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행 따라 변하는 이모티콘의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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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The Atlantic)

문자로는 표현할 수 없는 것이 있다. 머리로는 이해하지만 설명하려면 글이라는 도구만으로는 막막할 때가 있다. 표정이나 제스처를 곁들이면 더 실감 나는 설명이 가능할텐데. 모바일 메신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이메일을 이용한 소통은 활발해졌지만, 그 안에 감정을 담아 내고 오해 없이 대화하는 일은 여전히 쉽지 않다.

이모티콘은 이런 아쉬움을 달래준다. 건조한 한마디 말에도 이모티콘으로 마무리해주면 말의 의도가 어느 정도 전달된다. 친밀한 관계로 나아가기 위해 적절한 이모티콘 사용은 필수로 받아들여진다. 이모지도 마찬가지다. 더 생동감 넘치게 감정을 전달한다는 장점이 있다.

이모티콘과 이모지의 미묘한 차이

얘기를 시작하기에 앞서 이모티콘과 이모지의 차이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정확한 개념을 몰라도 우리는 느낌으로 알고 있다. 보면 바로 구분이 된다. 문자와 기호를 조합해 만들었으면 이모티콘(Emoticon)이고 하나의 완성된 형태의 그림이면 이모지(Emoji)로 보면 맞다.

‘ㅠㅠ’가 대표적인 이모티콘이다. 이 이모티콘을 보고 누구도 오타를 낸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슬프거나 안타까운 감정을 전달하려는 상대의 의도를 알아차릴 뿐이다. 오늘도 우리는 문자를 하며 참 많은 눈물을 주고받는다.

입은 웃고 있고 눈은 하트로 가득찬 표정인 ‘😍’은 이모지다. 노란 얼굴은 말이 없지만 감정은 느껴진다. 그림문자인 이모지이기에 가능한 의사소통 능력이다.

더 많은 것을 표현하려면 이모지가 유리한 측면이 있다. 이모티콘 조합이 복잡하고 익숙한 형태가 아니라면 상대방이 못 알아차리는 경우도 있다. 반면 이모지는 직관적이다. 웬만하면 바로 이해할 수 있다. 이모티콘이 감정 표현에 집중했다면 이모지는 감정은 물론 동물이나 사물까지도 명확하게 표현해낼 수 있다. 차이는 있지만 커뮤니케이션을 원활하게 한다는 점에서 이모티콘과 이모지의 목적은 서로 같다.

해외에서는 이모티콘과 이모지라는 용어를 구분해서 쓰는 경향이 있다. 반면, 국내에서는 이모티콘이라는 말이 익숙하게 자리잡았다. 이모지까지 포함시켜 이모티콘으로 부르곤 한다. 본문에서는 둘을 구분해서 사용하도록 하겠다.

(출처:Wired)

시작은 이모티콘부터

이모티콘은 1982년 카네기멜론대학교 스콧 팔먼(Scott Fahlman) 교수가 처음으로 사용을 제안했다고 인정받는다. 팔먼은 키보드를 이용해 이모티콘을 만들었다. 그는 웃는 얼굴을 표현하고자 ‘:-)’를 사용했다.

그런데 그보다 먼저 이모티콘이 사용됐다는 재미난 주장도 있다. 증거는 뉴욕타임즈 신문에 그대로 남아있다. 1862년 8월 7일 뉴욕타임즈에 미국 대통령 에이브러햄 링컨의 연설문이 실렸는데 내용과는 별개로 ‘laughter’라는 단어 옆에 ‘;)’라고 찍힌 것이 이모티콘이 대중화된 지금에서야 다시 조명됐다. 웃음이라는 뜻을 가진 영단어와 괄호 사이에 쌍반점(;)이 자리하면서 우연히 만들어진 이모티콘이다. 두 눈과 올라간 입꼬리가 영락없는 이모티콘이다. 애초에 문장에 ‘;’가 포함됐던 건지 아니면 글을 신문지로 옮기는 과정에서 생긴 실수인지는 분명하지 않다.

1881년 Puck Magazine에는 타이포그래픽 아트(Typographical Art)라는 제목으로 타이포그래피를 이용해 이모티콘을 만든 짧은 기사가 실리기도 했다.

