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SLR도 아니고 미러리스에?’ 때아닌 세로그립 일체형 카메라가 여럿 등장한 이유는?

- Advertisement -

디지털 일안반사식(DSLR) 카메라를 밀어내고 현재는 미러리스(Mirrorless) 카메라가 시장의 다수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대부분 렌즈교환식 카메라 제조사가 미러리스 설계를 채택한 제품을 적극 출시하고 있는 데다 렌즈와 기타 주변기기도 미러리스를 중심으로 재편되는 분위기입니다. 기술의 발전은 빠르고 그에 따라 자연스레 시장도 따라가고 있습니다. 필름 시장의 뒤를 이어 디지털이 빠르게 자리를 잡은 것처럼 말이죠.

미러리스 카메라의 장점은 성능과 휴대성에 있습니다. 기존 DSLR 카메라는 렌즈를 통과한 빛이 반사거울을 거쳐 펜타프리즘을 지나 뷰파인더에 맺히는 구조입니다. 이 뷰파인더에 표시된 피사체를 확인하고 셔터를 누르면 반사거울이 위로 올라가면서 빛을 센서로 보내는 것이죠. 당연히 반사거울과 펜타프리즘은 DSLR의 덩치를 키우는 원인 중 하나가 되었습니다.

▲ 미러리스 카메라는 DSLR 카메라 대비 설계상 이점을 갖습니다. 휴대성과 성능을 확보하기가 유리하기에 빠르게 시장의 주류로 부상할 수 있었습니다.

미러리스 카메라는 이 두 가지를 과감히 없앴습니다. 그냥 렌즈를 통과한 빛이 센서로 직접 갑니다. 대신 센서가 받아들이는 빛을 영상처리장치가 실시간으로 처리해 액정 또는 전자식 뷰파인더에 표시해 주죠. 사용자는 최적의 장면이다 싶으면 그냥 셔터만 누르면 됩니다. 간편한 구조만큼이나 카메라의 크기를 줄이고 무게 또한 가벼워집니다. 설계가 간단해지니 카메라 제조사 목적에 따라 화질을 최대한 끌어내는 설계가 가능합니다.

그런데 미러리스 카메라의 장점 중 하나인 ‘휴대성’이 살짝 희미해지는 느낌이 들기도 합니다. 최근 캐논과 니콘이 공개한 새 미러리스 카메라 때문인데요. 두 카메라는 흥미롭게도 과거 플래그십 DSLR 카메라와 비슷한 생김새를 가지고 있습니다. 바로 세로그립 일체형, 소위 원-바디(일체형 카메라) 구조이기 때문이죠.

DSLR 카메라 기술력의 상징이 미러리스 카메라에도?

렌즈교환식 카메라, 이 중 135 판형의 카메라는 크게 세로그립이 없는 형태와 세로그립을 포함한 형태 두 가지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제조사 목적에 따라 다양하게 설계할 수 있겠지만, 흔히 일반형은 보급형부터 준전문가(하이-아마추어) 등을 겨냥하고 세로그립 일체형은 준전문가부터 언론사 등 상업시장에 주로 초점을 두고 있었습니다.

세로그립 일체형은 타 제품과 다르게 편의성과 성능이 남달랐습니다. 덩치는 크지만, 다양한 조작 버튼을 제공해 빠르게 원하는 설정이 가능했죠. 상황에 따라 즉시 가로 및 세로 촬영도 할 수 있습니다. 그냥 카메라를 90도 돌리면 되니까요. 이 외에도 더 많은 연속 촬영이 가능하도록 예비 메모리(캐시)를 제공하거나 대용량 배터리로 오래 촬영할 수 있었습니다. 극한 환경에서도 안정적인 작동을 보장하는 내구성과 신뢰성은 덤입니다.

▲ 세로그립 일체형 DSLR 카메라는 성능이나 기능적 측면에서 뛰어났지만, 휴대성은 포기해야만 했습니다. 미러리스는 DSLR의 한계를 어느 정도 극복하면서 시장을 대체할 수 있었습니다.

