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앰뷸런스도 전자레인지로 젖병소독하듯···식당·극장·비행기서 활용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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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원격 조종으로 손쉽게 구급차, 의료 기기와 병원 자산을 멸균 소독할 수 있게 됐다. (사진=헤리엇 와트대)

아이 기르는 집에서는 흔히 전자레인지로 젖병을 소독한다. 그렇다면 다른 것들도 소독할 수 있지 않을까. 그런데 농담이 아니라 실제로 여기서 착안해 구급차(앰뷸런스) 등 병원 자산과 다양한 물체의 표면을 ‘전자레인지에 돌리듯’, 즉 마이크로파를 쏘아 멸균 소독할 수 있다는 전문가들의 놀라운 연구 결과가 나왔다.

소독 시간 절약 및 화학 약품 사용에 따른 소독 대상 물품 손상과 인체 유해성을 피할 수 있는 것은 덤이다.

영국 북부 에든버러 소재 헤리엇 와트대(Heriot-Watt University) 주도의 공동 연구팀은 ‘IEEE 의료 및 생물학에서의 전자기, RF, 마이크로웨이브’ 저널 최신호에 전자레인지에 사용되는 마이크로파(Microwave) 기술로 구급차 및 병원 소독에 혁명을 가져올 표면 소독 기술을 개발했다고 발표했다.

이들이 만든 장치는 섭씨 60도의 비교적 낮은 온도에서 30초 만에 활동력 있는 코로나19 바이러스(229E)를 비활성화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연구에는 에든버러대, 헤리엇-와트대, 스트래스 클라이드대의 전자레인지 엔지니어, 감염병 전문가, 중합체 과학자 팀이 참여했다.

이 연구에서는 스마트폰과 가정용 와이파이 시스템에서 사용되는 것과 같은 안테나에서 나오는 마이크로파가 사용됐다. 안테나는 마이크로파 복사를 유도하고 가장 살균이 필요한 위치에 집중할 수 있게 해준다.

▲마이크로파 주파수 대역은 라디오파와 적외선 사이에 위치한다. (사진=위키피디아)

현재 소독은 화학 물질을 사용해 일일이 손으로 이뤄지고 있다. 구급차 한 대를 소독하는 데 30~40분 정도 걸릴 수 있다. 이 시간 동안 구급차는 활동을 하지 못해 바쁜 시간대에는 응급 서비스 압박이 가중된다. 이 새로운 소독 기술은 한시가 급한 생명을 구하는 데 사용되는 구급차를 안전하게 만들어 긴급상황에 맞춰 출동하는 시간을 획기적으로 줄여줄 수 있다.

최근 몇 년 동안 표면 소독 및 멸균을 위해 과산화수소 에어로졸에서부터 자외선 조사 및 적외선 복사에 이르는 다양한 기술이 제시됐지만 단점은 여전히 남아있다. 이러한 기술들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소독한 표면을 상하게 만들거나 가까이할 경우 사람들에게 유해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단점이 이 같은 소독 수단들을 장기적으로 사용하지 못하게 만드는 제약조건이 됐다.

반면 새로운 방식은 전자기파, 안테나, 센서 비콘, 액체층을 이용해 표면을 빠르게 가열하고 살균하는 방식이다. 이 자동 멸균 방식은 사람이 구급차 청소 중 오염된 표면을 직접 만지지 않고 안전한 거리에서 시스템을 쉽게 작동할 수 있다.

레이다 스피드건에서 마이크로파를 발생시키는 작은 기기의 사례를 볼 수 있다.

▲레이다 스피드건 내부 모습. 구리색의 나팔관 모양 안테나 끝에 붙어있는 회색 조립부(나팔관 모양 오른쪽 끝)가 마이크로파를 발생시키는 ‘건 다이오드’다. (사진=위키피디아)

스코틀랜드 공동 팀의 연구는 에든버러대 전문 엔지니어이자 무선 주파수 기술 수석 강사이면서 헤리엇와트대 명예 부교수인 사이먼 포딜착 박사가 주도했다.

그는 “1년 전 갓 태어난 아들을 위해 전자레인지로 젖병을 소독할 때 아이디어를 얻었다”고 설명했다. 이는 지난해 초 영국에서도 막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이 시작될 즈음이었다. 포틸착 박사는 “만약 병이 몇 분 안에 살균될 수 있고 신생아에게 안전하다면 감염된 표면에 대해 기술을 확대 적용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안전한 전력 수준을 보장하면서 표면과 안테나 사이의 상대적 거리를 결정하기 위해서는 상당한 연구가 필요했다. 그는 “또한 마이크로파 빔의 초점을 가장 큰 영향을 받을 수 있는 부분에 맞추는 것이 더 낫다는 것도 알아냈다. 이를 위해 원래 휴대폰 무선 충전을 위해 개발한 기술을 활용했다”고 설명했다.

