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스타그램의 ‘탈사진앱’ 선언, 새롭고도 아쉬운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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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은 늘 그렇듯 갑자기 찾아온다. 인스타그램의 등장도 예고 없이 찾아왔다. 하지만 갑작스러운 성공은 아니었다. 인스타그램을 창업한 케빈 시스트롬(Kevin Systrom)은 오래전부터 초석을 다져왔다.

인스타그램이 나오기 전까지는 실패의 연속이었다. 시스트롬은 직접 프로그래밍도 해보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만들기도 했지만 모두 빛을 보지 못한 과거가 있다. 단, 그가 걸어온 길을 따라가 보면 ‘사진’이라는 하나의 키워드로 수렴되는 것을 알게 된다. 대학 시절 만든 프로그램 포토박스(Photobox)는 웹 기반 대용량 사진 공유 서비스였고 투자를 받아 출시한 첫 서비스 버븐(Burbn)도 사진 공유 SNS였다.

인스타그램을 창업한 케빈 시스트롬 (출처:David M. Benett)

시스트롬은 사진광이었다. 어릴 적부터 장난감보다는 카메라를 다루는 것을 좋아했다. 사진에 대한 남다른 관심으로 대학교 3학년 때는 사진 공부를 위해 이탈리아 피렌체로 훌쩍 떠나기도 했다.

그런 그의 눈에 들어오는 물건이 있었다. 아이폰이었다. 시스트롬은 아이폰에 탑재된 카메라를 보고 흥미롭게 생각했다. 이제 누구나 카메라를 들고 다니게 된 현실을 남다른 시선으로 관찰했다. 고민의 결과물은 2010년에야 나타났다. 인스타그램을 출시한 것이다.

촬영 즉시 사진을 인화하는 인스턴트 카메라(Instant Camera)와 전신을 이용한 통신인 전보(Telegram)라는 단어를 합쳐 인스타그램이란 사명이 만들었다. 사람들은 인스타그램 앱을 켜고 이름에 걸맞은 행동을 했다. 스마트폰만 있으면 사진을 찍어 즉석에서 바로 공유했다.

인스타그램이 등장한 시기에는 페이스북과 트위터가 명성을 떨치고 있었다. 인스타그램은 SNS 후발주자였지만 빈틈은 있었다. 다른 SNS가 상대적으로 간과했던 이미지와 영상을 중심으로 매력을 호소했다. 다양한 필터를 제공해 인스타그램만의 독특한 감성도 창조해냈다. 말로 설명하기 어려워도 딱 보면 인스타그램만이 풍기는 분위기가 있었다.

특히, 텍스트보다는 이미지로 소통하고 싶은 20대 사이에서 흥행몰이했다. 유명 인사들은 잇따라 인스타그램 계정을 열면서 사람들은 플랫폼으로 모여들었다. 단순하면서도 감각적인 서비스는 소비자들에게 통했다. 스마트폰 대중화도 인스타그램의 성공을 견인했다.

이제 누구나 사진작가다. 사진에 조예가 깊지 않은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인스타그램 필터를 적용한 사진은 그럴싸한 작품으로 보였다.

아담 모세리 인스타그램 대표 (출처:CNET)

당신이 알던 예전의 인스타그램이 아니다

2012년 인스타그램은 페이스북에 인수된다. 인수 후에도 독립성을 보장받는다는 조건도 포함됐다. 이후 인스타그램은 날개를 달고 빠르게 성장한다. 가입자수도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페이스북 입장에서도 인스타그램 인수는 그야말로 ‘신의 한 수’였다. 인수 초기에만 해도 직원 13명에 불과한 작은 스타트업에 1조원이나 낭비한다는 비난을 감수해야 했다. 지나고 보니 잘한 결정이었다. 현재 인스타그램의 기업가치는 10년 전 페이스북과 함께 입찰 경쟁을 벌였던 트위터보다도 높게 평가받는다.

2018년 9월, 인스타그램 공동창업자인 케빈 시스트롬과 마크 크리거가 돌연 회사를 떠났다. 외신은 기업 운영 방향을 두고 저커버그와 충돌이 있었고 이를 이유로 사임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뒤늦게 알려졌지만 보장받기로 했던 인스타그램의 독립성도 잘 지켜지지 않았다고 전해진다.

