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글래스엔 없고 페이스북 글래스엔 있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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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해질 다음 제품은 안경이다. 사람들 머리에 뚜렷한 이미지로 각인된 스마트글래스는 2010년대 초에 나왔다.

2013년 4월 구글은 스마트안경인 ‘구글 글래스 익스플로러 에디션(Google Glass Explorer Edition)’를 판매하기 시작했다. 구글 글래스 익스플로러 에디션은 개발자를 위한 제품이었다. 초대받은 사용자를 대상으로 우선 판매됐으며 5월부터는 일반 대중에게 판매를 진행했다.

사람들은 휴대전화의 변신을 지켜봤기에 안경 또한 비슷한 변화를 맞이할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구글글래스의 등장은 시기상조였다는 평가를 피하지 못했다. 제품을 구매해야 할 매력 포인트가 충분하지 않았다.

짧은 배터리 지속 시간도 발목을 잡았고 일상에서 사용하기 거추장스럽다는 의견이 다수였다. 특히나 기기에 장착된 카메라는 사생활 침해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차세대 디스플레이로 여겨졌던 구글 글래스는 결국 2015년 1월 판매가 중단된다. 제품을 내놓은 지 2년도 안 된 시기였다.

구글 글래스 엔터프라이즈 에디션 2

구글글래스는 구글이 실패한 여러 프로젝트 중에서 하나가 되는 걸로 보였다. 그런데 구글글래스는 2017년 ‘구글 글래스 엔터프라이즈 에디션(Google Glass Enterprise Edition)’이라는 이름으로 다시 태어났다. 타겟은 기업으로 좁혔다. 전략은 적중했다. 구글 글래스 엔터프라이즈 에디션은 산업현장과 의료 기관 등 다양한 현장에서 찾기 시작하면서 새로운 전기를 맞이했다.

구글 글래스 엔터프라이즈 에디션은 프로세서를 개선하고 배터리 지속 시간도 전보다 늘어났다. 카메라 성능도 강화시켰다.

2019년에는 구글 글래스의 새로운 버전인 글래스 엔터프라이즈 에디션2가 공개됐다. 구글글래스는 여전히 건재하다.

가열되는 기업들의 스마트글래스 경쟁

최근 들어 스마트글래스 시장에 뛰어드는 기업이 하나둘 늘고 있다.

페이스북은 가상현실(VR)과 증강현실(AR) 연구 부서를 꾸리고 기술 개발에 힘을 쏟는 중이다. 메타버스 기업으로의 변신도 본격화했다. 전략적인 판단에서 페이스북의 VR 기기인 오큘러스(Oculus) 헤드셋 고도화에도 매진하고 있다. VR 기기에 대한 관심으로 오큘러스 헤드셋 수요는 꾸준히 유지되고 있다.

이달 초에는 스마트글래스 ‘레이밴 스토리(Ray-Ban Stories)’를 공개했다. 안경·선글라스 전문 기업 레이밴과 손잡고 만든 기기다. 일반적인 선글라스처럼 보이지만 카메라와 스피커, 마이크가 장착됐다. 카메라를 이용해 사진을 찍고 스피커로 음악을 감상하거나 마이크를 통해 전화통화를 할 수 있다.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이라는 강력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보유한 기업답게 자사 SNS와 연결성도 높였다.

단기적으로 볼 때 레이밴 스토리가 큰 수익을 가져다줄 제품으로 기대되지는 않는다. 하지만 페이스북의 방향성을 선명하게 드러내 준다.

마이크로소프트(MS)에는 AR 헤드셋 ‘홀로렌즈(HoloLens)’가 있다. 홀로렌즈는 산업 현장에서 활발하게 사용된다. 록히드 마틴에서는 조립 프로세스를 검증하고 보잉에서 비행기 전기부품 연결 작업을 할 때 홀로렌즈가 활용된다. 군용으로도 사용된다. MS는 미국 육군과 향후 10년간 홀로렌즈 12만대를 공급하는 계약을 맺기도 했다. 계약 금액은 약 219억달러에 달하는데 VR 시장에서 상당히 큰 계약에 해당한다.

