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우크라이나’는 텔레그램 속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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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전을 제외하고 현대전을 논할 수 있을까. 우크라이나를 겨냥한 러시아의 총성 없는 전쟁은 핸드폰 화면 안에서도 치러지는 중이다.

지난 27일(현지 시각), 테크 전문지 더넥스트웹(TNW)은 메시징앱 텔레그램(Telegram)이 우크라이나 국민들에게 주요 정보 교류 창구로 자리매김한 상황을 보도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많은 대형 소셜 미디어 기업들이 친러 성향의 동영상 업로드 중지와 계정 정지 등으로 ‘러시아 제재’에 나섰다. 하지만 가짜 뉴스와 딥페이크 비디오를 포함한 유해 콘텐츠들이 플랫폼에 관계없이 공유됐다. 정보의 홍수 속에서 우크라이나 국민들은 러시아 침공의 실상과 실제 이야기를 공유하는 공론장으로 텔레그램을 택했다. 더넥스트웹은 현재 가장 신뢰할 만한 채널로 부상한 텔레그램에 수백 만 명의 우크라이나 국민들이 몰려들고 있다고 전했다.

왜 텔레그램일까

텔레그램은 어떻게 허위 정보의 홍수 속에서 나름의 명확성을 가질 수 있었을까. 외신은 텔레그램이 철저한 보안성을 제공해, 전쟁 상황에서도 매력적인 플랫폼이 될 수 있던 것으로 봤다. 핵심 기능은 ‘비공개 그룹 생성’과 ‘비밀 채팅’ 기능이다.

텔레그램에서는 최대 20만 명의 사용자로 구성된 공개, 비공개 그룹과 채널을 생성할 수 있다. 그룹은 모든 참여자들이 메시지를 전송하며 상호 작용할 수 있고, 채널은 채널 주최자가 일방향적 메시지를 전송하는 곳이다. 이 기능으로 생성된 그룹과 채널을 통해 최대 20만 명의 사람들에게 다양한 방법으로 정보를 전달하고 교류할 수 있다. 커뮤니케이션의 모든 과정은 텔레그램 클라우드에 암호화 후 저장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비밀 채팅’기능은 더한 수준의 보안을 제공한다. 비밀 채팅에서는 두 사용자 간의 모든 통신이 종단 간 암호화된다고 알려져있다. 종단간 암호화(End to End Encryption)란 메시지를 보내는 것부터 받는 것까지 모든 과정에서 암호화된 상태의 메시지가 전달되는 암호화 방식을 말한다. 단대단 암호화라고도 한다. 이 데이터는 발신자와 수신자의 기기를 제외하고는 어디에도 저장되지 않는다. 텔레그램은 자신들 조차도 데이터에 액세스 할 수 없다고 밝혔다. 비밀 채팅에서는 ‘자폭 타이머’를 설정해 일정 시간 후 메시지 자체를 사라지게할 수도 있다. 타이머가 끝나면 메시지는 삭제되고 기록도 영원히 사라진다.

유사 앱과 차별화되는 기능으로 익명 전달도 있다. 익명 전달을 사용하면, 모든 메시지에서 더 이상 발신자를 추적할 수 없다. 텔레그램은 왓츠앱(WhatsApp), 라인(Line)과 같은 유사 앱보다 더 안전함을 내세웠다.

(출처:unsplash)

텔레그램이 ‘보안’에 특화된 이유

텔레그램은 왜 ‘보안’에 특화된 소셜미디어로 자리매김 했을까. 여기엔 텔레그램의 탄생비화와 관련이 있다. 텔레그램은 러시아 최대 소셜 미디어 ‘브콘탁테’(VK)를 개발한 니콜리아·파벨 두로프 형제가 2013년 출시한 소셜 미디어다. 브콘탁테를 두고 별도로 텔레그램을 출시한 이유는 러시아 정부 때문이다. 러시아에서는 2012년 러시아 대선 직후 푸틴을 규탄하는 시위가 확산됐다. 당시 시위대는 브콘탁테를 통해 정보를 교류했고, 정부와 러시아연방보안국(FSB)은 브콘탁테에 시위 참가자들의 신상 공개를 요구했다. 두로프는 러시아연방보안국의 공문을 자신의 브콘탁테에 올리며 공개 비판한 뒤 러시아를 떠났다.

이후, 두로프는 러시아 정부의 검열에 반대하며 새로운 소셜 미디어 텔레그램을 출시했다. 텔레그램은 ‘개인정보를 보호받으며 이야기할 권리(Talking back our right to privacy)’를 모토로 삼고있다. 때문에 러시아를 포함한 모든 국가의 개인정보 수사협조 요청을 거절하고 있다.

(출처:unsplash)

최고 수준의 보안이라고 말하긴 어려워, 그럼에도

하지만 텔레그램이 정말 최고 수준의 보안을 탑재한 플랫폼일까. 보안 업계에서도 텔레그램의 보안이 높은 수준인 것은 인정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최고 수준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시민기자 매체 글로벌보이스(Global Voices)는 텔레그램의 보안에 대한 한계와 위험성을 보도한 바 있다. 텔레그램 대화내역은 이용자가 일일이 삭제하지 않는 이상 텔레그램 클라우드에 남기 때문에 통신사 협조만 받는다면 곧바로 확보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또한 텔레그램이 자랑하는 ‘종단간 암호화’가 모든 대화에 적용되는 것도 아니라고 지적했다.

국내 김승주 고려대학교 정보보호대학원 교수도 “텔레그램은 최고 수준보안의 메신저는 아니며 여러 가지 보안 취약점이 존재한다”며 “텔레그램의 취약점을 이용하면 어느 정도 사용자 추적이 가능하고 암호화폐 거래사이트와 공조해 거래 흔적을 함께 추적하면 과정은 어렵겠지만 가닥을 잡는 것은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이같은 위험 때문인지 홍콩 국가보안법과 관련한 사태에서는 텔레그램에 불안을 느낀 시민들이 유사앱 ‘시그널’로 몰렸던 사례도 존재한다. 시그널은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가 직원들에게 공용 메신저를 시그널 앱으로 통일한다는 지시를 내렸을 정도로 보안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텔레그램에 더이상 특별한 장점이 없다는 말은 아니다. 텔레그램이 출시됐을 당시, 모바일 채팅 앱에 ‘종단 간 암호화’를 적용한 것은 독보적인 행보였다. 이후 다른 채팅 앱들도 텔레그램의 뒤를 따랐다. 비교대상으로 언급되는 왓츠앱이나 시그널에 없는 기능이 여전히 존재한다는 점도 잊지 말아야 한다. 텔레그램은 우크라이나 사태와 같이 ‘보안’이 필요한 상황에서 여전히 의미 있는 일을 해내고 있다.

테크플러스 에디터 이지은

tech-plu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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