미러리스 카메라로 시장이 이동하면서 이 부분은 크게 달라졌습니다. 상대적으로 휴대성이 높고 내구성은 뛰어난 제품이 다수 등장했는데, 굳이 세로그립 일체형으로 설계하지 않아도 모두를 만족할 수 있는 카메라를 만들 수 있는 것이죠. 소니 알파9, 알파1 등이 이를 잘 보여주기도 했습니다. 이 외에 다른 미러리스 카메라들도 성능이나 반응성 등에서는 아쉬움이 없었습니다.

일부 카메라는 세로그립을 액세서리로 사용할 수 있도록 배려하기도 했습니다. 이 같은 구성은 크기를 줄일 수 있고, 사용자 취향에 따라 세로그립을 부착해 편의성 확보가 가능합니다. 세로그립 일체형만큼은 아니어도 그에 준하는 느낌으로 쓸 수 있습니다. 그래도 그 안정적인 느낌이라는 것이 플래그십 카메라에 비할 바 못했죠.

미러리스 카메라에 세로그립 일체형 디자인을 적용한 이유는?

그런데 캐논 EOS R3와 니콘 Z 9는 처음부터 세로그립 일체형으로 설계되어 눈길을 끕니다. 마치 과거 DSLR 플래그십 카메라를 보는 듯합니다. 왜 미러리스 카메라에 세로그립 일체형 디자인을 채택했을까요? 크게 세 가지로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첫 번째는 조작 편의성, 두 번째는 여유 성능 확보, 세 번째는 발열과 배터리 구성 등의 여유라 하겠습니다. 휴대성을 어느 정도 포기하는 대신에 카메라에서 제공할 수 있는 최대한의 성능과 기능을 제공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됩니다.

▲ 니콘 Z 9(좌)와 캐논 EOS R3(우). 덩치는 커도 가로와 세로 모두 촬영이 가능하도록 셔터 버튼이 마련되어 있습니다.

먼저 조작 편의성 측면에서 보면 이 같은 형태는 이점을 가집니다.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휴대성은 포기하더라도 여유로운 면적에 최적의 기능을 위한 조작 인터페이스를 제공할 수 있습니다. 일반 미러리스 카메라는 액정 크기도 고려해야 되고, 배터리와 기타 장치를 배치하기 위해 조작성 일부는 포기해야 됩니다. 조작성을 최적화하면 그나마 낫지만, 아쉬움이 발생할 때가 많습니다.

세로그립 일체형으로 설계하면 버튼 조합이나 다이얼 조합 등으로 구성해야 되는 것을 버튼 하나로 해결 가능합니다. 갑자기 노출을 바꿔야 한다거나 기타 빠른 조작이 필요한 환경에서는 최적인 셈이죠.

▲ 니콘 Z 9의 후면부입니다. 다양한 버튼과 다이얼, 자유롭게 회전하는 액정 등이 배치되어 있습니다.

여유 성능을 확보한다는 측면에서 봤을 때에도 세로그립 일체형 카메라는 유리한 면이 있습니다. 카메라 면적이 넓어지면 그만큼 부품 구성에도 여유가 생기게 됩니다. 다른 쪽에 투자할 수 있지만, 상대적으로 플래그십이라는 차별화를 주려면 성능적 측면에서 매력을 갖춰야 합니다.