포딜착 박사는 이어 조정 가능한 마이크로웨이브 오븐(전자레인지)을 만들어 본 경험자인 헤리엇-와트대의 공인 엔지니어이자 물리학자 마크 데스물리에 교수의 도움을 청했다.

시험 결과 이들이 만든 장치는 섭씨 60도의 비교적 낮은 온도에서 30초 만에 활동력 있는 코로나19 바이러스(229E)의 비활성화가 가능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연구의 후반부는 에든버러 의대 감염 의학 전문가인 위르겐 하스 교수가 이끄는 단체와 공동으로 수행됐다.

마크 데스물리에 헤리엇와트대 교수는 “자외선(UV)이나 에어로졸 살균 기술을 사용하는 데 있어 중요한 문제점 중 하나는 살균된 표면이 분해되는 것이다. 그러나 마이크로파 살균 방식의 장점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이 마이크로파 소독 장치는 휴대할 수 있으며, 이는 구급차는 물론 극장 같은 곳은 물론 다른 여러 분야에 적용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새 손님을 맞이하기 전에 식당의 저녁 식탁이나 기차나 비행기 테이블과 좌석을 깨끗이 소독하는 데 사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들의 연구 과정에서 가장 큰 과제는 마이크로파 빔이 소독살균한 표면에 효과적으로 닿아 적절한 온도에서 가열할 수 있는지를 입증하는 것이었다.

글래스고에 있는 스트래스 클라이드대 고분자 전문가인 니코 브런스 교수는 “우리 그룹은 섭씨 60도에서 변성되는 달걀의 단백질을 사용했다. 달걀 용액이 하얗게 변하는 것을 보고 바이러스 비활성화가 가능한 적절한 온도에 도달했음을 알 수 있었다. 이는 제안된 시스템의 운영자에게 매우 도움이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코로나19 팬데믹 시대에 나온 이 뜻밖의 연구 결과가 다양한 분야에서 소독용으로 널리 편리하게 이용되길 기대해 본다.

▲전자레인지의 구조. (사진=리서치게이트, 이쌈 애쉬커)

마이크로파 전자레인지는 2차대전 때 레이더의 핵심기기인 마그네트론관을 개발해 연합군이 수만 대의 레이더를 제조할 수 있도록 기여한 미국 공학자 퍼시 스펜서가 발명했다.

그는 1947년 바지 주머니에 넣어뒀던 초콜릿바가 마그네트론관 앞에서 녹아버린 경험에서 착안해 전자레인지(Microwave Oven)를 만들었다. 그는 일터인 레이시온사에서 마그네트론 관 앞에 옥수수를 놓아두었고 이것이 팝콘이 된 것을 확인했고 회사는 전자레인지를 만들어 내놓았다.

전자레인지 초기 모델은 무게가 무려 340kg이나 되는 냉장고만 한 크기였고 당시로선 엄청난 3000달러(당시 물가를 감안할 때 최소 3500만 원)라는 가격이 매겨졌지만 오늘날 우리는 단 50달러(약 5만 원) 정도면 이를 구입해 편리하게 쓴다.

이 전쟁 중 만들어낸 기술이 이제 각 가정의 편리한 가전품은 물론 코로나19 대역병 시대에 또다시 인간을 편리하게 해 주는 기기로 재탄생하려 하고 있다.

마이크로파는 파장 범위가 1mm~10cm 사이인 전파를 가리킨다. 파장이 짧으므로 빛과 거의 비슷한 성질을 갖고 있다. 살균력이 강하고 식물이나 물에 잘 흡수돼 열을 발생시킨다. 전자레인지는 마이크로파가 물에 흡수돼 열을 발생하는 성질을 이용해 음식을 데우고 요리하는 장치다. 이외에 위성 통신, 레이더(하이패스 시스템), 속도 측정기 등에 이용되며, 우주에서 방출되는 마이크로파(우주배경복사)는 은하 구조 연구에 활용되고 있다. 인공위성을 통해 기상 정보 및 각종 통신 방송을 여러 지역으로 송수신하는 데에도 이용된다. 스피드건은 움직이는 물체를 향해 마이크로파를 발사해 되돌아오는 전파를 측정함으로써 속도를 계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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