됐다. 그래픽카드 제조사 엔비디아(NVIDIA)는 한 단계 진보한 그래픽 기술 ‘패스 트레이싱(Path Tracing)’을 23일(현지시간) 자사 블로그를 통해 공개했다.

◆ 광원이 아닌 빛의 경로를 추적? 패스 트레이싱이란

레이 트레이싱은 그래픽 장면 속 픽셀에 닿는 빛이 어디서 오는지 광선(Ray)을 역추적(Tracing)하는 기술이다. 패스 트레이싱은 이름처럼 빛의 경로(Path)를 역추적한다. 빛이 광원에서 출발해 물체에 닿기까지 공기 중에서 반영되는 미세한 변화는 물론이고, 다른 물체를 통해 반사된 간접 조명까지 추적한다. 개념적으로도 레이 트레이싱보다 사실적인 결과를 만들어 낼 것으로 기대할 만하다.

짐 카지야 교수의 렌더링 방정식

패스 트레이싱도 레이 트레이싱만큼 오래전부터 언급된 기술이다. 1986년 캘리포니아공과대학 짐 카지야 교수가 작성한 논문 ‘렌더링 방정식’에 처음으로 등장했다. 그는 기존의 레이 트레이싱에 빛과 연관된 물리학 개념을 적용해 장면 속에서 빛이 어떻게 퍼지는지 정확하게 나타내는 알고리즘을 정립했다.

그가 도입한 것은 빛이 공기를 통과하고 산란되는 방식을 표현하는 렌더링 방정식이다. 하지만 당시 렌더링 방정식을 직접 풀 수 있는 방법이 존재하지 않았으며, 이에 따라 카지야 교수는 방정식을 일일이 풀지 않고도 통계적 방법으로 근사치를 유추해 빛의 경로를 파악했다.

레이 트레이싱과 마찬가지로 패스 트레이싱도 발표 당시 당장 게임에 도입하기는 어려웠다. 필요한 연산량이 당시 하드웨어 성능에 비해 지나치게 많았기 때문이다. 논문 발표 당시 카지야 교수가 예시로 만든 이미지는 가로세로 256픽셀짜리 작은 이미지였는데, 당시 고성능 컴퓨터로도 이미지를 렌더링하는 데 7시간 이상 소요됐을 정도라고 했다.

이후 하드웨어가 발전하면서 빛을 추적하는 기술을 도입하는 사례가 하나둘씩 등장했다. 처음에는 실시간 추적이 불가능해 대부분 CG 애니메이션에 적용됐다. 1998년 개봉한 영화 ‘벅스 라이프’는 처음으로 레이 트레이싱 기술을 사용해 만든 애니메이션 영화다. 2006년에는 모든 장면을 패스 트레이싱 기법으로 렌더링한 영화 ‘몬스터 하우스’가 개봉됐다. 당시 모르고 봤던 영화 속 빛과 그림자 연출이 사실은 장면 안팎 광원의 위치와 반사가 현실에 가깝게 적용됐다는 걸 알고 다시 보면 더욱 재미있을 듯하다.

◆ 기존 그래픽 기술과 추적 기법, 적용하면 어떻게 달라지나

엔비디아는 두 가지 추적 기법과 기존 그래픽 렌더링 기술을 비교한 스크린샷을 공개했다.

3가지 렌더링 기술 비교 스크린샷 (출처 : NVIDIA)

가장 기초적인 단계는 ‘래스터화(Rasterization)’라고 부른다. 3D 그래픽을 모니터 같은 2D 화면에 표현하기 위해 데이터를 변환하는 기술이다. 요구되는 연산 성능은 낮은 편이다. 엔비디아는 자사 최신 그래픽카드로 초당 1천억 개 이상의 래스터화된 픽셀을 만들 수 있어 게임처럼 실시간 렌더링이 필요한 작업에 이상적이라고 언급했다.

래스터화는 단일 시점에서 3D 개체가 어떻게 보일지 2D로 변환하므로 당초 의도한 시점에서만 정상적으로 볼 수 있다. 반면 레이 트레이싱은 여러 방향에서 봐도 개체가 온전하게 보인다. 당연히 요구 연산 성능도 훨씬 높아진다. 레이 트레이싱은 튜링 아키텍처가 적용된 엔비디아 RTX 20 시리즈 그래픽카드부터 사용 가능하다. 엔비디아에 따르면 최신 그래픽카드는 초당 수십억 번의 레이 트레이싱 연산이 가능하다.

패스 트레이싱은 그래픽 장면 속 빛이 어떻게 움직이고 산란하며 반사되는지 전체적인 경로를 추적하므로 광택이나 투과 같은 묘사가 훨씬 정확하다.

예시 스크린샷을 보면 래스터화는 고전적인 게임 그래픽이 연상되는 ‘찰흙 느낌’을 준다. 레이 트레이싱을 활성화하면 피사체 주변의 광원 위치를 짐작할 수 있도록 광택이 더해진다. 패스 트레이싱은 다른 물체를 통해 반사된 빛까지 반영되므로 세 가지 옵션 중 가장 현실적인 결과를 보여준다.

◆ 보급화는 시간 걸릴 듯, 클래식 게임 2종에 먼저 적용해

패스 트레이싱은 레이 트레이싱보다도 복잡한 방정식을 사용하므로 지금보다 성능이 좋은 그래픽카드를 사용해야 한다. 현재 엔비디아 RTX 20·30 시리즈 그래픽카드로도 레이 트레이싱을 활성화한 채 최신 게임을 고해상도로 플레이하면 최소 사양을 겨우 만족시키는 수준이다. 이런 상황에서 고사양 게임에 당장 패스 트레이싱을 적용하긴 어렵다.

마인크래프트에 레이 트레이싱을 적용하기 전후 비교 스크린샷 (출처 : Microsoft)

그래픽 품질이 훌륭한 게임은 아니지만, 현재 클래식 게임 ‘마인크래프트’와 ‘퀘이크 2’에 패스 트레이싱을 적용하는 플러그인이 출시된 상태다. 마인크래프트는 앞서 레이 트레이싱 기술이 발표됐을 때에도 시연 대상 게임으로 선정된 바 있다. 기본 옵션에서의 그래픽 품질은 고전 게임을 연상시키지만 레이 트레이싱을 적용하면 전반적인 분위기가 훨씬 깊이 있게 바뀐다.

◆ 패스 트레이싱, 어디에 활용될까

패스 트레이싱이 적용된 그래픽 이미지 (출처 : NVIDIA)

엔비디아는 향후 더 높은 성능의 그래픽카드를 통해 패스 트레이싱을 보급화하는 게 다음 과제라고 밝혔다.

패스 트레이싱을 통해 더 현실감 넘치는 게임 플레이가 가능하다. 게임 외 유틸리티에도 활용 방안은 다양하다. 3D 렌더링이 필요한 제품 디자인과 건축 산업에서 패스 트레이싱을 활용하면 제품이나 건물의 예상 모습을 더욱 사실적으로 묘사할 수 있다.

엔비디아는 그 외에도 가상 세계나 온라인 협업 환경의 배경을 마치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영화같이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테크플러스 에디터 이병찬

tech-plu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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