좁쌀죽 나눠 먹던 기업의 1등 비결 알고 보니 ‘팬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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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쥔 샤오미 회장 (출처:Reuters)

샤오미와의 첫 만남은 보조배터리였습니다. 용량도 크고 저렴하다 해서 구입했던 제품이었죠. 당시 중국 제품에 대한 의구심이 존재했던 것이 무색하게 많은 이들이 사용했고 성능이나 가격도 괜찮았습니다. 그때까지만 해도 보조배터리를 잘 만드는 기업 정도로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샤오미란 이름을 마주하게 되는 날이 늘었습니다. 저렴한 가격을 앞세운 피트니스밴드 미밴드가 인기몰이를 하더니 샤오미는 체중계, 로봇청소기, 공기청정기 등 기기라고 부르는 모든 것에 손댈 것처럼 무섭게 확장해나갔습니다. 제품의 품질도 인정받았습니다. 중국 제품에 거는 기대가 크지 않아 우연히 만들어진 것 아니냐는 의미로 ‘대륙의 실수’라는 별명도 붙었습니다. 이는 곧 가성비 좋은 중국 제품과 같은 말이 됐죠. 물론 샤오미에게 가장 많이 사용됐습니다.

그런데 샤오미의 주력 제품은 다름 아닌 스마트폰입니다. 한국에서는 다른 스마트폰 브랜드에 밀려 힘을 쓰지 못하고 있어 체감하기 어려울지 몰라도 시야를 밖으로 넓히면 고개가 끄덕여질 겁니다.

샤오미의 성장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결과가 최근 나왔습니다. 얼마 전 시장조사업체 카날리스에 따르면 샤오미는 2021년 2분기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 17%로 2위를 차지했습니다. 점유율 19%로 1위를 차지한 삼성전자를 바짝 추격했습니다. 같은 분기 유럽과 인도에서는 1위를 차지하면서 세상을 놀라게도 했죠. 특히, 인도에서는 삼성을 큰 격차로 따돌렸습니다. 2018년만 해도 삼성, 화웨이, 애플에 이어 4위에 이름이 올랐던 기업이 샤오미입니다. 5위와 6위인 오포와 비보를 점유율에서 근소한 차이로 앞지른 정도였습니다.

샤오미의 홍미10

시장조사 결과에서 놓치지 말아야 할 포인트는 애플을 제쳤다는 겁니다. 샤오미의 시작은 애플 제품 모방이었습니다. 성공한 제품을 그대로 베끼는 건 빠르게 궤도에 안착하는 방법으로 사용되기도 합니다. 하지만 너무나도 잘 알려진 제품을 그대로 따라 하는 탓에 짝퉁 기업이라는 지적을 피하기는 힘들었죠. 샤오미는 2011년 첫 스마트폰인 ‘미1(Mi 1)’을 출시하면서 휴대전화 시장에 뛰어들었습니다. 소비자들은 바로 알아차렸습니다. 애플 아이폰의 디자인을 따라 했다는 것을 말이죠. 좋은 말을 들을 리 없었습니다.

그런데 아주 큰 장점이 하나 있었습니다. 바로 가성비. 애플 모방품이라는 말에 아랑곳하지 않고 저렴한 가격과 만족도 높은 성능으로 승부를 보기로 했습니다. 곧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의 선택을 받기 시작했습니다. 중저가 제품을 전면에 내세운 전략도 통했습니다.

샤오미의 진짜 원동력은 팬심에 있어

샤오미의 성공에는 미펀(米粉)이 있습니다. 미펀은 샤오미에 열광하는 팬 커뮤니티를 말합니다.

샤오미의 레이쥔 회장은 미펀을 제품 기획에서부터 출시 이후까지 적극적으로 참여하게 했습니다. 스마트폰을 개발할 때 프로그램과 디자인 작업에 그들의 의견을 반영했습니다. 샤오미 개발자들의 업무에서 미펀과 소통하는 일은 꽤 높은 중요도를 가집니다.

제품을 출시하기 전에 대규모로 공개 테스트를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레이쥔이 2010년에 샤오미를 창업하고 몇 달 만에 개발해낸 모바일 운영체제 미유아이(MIUI)는 중국인들에게 최적화된 운영체제로 평가받는데 미펀의 도움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죠.