인스타그램 릴스

인스타그램이 전과 다른 모습으로 변신을 꾀하기 시작한 것도 그쯤이었다. 두 명의 창업자가 떠난 지 불과 한 달 만에 아담 모세리(Adam Mosseri)가 대표로 취임했다. 변화에도 속도가 붙었다. 비즈니스 플랫폼으로 도약하겠다는 비전도 발표했다. 그는 쇼핑 기능을 넣으면 플랫폼이 더 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영상 콘텐츠에 관심을 가지는 것을 보고 인스타그램에도 비디오 기능을 강화하기에 나섰다. 망설일 이유는 없었다. 이미 유튜브가 영상이 가진 영향력을 제대로 보여줬다. 텍스트나 이미지가 전부는 아니었다. 2018년에는 길이가 짧은 영상을 주로 다루는 숏폼 플랫폼 틱톡이 국제 무대에 등장했고 지금까지 전 세계를 휩쓸고 있다. 글로벌 모바일 앱 다운로드 1위 자리도 틱톡이 지키고 있다. 인스타그램은 사용자가 다양한 형태의 콘텐츠를 공유할 수 있게 하는 동시에 다른 영상 서비스로 기존 이용자가 이탈하는 것을 막으려 했다.

최근 아담 모세리는 “(인스타그램이) 더는 정사각형 사진 공유 앱이 아니다”라는 파격적인 발언으로 다시 주목을 받았다. 과거의 인스타그램과 결별을 선언한 것과 마찬가지다. 그는 현재 기업이 집중하는 주요 영역으로 크리에이터, 영상, 쇼핑, 메시징 총 4가지를 꼽았다. 사진은 없다.

하지만 플랫폼의 기본 정신이 ‘사진’에 있다고 생각했던 이들은 아직 변화를 받아들일 준비가 되지 않았다. 지난해 11월 인스타그램이 숏폼 영상 공유 기능인 릴스(Reels)와 쇼핑 중심으로 레이아웃이 변경되면서 문제가 시작됐다. 추가된 서비스가 좋은 반응을 얻는 것과는 별개로 사진만 공유해오던 사용자들은 게시물 도달률이 하락했고 수익이 감소했다고 주장했다. 게시물에 달리는 ‘좋아요’ 수도 크게 줄었다.

사진과 상관없는 기능이 추가되는 것에 불만의 목소리를 내는 곳은 일반 사용자가 아니었다. 플랫폼에서 활동하는 사진작가와 아티스트들이었다. 영상보다는 주로 이미지를 올리는 이들이다. 사진이나 미술품을 계정에 올리고 요청이 오면 작품을 프린트하거나 단행본으로 제작해 판매해 돈을 벌어왔다.

독일의 비영리 연구기관 알고리즘워치(AlgorithmWatch)에서는 재미있는 실험을 진행하기도 했다. 인스타그램에 올라온 2400개 이미지를 분석한 결과 속옷이나 비키니를 입은 여성의 사진이 음식이나 풍경 사진보다 뉴스피드에 나타날 확률이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 작품을 보여주기 위해서 노출이 있는 옷을 입고 춤을 추는 영상이라도 찍어서 올려야겠다는 말이 농담으로만 들리지 않는 것도 그래서다.

이 때문에 인스타그램에 활동하는 인플루언서들이 플랫폼을 떠나 다른 소셜미디어로 이동하게 될 것이라는 가능성도 제기되는 상황이다. 대안으로는 트위터나 VSCO, Artfol 등이 입에 오르내리고 있다.

불만의 목소리는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최고경영자(CEO)의 귀에도 들어갔다. 최근 진화에 나선 모양새다. 저커버그는 크리에이터 수익창출 지원 도구를 개발하겠다며 그들을 달랬다. 크리에이터가 기업으로부터 후원을 받아 수익을 실현할 수 있도록 연결해주는 것이 목표라고도 전했다.

변신은 자유…인스타그램에도 자유는 허락될까

요즘 SNS는 초창기 선보인 기능 한 가지에만 집중하지 않는다. 텍스트를 주로 다루던 서비스가 영상 기능을 추가하고 긴 영상이 올라오던 서비스는 숏폼 영상까지도 취급하기 시작했다. 서로의 경계는 모호해지고 잘 나가는 플랫폼이 나타나면 너도나도 모방하고 비슷한 기능을 내놓기 바쁘다.

가만히 있으라고 말하는 것도 정답은 아닐 것이다. 시대가 요구하는 변화에 따라가지 못하고 역사 속으로 사라진 많은 기업들을 봐왔다. 인스타그램도 사진 공유 앱이라는 단 하나의 정체성을 지키라는 것도 가혹한 요구일 수 있다.

문득 지금의 인스타그램을 보고 있을 창업자 케빈 시스트롬은 어떤 감정을 느끼고 있을지 궁금하다. 그는 아티스트들이 자신의 끼를 마음껏 발산하는 창구가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인스타그램을 창업했다고 알려졌다.

테크플러스 에디터 나유권

tech-plu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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