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MD 신제품 그래픽카드에 소비자 실망한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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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데온 RX 6500 XT (출처 : AMD)

지난 4일, AMD가 신제품 그래픽카드 ‘라데온 RX 6500 XT’를 공개했다. 보급형 제품이지만 적용된 기술 수준은 준수하다. 6나노미터(nm) 공정을 적용한 새로운 RDNA2 GPU가 최초로 탑재됐다. 게다가 권장소비자가격(MSRP)이 199달러로 책정돼 가성비 좋은 차세대 보급형 그래픽카드로 인기를 끌 전망이었다.

그러나 베일을 벗은 RX 6500 XT 앞에 기다리고 있던 건 얼리어답터와 매체들의 수많은 혹평이었다. 사용해 보니 사양과 성능이 기대 이하였으며, 소매가격도 지나치게 올라 가성비를 챙기기 어려워졌다는 의견이 이어졌다.

◆ 199달러 그래픽카드가 레이 트레이싱 지원? 장점 없진 않네



라데온 RX 6500 XT (출처 : AMD)

RX 6500 XT를 미리 사용해 본 PC 전문 매체들은 장단점이 굉장히 뚜렷하다고 평했다.

가장 큰 장점은 레이 트레이싱을 지원하는 가장 저렴한 그래픽카드라는 것이다. 레이 트레이싱은 그래픽 내 광원의 위치를 실시간으로 추적해, 빛이 닿는 부분이나 그림자를 현실에 가깝게 표현하는 기술이다. 엔비디아(NVIDIA)가 RTX 20 시리즈 그래픽카드와 함께 레이 트레이싱 기술을 공개한 지 벌써 3년이 지났는데, 200달러 미만 그래픽카드가 레이 트레이싱을 지원하는 건 이번이 최초다.

라데온 그래픽카드만의 기능도 탑재된다. 성능 저하를 최소화하고 그래픽 품질을 향상시키는 ‘FSR(FidelityFX Super Resolution)’을 지원한다. 올해 1분기 중에는 그래픽 선명도를 향상시키는 ‘라데온 초고해상도(Radeon Super Resolution)’ 기능이 업데이트를 통해 제공될 예정이다.



그래픽램 용량은 고작 4GB다 (출처 : AMD)

최신 그래픽카드답지 않게 그래픽 전용 램(VRAM) 용량은 4GB에 불과하다. 그런데 AMD는 이를 장점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램 용량이 작아 암호화폐 채굴업자가 관심을 갖지 않을 것이라는 이야기다. 그래픽카드로 채굴 가능한 이더리움 계열 암호화폐는 그래픽램 용량이 클수록 많이 채굴된다. 그래픽램이 고작 4GB밖에 되지 않으면 채산성이 떨어져 채굴업자가 구매할 이유가 없다.

전력 효율은 우수한 편이다. 공식 제품 정보에 명시된 전력 소모량은 107W, 권장 파워 용량은 400W에 불과하다. 직접 비교할 바는 못 되지만 최근 엔비디아가 출시하는 그래픽카드를 보면 전력 소모량이 이전 세대보다 훨씬 많아 파워 교체까지 고려해야 할 정도다. RX 6500 XT는 기존 파워를 그대로 사용해도 무방하며, 새로 조립 PC를 구매하는 상황에서도 굳이 비싼 대용량 파워를 구매하지 않아도 돼 경제적이다. 199달러라는 저렴한 가격도 인상적이다.

◆ 장점 제대로 활용하기 어려워… ‘그림의 떡’ 수준

하지만 위에서 언급한 장점은 대부분 그림의 떡이다. 제대로 활용하기 어렵거나 이런저런 사유로 더 이상 장점으로 보기 어려워진 사항도 있다.

200달러 미만의 그래픽카드로 레이 트레이싱을 경험할 수 있다는 건 확실히 기대된다. 하지만 레이 액셀러레이터 수가 적어 실제 성능은 부실하다는 평이다. 캐시 메모리 용량이 16MB밖에 되지 않는 것도 문제다. 레이 트레이싱 수준을 높게 설정하면 그래픽카드의 처리 속도가 따라가지 못해 성능이 저하되는 ‘병목 현상’이 발생한다. 레이 트레이싱으로 사실적인 광원 효과를 적용하려면 품질을 낮춰야 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다.

그래픽 품질을 향상시키는 FSR 기능도 일부 호환되는 게임을 플레이할 때에만 적용된다. 라데온 초고해상도 옵션은 보다 많은 게임에 적용 가능하나 아직 정식으로 출시되지 않아 게임 성능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입증되지 않았다.



한때 AMD는 4GB 그래픽램의 성능이 불충분하다고 주장한 바 있다 (출처 : AMD)

그래픽램 용량도 문제다. AMD는 RX 6500 XT를 공개할 때 대부분의 AAA 게임(대규모 블록버스터 급 게임)을 4GB 그래픽램으로 충분히 구동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메모리 사용량이 높은 게임을 플레이하면 성능이 급격히 떨어지는 것으로 드러났다.