고객은 자신의 아이디어가 제품에 반영되면 기업과 함께 제품을 만들었다는 뿌듯함을 느끼게 되고 남다른 애정까지 가지게 됩니다. 제품이 출시되면 가장 먼저 구입하는 사람들도 이들이죠.

고객의 불만 사항이 접수되면 당일 처리하는 원칙도 고수했습니다. 소비자의 관심을 끌려면 이득이 된다는 점을 알려야 한다는 생각에서 자사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계정에 신제품 구매 우선 자격을 제공하는 이벤트를 열기도 했습니다.

지금까지 소개한 건 주로 온라인에서 이뤄지는 일들인데 오프라인 소통도 게을리하지 않았습니다. 동호회 개념인 샤오미 클럽을 전국에 조직해 본사 차원에서 전국 각지를 돌며 행사를 열었습니다.

그중에서도 샤오미 창립일인 4월 6일에 매년 개최되는 ‘미펀제’를 빼놓을 수 없습니다. 샤오미의 실적을 공개하고 고객의 생각을 공유하는 자리입니다. 행사에서 샤오미와 미펀은 서로의 끈끈한 유대감을 확인하게 됩니다.

샤오미가 애플을 모방했지만 차별화한 지점이 이런 부분입니다. 애플은 늘 고객 입장에서 생각하고 고객이 필요로 하는 제품을 만들기 위해 노력한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기업과는 보이지 않는 거리감이 느껴집니다. 활발한 소통이 이뤄지는 기업과 팬의 관계에 익숙한 사람이라면 애플의 소통 방식은 일방적인 통보로 느껴질지도 모릅니다.

팬덤 마케팅을 생각해낸 사람은 다름 아닌 샤오미 공동창업자이자 마케팅 책임자 리완창입니다. 그는 미유아이가 출시되기 전 아이디어를 얻기 위해 직접 도움이 될만한 사람 100여 명을 찾아냈고 운영체제 개발 과정 대부분에 참여시켰습니다. 이때 미유아이 운영체제의 기초가 만들어졌고 샤오미 팬덤 문화도 시작됐습니다.

샤오미는 상대적으로 다른 기업들보다 기복 없이 꾸준히 성장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데 이 또한 팬덤의 영향이 크기 때문으로 분석됩니다.

글로벌 1위 달성 가능할까

사실 샤오미의 창업자 레이쥔도 누군가의 팬이었습니다. 그는 잡스를 동경했던 것으로 유명합니다. 도서관에서 우연히 읽게 된 한 권의 책에서 운명처럼 만났습니다. 개인용 컴퓨터의 역사를 다룬 <파이어 인 더 밸리(Fire In the Valley)>라는 책이었죠. 레이쥔은 책에 나온 스티브 잡스에게 매료됐고 IT 기업을 창업해야겠다는 꿈을 품게 됐습니다.

레이쥔은 검정 목폴라 티셔츠에 청바지를 입고 샤오미의 스마트폰을 발표했습니다. 누가 봐도 잡스가 즐겨 입던 스타일이라는 것을 단박에 알아차릴 수 있었습니다. 한 기업이 다른 기업의 이미지를 노골적으로 가져다 쓰는 일은 조심스러운 일이죠. 그런 전략을 숨기지 않고 드러냈다는 점은 분명 이례적입니다. 그는 스티브 잡스와 같은 스타 기업가가 되기를 자처했습니다. 스타가 있어야 팬들도 모이기 마련입니다.

미펀이 없었어도 샤오미라는 기업이 명맥을 유지해왔을지는 모르나 현재 위치까지 오르지 못했을 가능성은 큽니다. 지금까지도 미펀은 성공을 견인해주는 가장 든든한 밑천입니다.

직원들과 좁쌀죽을 나눠 먹으려 어려운 시기를 거친 샤오미는 이제 1위를 바라보고 있습니다. 레이쥔 회장은 8월 스마트폰 신제품 발표회에서 3년 안으로 세계 1위를 차지하겠다는 포부를 밝혔습니다. 현재 1위는 삼성전자이니 삼성전자를 향한 선전포고와 다름없습니다. 쉽지 않겠지만 지금까지의 행보를 보면 앞으로의 성장을 더 지켜봐야겠습니다.

테크플러스 에디터 나유권

tech-plu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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