채팅앱 스냅챗을 운영하는 스냅에서도 스마트안경 ‘스펙타클(Spectacles)’를 내놨다. 2016년에 제품을 선보인 뒤 꾸준히 개선된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지난 5월에는 스펙타클 4세대를 발표했다.

중국의 AR기업 엔리얼(Nreal)은 최근 1억 달러(1179억원)를 투자 유치했다. 일본과 스페인에서 자사 주력 제품인 ‘엔리얼 라이트(Nreal Light)’를 판매하고 있다. 이름처럼 가벼운 무게가 특징이며 높은 판매율을 기록했다. 국내에서는 LG유플러스가 독점 공급해 관심을 모았다. 내년에는 더 큰 시장인 미국에 진출할 계획이다.

애플도 스마트글래스를 준비 중이다. 애플 글래스에 대해 명확하게 밝혀진 것은 아직 없다. 출시 시기에 대한 예측만이 조심스럽게 흘러나오는 정도다. 스마트폰 시장에서 선도해왔기에 차세대 스마트기기인 스마트안경 시장에서도 애플이 보여주게 될 모습이 기대되는 건 어쩌면 당연하다.

샤오미도 스마트 글래스 출시를 밝힌 상황이다.

스마트글래스가 넘어야 할 ‘사생활 침해’ 논란

구글글래스가 상용화에 실패했던 대표적인 원인으로 꼽히는 것이 사생활 침해 논란이다. 기기로 상대방 모르게 사진이나 영상을 촬영할 수 있다는 점 때문이다.

스마트폰에는 고성능의 카메라가 탑재돼도 큰 논란이 되지 않는데 유독 스마트글래스가 논란이 되는 건 촬영 과정의 차이에 있다. 스마트폰은 주머니에서 기기를 꺼내 카메라로 대상을 잡는 과정들이 그대로 확인된다. 누가 보더라도 촬영하려는 의도를 바로 인지할 수 있다. 하지만 스마트글래스는 사용자가 단순히 대상을 바라보기만 하면 되니 재빠르게 촬영이 진행되며 상대가 눈치채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구글글래스가 출시되지도 않았는데 미국 시애틀의 한 카페에서는 구글글래스를 착용한 고객의 출입은 금지하겠다는 일도 벌어졌다.

산업용이라면 상관없겠으나 공공장소에서 사용하게 될 일반용 스마트글래스라면 사생활 보호에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는 점을 모두가 인식하게 됐다. 구글글래스 이후 출시되는 스마트글래스에는 이러한 고민의 흔적들이 담겨있다.

페이스북의 레이밴 스토리의 경우 사진이나 영상 촬영 시 LED 표시등이 켜지도록 했다. 전용앱을 통해서만 사진을 공유하도록 하는 나름의 장치도 마련했다.

그런데도 어김없이 사생활 유출 논란이 제기됐다. 아일랜드 데이터보호위원회(DPC)는 페이스북에 사생활 보호 기능이 효과가 있는지 입증하라고 요구했다.

레이밴 스토리

레이밴 스토리는 너무 튀는 디자인도 피했다. 평범한 선글라스로 보여지게 제작한 것이다. 기기를 착용해도 유심히 보지 않으면 선글라스를 썼다고 느껴질 뿐이다. 따가운 햇빛으로부터 눈을 보호해주는 기본적인 기능은 덤이다. 패션 아이템으로도 손색없어 보인다.

가격은 낮춰 접근성이 높아졌다. 구글글래스는 1500달러에 판매된 데 반해 레이밴 스토리는 300달러에 판매된다. 약 5분의 1에 해당하는 가격이다.

스마트 글래스 시장은 이제 초기 단계를 지나는 중이다. 해결해야 할 문제들도 적지 않다. 반대로 지금보다 발전된 형태의 기술은 어떠한 모습일지 기대도 선사한다. 스마트글래스 기술이 일정 수준 이상으로 도약하면 스마트폰을 대체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전화를 걸고 음악을 듣고 영상을 시청하고 사진을 찍는 모든 일들을 스마트글래스에서 할 것이기 때문이다.

테크플러스 에디터 나유권

tech-plu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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