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가전 늘어나는데, 제조사 수리권은 낙제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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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Pixabay)

전자제품 구매 전 많은 요소를 따져보게 된다. 에디터는 성능과 기능, 디자인을 우선 보고 정말 내게 필요한 제품인지 효용성까지 계산해 본다. 수리 가능 여부도 정말 중요하게 생각한다. 전자제품은 언젠가 망가지기 마련이기 때문.

결국 웬만하면 손쉽게 고칠 수 있는 제조사 상품을 선택하게 된다. 그런데 제조사들은 정말 소비자를 위해 수리권을 적극 보장하고 있을까. 이와 관련 전 세계 전자제품 제조사들의 수리권을 점수로 표현하고 순위 등급을 매긴 보고서가 나왔다. 결과는 참 흥미롭다. 당초 예상했던 것과 상당히 다르다.

삼성·구글·애플·MS, A등급이 없네

최근 ‘미국 공익연구 그룹(PIRG)’은 아이픽스잇(iFixit)과 함께 전 세계 노트북·휴대전화 제조사 제품을 대상으로 이 같은 연구를 하고 결과를 발표했다. 점수는 각 제조사 제품의 수리 용이성, 수리에 대한 제조사들의 태도를 기준으로 매겨졌다. 이에 프랑스에서 발표한 제조사 ’수리 가능성 지수‘를 더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결론부터 말하면 A를 받은 제조사는 없다.

(출처:PIRG)

노트북 부문은 델과 에이수스가 각각 7.81점, 7.61점으로 B+를 기록했다. 레노버와 에이서(Acer)도 차례로 6.99점, 6.87점으로 B-에 위치했다. 휴렛 팩커드(HP)는 6.39점으로 C+에 그쳤다. 다음이 의외인데 마이크로소프트(MS)와 애플이 4.60점, 3.16점으로 D 구간에 위치했다. MS는 프랑스 수리가능성 지수에서, 애플은 제품 분해 용이성에서 최하점을 받았다.

휴대폰 부문도 별반 다르지 않다. 모토로라 7.77점으로 B+를 받았다. 이어 삼성 5.69점 C, 구글 4.65점 D+, 애플 2.75점 F 순이다. 삼성은 전체적인 점수가 높았으나 수리 용이성에서 낮은 점수를 받았다. 애플과 구글은 수리권 보장 법안에 반대하는 행보로 낮은 점수를 받았다. 이는 앞서 MS와 애플이 노트북 부문에서 부진한 점수를 받은 것과 같다.

(출처:PIRG)

PIRG는 “소비자들은 구매하는 제품이 얼마나 수리가 용이한지 알아야 한다”며 “단순 가격만으로 제품의 수리 가능성과 사용 기간을 예측할 수 없다”고 했다. 또 “제조사는 부품과 서비스 정보에 대한 접근성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며 “제조사는 부품 및 서비스 지침 접근성을 높이고 제품 수리시장을 형성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수리권이 뭔데 중요하나?

수리권은 영어로 ‘Right to repair’로, 말 그대로 소비자가 전자제품을 고쳐서 쓰는 권리를 의미한다. 최근 세계 여러 국가에서 수리권을 강화하자는 움직임이 커지고 있다. 프랑스에서 수리 가능성 지수를 발표한 것도 이 같은 움직임의 일환이다. 영국에서는 수리권 보장 기간을 최대 10년까지 늘린 법안이 통과됐고 유럽연합(EU)에서는 회원국에 수리권 보장을 권고했다.

수리 가능성은 친환경과도 깊이 연관됐다. 수리권이 보장되면 기기를 오래 사용할 수 있게 되고 그만큼 폐가전이 감소하기 때문이다. 지난 2020년 유엔(UN)이 발간한 ‘E-waste 모니터’ 보고서에 의하면 연간 배출된 폐가전 규모는 5360만톤에 달한다. 오는 2030년에는 7470만톤으로 증가한다는 예측이다.

(출처:Pxhere)

이에 따른 자원 소실도 상당하다. 5360만톤 중 재활용된 비율은 17.4%에 불과하다. 폐가전 안에는 금속, 플라스틱, 코발트, 알루미늄 등 상당한 자원이 포함돼 있는데, 약 80%는 그대로 버려지고 있는 셈이다. 최근 전기차 산업의 성장으로 배터리에 필요한 코발트, 니켈, 리튬이 세자릿수로 폭등하고, 반도체 수급난이 지속되는 상황과 배치된다.

제조사들 보고만 있나?

수리권 보장은 제조사 입장에서 규제에 가까워, 아쉽지만 이들이 선제적으로 수리권 보장을 시행하는 건 기대하기 어렵다. 미국의 경우 지난해 7월 조 바이든 대통령이 경제경쟁 촉진 행정명령에 서명한 이후 변화 조짐이 보였다. 여기에는 제3자로부터 수리받았을 때 제조사가 소비자에게 주는 불이익을 제한하는 내용이 담겨서다.

(출처:iFixit)

이후 애플은 지난해 11월 부품과 도구를 제공해 직접 수리하는 셀프 서비스를 도입한다고 밝혔다. 한 달 뒤 MS도 IT기기 분해 전문 웹사이트인 아이픽스잇(iFixit)과 손잡고 서피스 모델용 공식 수리 도구를 판매한다고 전했다. 자발적인 정책 변화라고 보긴 어렵다는 분석이다. 해외 IT전문지 엔가젯(Engadget)은 “원인에 대해 말하진 않지만, 정부의 압력 때문일 수 있다”고 했다.

국내서도 비슷한 움직임이 포착된다. 앞서 더불어민주당 김상희 국회부의장은 휴대전화 수리에 필요한 부품 공급·판매 거절·지연을 금지한 단말기 유통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정의당 강은미 의원은 ‘수리할 권리에 관한 법률안’을 선보인 바 있다. 다만 아직 발의 단계에 불과한 만큼 입법을 거쳐 시행이 이뤄져야 제조사들의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다.

테크플러스 에디터 윤정환

tech-plu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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