영상처리장치(프로세서)나 새로운 설계를 적용하는 것도 가능한데, 우선 더 많은 사진영상 데이터를 담을 수 있는 캐시 메모리 용량 확보가 그것입니다. 플래그십 미러리스 카메라는 기본 이미지센서의 화소가 2,400만~5,000만 화소에 달하고, 이를 초당 30매 이상 연속 촬영하는 수준입니다. 고해상도 영상도 쭉 촬영할 수 있어야 하지요. 아무리 처리 성능이 좋아졌어도 이 같은 대용량 데이터 처리에는 한계가 있는데, 캐시메모리를 탑재하면 영상처리장치가 더 여유롭게 사진영상 데이터를 처리할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볼 수 있는 부분은 발열 관리와 고효율 배터리 제공 등의 이점입니다. 미러리스 카메라의 장점은 기존 DSLR 카메라 대비 소형화가 가능하다는 부분에 있습니다. 하지만 과도한 소형화는 일부 기능적 제약을 야기합니다. 최근 고해상도 사진영상을 연속 기록하는 상황이 많은데요. 이는 곧 이미지 센서와 영상처리장치에 부하를 주고, 발열의 주 요인이 됩니다. 한정된 공간에서 발열을 제대로 해소하지 않으면 활용에 제약이 생기죠. 기록 시간 단축이나 재촬영이 안 되거나 하는 식으로 말이죠.

▲ 캐논 EOS R3는 고화소는 아니지만, 고속 연사와 연속 기록, 반응성 등에 초점을 두었습니다. 여유로운 성능 구현을 위한 설계에 가깝다는 느낌입니다.

상대적으로 덩치를 키우면 이런 어려움은 어느 정도 해소 가능합니다. 열 해소를 위한 부품을 추가할 수 있을 것이고 열을 배출하는 공간도 마련할 수 있을 겁니다. 4K, 8K 해상도 동영상은 기본이고 고화소 사진을 끊임없이 연속촬영할 수도 있겠죠.

배터리 활용 측면에서도 이점을 가집니다. 플래그십 카메라의 성능이 앞서 언급한 것처럼 고속 연사와 연속촬영 등에 있으니 높은 전압을 요구합니다. 예로 일반적인 캐논 미러리스 카메라 중 EOS R5에 쓰이는 배터리 LP-E6NH가 7.2V, 2,130mAh를 제공하는데요. EOS R3에 쓰일 LP-E19 배터리는 10.8V에 2,700mAh으로 더 큽니다. 크기도 크지만 높은 전압과 전류를 활용해 촬영 영역의 폭을 넓혀주는 데 도움을 준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촬영 목적과 성능 확보를 위해 다양한 설계 방식 적용할 듯

EOS R3와 니콘 Z 9가 세로그립 일체형으로 설계된 것은 단지 플래그십 DSLR 카메라가 그리워서가 아닐 겁니다. 비록 미러리스 카메라의 강점 중 하나였던 ‘휴대성’은 포기할지라도 최신 미러리스 카메라가 제공할 수 있는 최고의 성능에 플래그십 DSLR 카메라 특유의 편의성을 함께 제공하자는 측면이 강합니다. 어디서 촬영하던지 일관적인 안정성과 신뢰도, 최고의 성능 모두 요구하는 전문가 시장을 고려한 셈입니다. 어떻게 보면 까다로운 시장에 카메라 제조사가 격돌하는 모습입니다.

출시 시기도 적절합니다. 가까운 시점에 동계 스포츠 경기가 예정되어 있고, 내년 하반기에도 굵직한 스포츠 행사들이 예정되어 있습니다. 과거 플래그십 DSLR 카메라도 스포츠 경기 시즌을 전후해 출시되어 왔으니 카메라 제조사의 기술을 집약한 신제품들이 모습을 드러내는 것은 자연스러워 보입니다.

이번 신제품 출시를 기점으로 소비자 선택지는 더욱 넓어질 것입니다. 기본에 충실한 보급형부터 고성능 제품, 여기에 세로그립 일체형 카메라까지 있으니까요. 뿐만 아니라, 카메라 제조사들도 이제 형태에 구애받지 않고 촬영 목적과 성능 확보를 위해 다양한 설계를 적용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한편으로는 기존의 틀을 벗어난 다양한 미러리스 카메라를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여러분의 생각은 어떠십니까?

[fv0012]

- Advertisement -

Related Stori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