이번엔 이모지 차례

이모지는 1999년 일본 이동통신사 NTT 도코모(NTT docomo)가 최초로 만들었다. 당시 큰 반응을 이끌어내지는 못했다. 아직 놀라운 발견을 받아들일 준비가 돼 있지 않았다. 2010년대로 접어들면서 스마트폰이 보급되기 시작했고 드디어 기회가 왔다. 스마트폰으로 커뮤니케이션하는 사람들은 적극적으로 이모지를 소통에 활용하게 됐다.

이모지의 인기는 일본 밖 멀리까지 전달됐다. 2011년에는 애플의 모바일 운영체제 iOS에서 이모지를 채택하더니 2013년에는 안드로이드에서도 이모지를 제공하기 시작했다. 모바일 운영체제를 양분하는 두 운영체제가 이모지를 채택하면서 이모지 사용도 크게 늘었다.

그림이야? 문자야?

이모지 사용이 확산되면서 효용성은 입증됐다. 구구절절 긴 말 필요없이 이모지 하나면 빠르고 확실하게 내 생각을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었다. 옥스퍼드사전에서는 이모지의 심상치 않은 활동을 눈여겨봤다. 2015년 옥스퍼드사전에서는 평소처럼 올해의 단어를 선정했다. 여기 기쁨의 눈물을 흘리는 이모지(😂)가 당당하게 포함됐다. 의아한 일이지만 처음은 늘 그렇다. 이모지의 역할을 감안한다면 문자로보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이모지 관리는 우리가 하지

아무 이모지나 만들면 곤란하다. 그래서 이모지를 개발하고 관리하는 곳은 따로 있다. 중요한 일은 비영리 단체인 유니코드 컨소시엄(Unicode Consortium)에서 맡았다.

유니코드 컨소시엄에서는 매년 새 이모지 국제표준코드를 제작해 공개한다. 애플이나 구글, 삼성 등 소프트웨어 플랫폼 기업에서는 이를 자신들에게 맞게 수정해서 사용하면 된다. 같은 이모지를 보고 제작한 것이라 해도 서비스에 따라 느낌은 달라질 수 있다.

매년 7월 17일은 ‘세계 이모지의 날(World Emoji Day)’이다. 2002년 열린 맥월드 콘퍼런스에서 iCal이 처음으로 공개된 날에서 유래됐다고 알려졌다. 아이폰 캘린더 이모지에 표시된 날짜도 7월 17일이다.

(출처:AP)

이모지도 변해야 하는 때가 온다

시간이 지나면 이모지도 낡게 마련이다. 변화해야 하는 순간이 찾아온다. 과거 대부분의 이모지는 백인 피부색에 맞춰져 제작됐다. 다양한 인종구성을 고려하지 못한 결과였다. 연인 사이도 이성애 중심으로 그려졌다.

이제 이모지에는 시대 흐름이 그대로 반영된다. 게이, 레즈비언 커플 이모지가 등장하더니 동일하게 제작된 이모지라도 피부색을 골라서 사용할 수 있게 됐다. 가족의 형태도 달라지면서 가족 구성을 나타내는 이모지도 다양해졌다. 다양한 직업의 여성 이모지도 등장했다. 의족, 의수, 휠체어, 보청기 등 장애 관련 이모지가 나타났다. 턱시도는 남자만이 입는다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턱시도를 입은 여성 이모지나 풍성하던 턱수염을 없앤 무성별 산타도 소개됐다.

이모지와 함께하는 삶

최근 어도비는 세계 이모지의 날을 맞아 글로벌 이모지 트렌드 보고서를 공개했다. 한국을 포함해 미국, 영국 등 7개 국가에서 이모지를 사용하는 7천 명을 대상으로 설문을 진행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전화를 이용하는 것보다 이모지를 이용한 감정 표현이 더 편안하다고 답한 사람이 55%다. 이모지가 언어의 장벽을 허물고 의사소통을 원활하게 만든다는데 동의한 사람도 89%나 됐다.

누군가는 디지털 시대가 도래하면서 소통은 단절되고 감정은 점점 메말라갈 것으로 예측했을 것이다. 그러나 사람은 감정의 동물이다. 무뚝뚝한 당신도 눈앞에서라면 못할 행동을 이모지로는 표현할 수 있다. 삭만한 텍스트 사이에서 이모지는 감정의 대리인이 돼 상대방과 나 사이를 오고 간다.

테크플러스 에디터 나유권

tech-plu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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