AMD의 주장은 2020년 6월 자사 블로그에 게시했던 글과 맞지 않는다는 지적도 있다. 당시 AMD는 4GB 그래픽램이 오늘날 게임을 플레이하는 데에 불충분하다며, 8GB 그래픽램을 탑재하면 성능이 매우 크게 향상된다고 언급했다. 해당 내용대로면 이번에 출시한 RX 6500 XT는 게임을 하는 데 부적합한 그래픽카드라고 인정하는 꼴이다.



지적받은 포스팅은 4시간 동안 AMD 블로그에서 사라졌다. (출처 : kitguru)

이 내용이 지적되자 AMD는 슬그머니 자사 블로그에서 해당 글을 비공개 처리했다. 하지만 모순된 내용을 의도적으로 은폐한다는 비판이 거세지자 4시간 만에 글을 복구했다.

성능 면에서 가장 큰 영향을 끼친 요인으로 PCIe 인터페이스도 거론됐다. RX 6500 XT는 PCIe 4.0 x16(16레인) 슬롯에 장착 가능하지만 지원하는 건 최대 4레인까지다. 레인 수가 많을수록 대역폭이 넓어 데이터를 주고받는 속도가 빨라진다. 대부분의 그래픽카드가 16레인을 사용하며, 일부 보급형 제품은 8레인만 사용한다. 4레인까지 대역폭을 좁힌 건 굉장히 이례적이다.

AMD는 대다수의 게임 입문자에게 넓은 대역폭이 필요 없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RX 6500 XT를 사용해 본 매체들은 AMD가 권장하는 설정 환경에서 게임을 무리 없이 구동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PCIe 3.0 슬롯이 장착된 메인보드에 사용하면 대역폭이 절반으로 다시 줄어들면서 성능이 크게 저하된다. PCIe 4.0 x16 인터페이스를 사용하는 그래픽카드는 PCIe 3.0 슬롯에 장착해도 성능 하락 폭이 크지 않다는 점과 대비된다.

게임 성능만 문제 되는 게 아니다. 영상 콘텐츠 관련 성능도 부족하다. H.264와 H.265/HEVC 인코딩을 지원하지 않아 영상 편집에 부적합하고, AV1 코덱 디코딩도 불가능해 유튜브 같은 최신 동영상 플랫폼 이용 시 성능이 크게 저하된다.

출력 단자 구성도 인색하다는 평이다. HDMI와 DP 단자가 1개씩 달려 있다. 트리플 모니터를 구축해도 될 정도로 성능이 좋은 그래픽카드는 아니지만, 게임 화면을 스트리밍하려는 사용자라면 출력 단자가 부족해 불편할 여지가 있다.

◆ 성능조차 몇 년 전 그래픽카드 수준이라고?

PC 관련 정보와 리뷰를 게재하는 해외 매체 ‘PC월드’는 19일(현지시간) RX 6500 XT의 성능 테스트 결과를 보도했다. 일반적으로 그래픽카드 성능 테스트는 해당 제품의 이전 세대나 체급이 비슷한 타사 제품과 비교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이번에는 수년 전에 출시했던 그래픽카드와 비교했다. PC월드는 오래된 그래픽카드를 사용하는 사람이 교체할 가치가 있는지 판단하는 데 도움이 되도록 테스트 기준을 바꿨다고 덧붙였다. 또한 구형 메인보드 사용자를 위해 PCIe 3.0 슬롯에 장착한 상태로도 테스트를 진행했다.

그래픽카드 별 게임 테스트 결과 (출처 : PC월드)

비교 대상은 엔비디아 지포스 GTX 1650 4GB, GTX 1060 6GB, 라데온 RX 5500 XT 4GB, RX 580 8GB다. 테스트 결과 엔비디아 그래픽카드와는 어떤 게 낫다고 보기 어려울 정도로 비슷했다. 기존 라데온 제품과 비교해 보니 최신 다이렉트X 12와 벌칸(Vulcan) API를 사용하는 게임에서는 RDNA2 GPU가 유리한 만큼 더 높은 성능을 보였다. 하지만 테스트 게임에 따라서는 오히려 RX 5500 XT에 밀리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 조립 PC 새로 구매한다면 추천할 만…가성비는 ‘글쎄’

PC월드는 구형 그래픽카드 사용자가 성능 향상을 기대하고 구매할 만한 제품은 아니라고 평가했다. 대신 조립 PC를 새로 구입할 경우 비슷한 가격대에서 레이 트레이싱·FSR·라데온 초고해상도 같은 최신 기능을 써볼 수 있는 유일한 선택지다.



국내 RX 6500 XT 가격은 40만 원 내외로 책정됐다 (출처 : 다나와)

아쉬운 점이 많지만, 199달러라는 가격은 합리적이라는 평가가 많았다. 하지만 그래픽카드 품귀 영향으로 출시 직후부터 소매가가 가파르게 상승하면서 가성비 그래픽카드라는 평가도 무색한 상황이다. 현재 RX 6500 XT의 가격은 359달러로 치솟았다. 한국에서도 제조사에 따라 39~42만 원대로 책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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