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이 낸 특허, 인정할 수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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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도 인공지능(AI)을 무시하지 않는 시대다. 인간의 위협하는 존재가 될 것이라는 암울한 상상도 전혀 허무맹랑하지 않다. 우리는 어느 순간부터 인간만이 해내던 일을 인간이 아닌 누군가가 해낼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염두하며 살게 됐다. 기능적인 완성도가 떨어지는 기술에도 인공지능이라는 타이틀을 붙이다 보니 고유한 의미가 퇴색된 측면도 있지만 수준 높은 성능을 보여주는 인공지능이 소개되며 세상을 놀라게 하고 있다.

인공지능은 삶 곳곳에 녹아들었다. 음성인식 스피커, 전기자동차, 로봇청소기, 에어컨 등 기계라 부를 수 있는 거의 모든 것에 인공지능 기술이 탑재되고 있다. 인간의 친구 역할도 한다. 같이 대화도 하고 게임을 통해 서로 실력을 겨루기도 한다. 인공지능의 다음 행선지가 궁금해지는 가운데 이제 특허 활동에도 성큼 발을 들여놓는 모양새다.

얼마전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는 전 세계 유례없는 일이 벌어졌다. 남아프리카공화국 특허청(the Commissioner of the Companies and Intellectual Property Commission, CIPC)에서 인공지능이 낸 특허를 등록해준 것이다. 특허에 적힌 발명자의 이름은 ‘다부스(DABUS)’다.

다부스는 스티븐 탈러(Stephen L. Thaler)가 개발한 인공지능 시스템이다. 탈러는 인공지능과 프로그래밍 분야에 밝으며 인공신경망을 연구·개발하는 이매지네이션 엔진(Imagination Engines)의 설립자이기도 하다.

다부스는 인간과 비슷한 방식으로 사고한다. 제약 없이 다양한 아이디어를 쏟아내고 그 안에서 문제의 해결책을 찾아내는 브레인스토밍(brainstorming) 방법이 그대로 적용됐다. 인공지능은 브레인스토밍을 통해 새로운 발명을 만들어낸다.

스티븐 탈러는 다부스를 개발하기 전에도 인공지능을 이용해 악보를 그리거나 칫솔모 디자인을 발명해낸 사실도 공개했다. 인공지능으로 만든 칫솔모 디자인은 출원해 특허청에 등록까지 마쳤다고 설명했다. 그의 말이 맞다면 인공지능으로도 특허 요건을 충족하는 발명품을 만들 수 있다는 의미가 된다. 다른 점이 있다면 그때는 발명자로 개발자 자신의 이름을 적었다면 이번에는 인공지능의 이름으로 제출했다는 것이다. 이번만큼은 인공지능의 공이 컸다는 생각에 다부스의 이름을 걸고 출원하기로 마음먹었다.

다부스가 발명자로 올라간 특허 도면

여기서 잠깐 특허 제도를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겠다. 특허는 출원서를 작성해 특허청에 제출하면 내부적으로 심사가 진행되고 특허로 부적합하다고 판단되면 거절결정, 특허 요건을 충족한다고 판단되면 최종적으로 등록된다. 등록을 마친 특허는 일반에 공개되며 특허권자는 일정 기간 자신의 발명이 사용되는 것을 금지시킬 수 있는 권리를 얻는다. 앞서 다부스의 특허가 등록됐다는 건 모든 과정을 끝마치고 인공지능에 특허 권리가 부여됐다는 것을 의미한다.

어찌보면 해외 단신 뉴스 정도로 지나칠 수도 있겠지만 인공지능을 발명자로 인정하는 일은 국제 사회에서 충분히 논쟁을 일으킬만한 사안이다. 그동안 인공지능을 특허권자로 생각해볼 기회도 많지 않았다.

인공지능이 특허를? 어림도 없지

다부스의 특허를 남아프리카공화국에만 신청했던 건 아니다. 미국과 유럽, 호주 등 여러 국가에 특허를 제출했었다. 하지만 남아프리카공화국이 유일하게 인공지능의 특허 신청을 인정해줬다.

미국과 유럽에서는 인공지능의 특허 신청을 반대하고 있다. 미국 특허상표청(USPTO)과 유럽 특허청(EPO)은 인간만을 발명자로 인정한다. 발명이란 건 아이디어를 다듬어 새로운 무언가를 창조해내는 작업이다. 특허청은 이때 필요한 아이디어가 정신적인 부분에서 나온다고 봤다. 곧 사람이 머리에서 짜낸 것이 아이디어라는 말이다. 인공지능이 할 수 없는 부분이다. 인간이 아니기에 법적인 권리를 부여할 수도 없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다. 인공지능의 특허 출원을 거부하고 있다. 오로지 사람과 법인만이 특허의 권리 주체로 인정받고 있다. 인공지능이 특허를 신청한다는 건 생소한 개념이다 보니 특별한 대책이 없었던 것도 사실이다.

이렇듯 각국 특허청 대부분은 인공지능을 발명자로 인정하지 않는다.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만 예외적인 결과를 이끌어냈다. 배경에는 실체심사 없는 법 시스템과 사회나 경제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혁신을 강화하려는 국가의 기조가 한몫했던 것으로 풀이된다.

최근 흥미로운 소식이 들려왔다. 호주에서도 인공지능을 발명자로 인정해야 한다는 법원 판결이 나온 것이다. 발명자라는 개념은 인간을 기본으로 한다. 그런 측면에서 다부스는 발명자가 아니다. 하지만 스티븐 탈러는 발명자(inventor)라는 단어 자체가 사람만을 지칭하는 것은 아니라고 주장하면서 인공지능도 발명자로 인정해야 한다는 논리를 펼쳤다. 탈러는 설득에 성공했다. 법원은 발명자를 사람으로만 한정하지 않는다면서 인공지능도 발명자가 될 수 있다고 판결했다.

변화의 바람은 불고 있어

인공지능을 발명자로 인정하는 일이 실제로 벌어지면서 이런저런 말들이 나오고 있다. 발명자를 넓게 해석하는 것에 반발하는 지식재산권 전문가들도 적지 않다. 반대로 새로운 기술이 나타나면 법 제도도 시대에 발맞춰 변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인공지능이 발명의 주체라면 발명자로 인정해야 한다는 소리다. 변화는 누군가에게는 혁신일 것이고 다른 누군가에게는 분별없는 결정으로 여겨질 수 있으니 양측의 주장 모두 이해 못할 바는 아니다.

인공지능의 발명이란 게 현재는 창작이라기보다는 알고 있는 지식을 재조합한 것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있다. 기술적인 한계라고 볼 수도 있다. 하지만 창조는 결국 세상에 없는 것이 아닌 기존의 것을 붙이고 버리는 과정에서 만들어진다. 정교함은 떨어질지 몰라도 기술이 가진 잠재력을 감안해본다면 인공지능을 인정하는 분위기가 만들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인공지능이 얼마나 실력 발휘를 할 수 있는 지에 달렸다. 지금이야 인공지능은 인간이 만들어준대로 움직이고 있지만 ‘생각’이라는 것을 하는 순간이 온다면 특허 신청을 못 하는 자신의 억울함을 직접 호소할지도 모를 일이다.

지금은 국가별로 인공지능을 보는 시각이 다르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남아프리카공화국이나 호주에 이어 인공지능의 이름으로도 특허를 신청하는 국가는 더욱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테크플러스 에디터 나유권

tech-plu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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