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tdt 01410’ 기억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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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삼성디스플레이 뉴스룸)

모든 것의 시작은 PC통신이었다. PC통신, 이제는 참 생소한 말이다. 오래된 드라마나 그 시절을 다룬 영화에서나 볼 수 있을 법한 단어다. 그 시절 PC통신은 인터넷이 발달하지 않았던 그 시절 사람과 사람을 온라인으로 이어주는 매개체였다. 사람들은 파란 배경에 글자만 가득 찬 작은 화면에 모여 얘기를 나눴다.

PC통신에 접속하려면 PC로 전화선과 전화 모뎀에 연결해야 했는데, ‘atdt 01410’은 이를 위한 명령어였다. PC통신을 애용했다면 이후 들리는 독특한 소리를 더 많이 기억할 듯하다. 전화 연결음 비슷한 ‘뚜뚜뚜뚜 뚜뚜뚜’ 소리 직후 ‘삐이익 삐익 삐익’ 정신없이 울려대는 그 소리 말이다. 아쉽게도 이젠 추억으로 남겨둬야 할듯하다. 마지막 PC통신마저 뒤안길로 사라질 전망이다.

26년 장수 PC통신 유니텔 역사 속으로

국내 4대 PC통신하면 천리안, 하이텔, 나우누리, 유니텔을 꼽는다. 유니텔을 제외한 세 곳은 일찌감치 PC통신 서비스를 접었고 유니텔만이 명맥을 이어왔다. 그러나 급격한 인터넷 환경 변화를 버티기엔 역부족이었다. 유니텔은 오는 6월 30일 PC통신 서비스를 종료할 예정이다. 첫 서비스를 선보인 이래 26년 만이다.

유니텔은 지난 1996년 삼성SDS에서 서비스를 시작한 PC통신이다. 이듬해인 1997년 한석규, 전도연 주연 영화 ‘접속’의 주 소재로 쓰이면서 인기를 끌었다. 접속은 유니텔 PC통신을 통해 만난 두 남녀가 사랑을 이어간다는 로맨스 영화인데, 그해 큰 관심을 모았다. 출시 3년 후에는 가입자수 100만명을 돌파하면서 당대 업계 1위였던 천리안을 빠르게 추격했다.

이후 2000년 삼성SDS로부터 독립, 2003년 다우기술에 인수, 2008년 다우기술에 합병됐다. 차례로 2004년 천리안, 2007년 하이텔, 2013년 나우누리가 서비스를 중단하면서 사실상 유니텔이 최후의 보루였다. 인터넷이 발달하고 포털이 급부상한 영향이다. 유니텔도 포털 사이트로 변화를 시도했으나 별다른 반향을 일으키진 못했다.

“오랜 기간 유니텔을 이용해주신 고객 여러분들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서비스를 지속해 제공해드리지 못해 아쉽고 죄송한 마음을 금할 수 없다. 너그러운 양해를 부탁드린다” 오랜 기간 버텨온 유니텔이 남긴 마지막 공지다. 유니텔은 서비스 종료 전 회원들의 자료 백업 기간을 따로 둘 방침이다.

PC통신 그땐 그랬지

PC통신은 고속 인터넷이 없던 그 시절 물리적 한계를 극복하고 모일 수 있는 창구였다. 지금 생각하면 신기하다. 텍스트 기반 플랫폼에서 느린 인터넷 속도를 인내하며 많은 이들이 모여 인연을 이어갔으니 말이다. 당시 서비스 속도는 2400~1만4400bps로, 100Mbps 인터넷 대비 1만분의 1에 불과하다. 요즘 사용되는 기가인터넷(1000Mbps)과 비교하면 수치상 10만분의 1의 속도다.

이뿐 아니라 요금도 상당히 비싼 축에 속했다. 지금은 특정 인터넷 상품을 사면 속도 차이만 있을 뿐이지만, 당시에는 사용 시간에 따라 요금을 내는 종량제였다. 유니텔 출시 다음해인 1997년 기준 3분당 45원이 부과됐다. 속도는 느리고 요금은 비싸서 멋모르고 사용하다 보면 수십만원은 우습게 빠져 나갔다. 전화선을 이용하기에 PC통신 도중에 전화를 사용할 수 없다는 치명적인 단점도 있었다.

(출처:인터넷 커뮤니티 갈무리)

그럼에도 PC통신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모여들었고 많은 유산을 남겼다. 전지현, 차태현 주연 영화 ‘엽기적인 그녀’는 나우누리 게시판에 올라온 인기글이 원작이다. 한국형 판타지 소설의 시초격인 ‘퇴마록’과 ‘드래곤라자’는 하이텔에서 연재되던 소설이었다. 가수 버벌진트, 휘성은 나우누리 동호회 ‘SNP’ 출신이다.

지금은 정치인이나, 과거 컴퓨터 백신 개발자였던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는 하이텔에서 V3를 배포하기도 했다.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 겸 이사회 의장은 유니텔을 이해진 네이버 글로벌투자책임자(GIO)는 유니텔 신문기사 통합 검색엔진을 개발했다. 이 밖에 지금은 잘 사용되지 않지만 ‘방가방가’, ‘하이룽’, ‘안냐세요’ 등 축약형 인터넷 용어를 처음 사용한 곳도 PC통신이다.

(출처:인터넷 커뮤니티 갈무리)

PC통신 이젠 옛말이다. 먼 훗날에는 분명 사전에서나 찾아볼 수 있는 단어가 될 테다. 그렇지만 누군가는 그곳에서 연인을 만났고 다른 이는 꿈을 키웠다. 영화, 문학 등 여러 콘텐츠에 많은 영향을 끼쳤고 국내 인터넷 문화 태동을 알린 시발점이었다.

한편 PC통신의 추억을 잊지 못하는 이들을 위한 웹사이트가 있다. atdt01410 넷인데, PC통신 화면을 재현해놓았다. 혹여 옛날 생각이 난다면 한 번쯤 접속해볼 만하다.

테크플러스 에디터 윤정환

tech-plu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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